제3지구
윤재호 지음 / 페퍼민트오리지널 / 202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제3지구 : 머나먼 우주에서 펼쳐지는 인간군상들의 투영과 외계와의 조우, 액션 SF 한 편



우리의 어린 시절을 사로 잡았던 미래, SF, 우주선, 외계인, 머나먼 행성.

진지한 SF는 성공하기 힘들지만 기존의 액션물이 가미된 공상과학 기반 영화들은 곧잘 흥행하는 국내 영화시장을 떠올려보면 의외로 고전을 면치 못하는 SF소설계의 현실은 이해하기 어렵다.

무협이나 판타지 계열의 소설들이 정식 출판물을 위시하여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로 소비되고 있는데 SF계열은 소수 마니아들의 의해 시장이 이루어지고 전개된다.

 

K-영화/드라마가 세계를 휘어잡는 원동력은 결국 스토리의 힘이다.

시나리오 형태의 작품도 의미 있지만 외국 사례같이 소설이나 만화 원작의 폭넓은 생성 이야말로 지속적인 발전의 근간이 된다.

문화 콘텐츠의 경쟁력 근간에 문학과 문화가 뒷받침돼야 앞으로도 기대를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제3지구”의 출판은 의미가 있다.

영화감독이지만 소설 창작에 꿈이 있던 작가는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한국영화 히트작 (악마를 보았다, 신세계…)을 제작한 영화사와 손잡고 SF소설을 출간하게 된다.

 소설의 반응을 살피고 영화로 제작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의미 아닐까?

과거 마이클 크라이튼 같은 소설가가 집필 시점부터 판권을 판매하고 영화화를 사전에 준비한 사례처럼 우리도 더 좋은 작품의 탄생을 위해서는 원 소스 멀티 유즈의 개념으로 사전 작업을 통해 흥행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잡을 수 있는 기획이 필요하다.

 

인상적인 괴물의 스케치가 등장하는 표지부터 소설이 주는 방향성은 첫 페이지의 시대 배경부터 우리를 익숙한 전개 지만 새로운 이야기로 안내하고 있다.

 

지구를 떠난 새로운 행성에 둥지를 트는 지구인들의 고된 여정은 과감히 생략하더라도 뭔가 지구상에 펼쳐진 그림과는 다른 도시의 구조에 생소함과 기대감을 동시에 갖게 만든다.

중앙을 통하지 않고 서로 통하지 못하는 12구역은 머나먼 별나라에 가서도 철저히 계급적인 구조와 하층민을 착취하는 인간의 오래된 못된 버릇을 버리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

 

나노로 이름 붙은 최첨단 무기와 수트는 스타쉽 트루퍼스의 한 장면과 오버랩되기도 하지만 훨씬 강력하고 편리한 운용이 가능하리라는 확신을 준다.

대단한 폭파의 현장에서도 순간적으로 온몸을 감싸고 보호와 공격 모두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공상 속의 전투필수품이다.

반란군을 진압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집단이 독자에게는 아군인지 적군이지 알 수 없지만 굉장한 위력을 뽐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와는 달리 날 것의 핏빛 냄새 가득한 경기장이 소개된다.

영화 “글라디에이터”의 격투 장면이 연상되는 이미지가 머리 속에 그려지며 주인공의 등장과 그의 험난한 인생 여정이 앞으로 전개될 수 밖에 없는 개연성이 상상된다.

 

지구를 떠나 화성에서도 정착하지 못한 인류가 간신히 정착한 행성은 사막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땅이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지하에 흐르는 지하수가 존재한다는 점과 지구에 존재하지 않는 물질들로 인해 과학적 성취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앞서 이야기한 12 구역의 중심에는 중앙본부가 위용을 자랑하고 계급사회의 정점에는 행성을 지배하는 중앙본부 시티가 존재한다.

별의 지배자인 프랑수와 5세는 처음 행성에 정착하게 만든 우주선 선장의 후예인데, 자신감에 기반한 호기심이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영웅으로 거듭날 것이라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파이터로 주목받은 해성이라는 친구를 중앙으로 불러들여 스스로 각성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어한다. 이 태도에서 독자들은 그의 자신감과 오만 함까지 엿볼 수 있다.

 

지구에서 인간이라는 종족이 만들어낸 계급 사회는 머나먼 행성에도 그대로 재현되는 모습을 보이는데 계급 구조상 차상위 계층의 부패도 여전한 상황이다.

불법으로 되어 있는 격투 경기를 즐기며 도박을 벌이고 선수들을 돈으로 거래하는 모양새는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가면을 쓴 부자들의 투영이다.

 

결국 인간은 먼 외계로 진출해도 본질적인 본능인지 부조리와 부패를 품고 살아가게 된다.

그렇다면 다른 영화에서도 자주 차용되는 인간을 먹거리로 하는 존재의 등장도 낯설 이유가 없다.

전 우주적인 고질병일지 모르니까.

아니, 인간이 다른 생명체의 먹잇감이 된다는 사실에 거부감을 느낀다면 그것 자체가 위선일지 모르겠다.

스토리가 전개되어 가며 인간의 존재가 식량 자원이었다는 설정은 익숙하지만 영 불편해지게 만드는 점 또한 여전하다.

 

다만 인간 군상의 적나라한 모습을 SF에 투영해내고 판타지 소설에 등장할 듯한 낯선 존재의 출연은 장르적 융합에서 나타나는 또 하나의 재미이지만 SF 매니아들에게는 부적절한 전개로 오인 받을 지도 모르겠다. 좀 더 스페이스 오페라의 방향성을 기대했던 탓일지 모르겠다.

 

영화로 만들어내기에는 꽤 어려운 설정들이라 실제 스크린으로 옮겨 담기에는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이런 의도가 반복되고 한국 SF의 내공이 쌓여간다면 최근 우리를 가슴 설레게 만들었던 영화 “듄”같은 걸작을 한국 영화 판에도 기대해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설레임을 느낀다.

 

설정상 조금 어색한 부분도 있지만 초반부 하늘을 나는 자동차들 사이에서 펼쳐지는 실감나는 격투신 같은 재미가 여러 페이지에 섞여있어 소설을 읽는 내내 영화 볼 때 느낄 수 있는 즐거운 기분을 만끽할 수 있어 좋았다.

 

무엇보다 서두에 언급한대로 진행될 지의 여부를 떠나 영화를 전제로 소설이 기획되고 스토리라인이 전개되는 부분들은 과거 문학적 가치를 몰래 숨겨둔 걸작들의 욕심을 다소 배제하면서 독자에게 확실한 스피드 감과 시각적인 매력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시도이며 가야할 방향을 짚어냈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이어질 후속편을 기대하게 된다. 꼭 완성된 결말이 책으로 서점을 점령하길 기대한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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