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열 중단편 수상작 모음집
이문열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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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열 중단편 수상작 모음집 : 다시 만난 과거의 문학 영웅, 다시 떠오르는 소설과 문장의 고수

 

 

소설가 이문열과 처음 만난 건 수많은 그의 걸작 중 대중적으로 가장 인기있던 작품인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에서 였다.

 

광고카피처럼 강렬한 인상을 주는 제목부터 관심을 끌었고, 서점가 베스트셀러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어 동네 서점에서 주저없이 뽑아 들었다.

이전 작품들에 비해 중량감은 떨어지는 평가가 있었지만 연애소설이 가지는 한계라고 생각했고, 그 안에 담긴 유려한 필체와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힘은 작가의 책들을 계속 탐독하게 만든 요소이다.

 

현학적인 미사여구가 요즘 나오는 소설들에 비해 많은 건 시절의 특성 탓도 있고 작가의 취향이기도 하다, 같은 장면을 묘사할 때 문장력으로 강한 느낌을 주는 작가와 달리 이문열은 서사적이고 관념적인 표현이 등장한다. 문장이 너무 멋을 부리는 거 아닌가 의심할 정도로 화려한 표현은 당대의 명문가로 지위를 획득하였으니 거부할 수 없는 존재감이 되었다.

하지만, 초반의 몰입도에 비해 이야기가 너무 늘어져버린 “변경”에 와서 지루함을 느끼게 되어 책에 손을 멀리하기 시작하여 그의 장편을 구입하는 횟수는 0에 수렴하게 된다.

“시인”이라는 소설과 중단편 두어 권 읽은 게 전부다.

 

새로 중단편을 모아 서점에 출시한 “이문열 중단편 수상작 모음집”는 읽어본 작품 반, 아직 접하지 못했던 작품 반 섞여있어 오래된 기억과 작가에 대한 향수가 묘하게 결합되어 책장을 열심히 넘길 수 만든다. 수상작이라는 타이틀만으로 작품들의 수준은 수작 이상임을 짐작할 수 있다.

 

 

총 6편의 중단편은 그의 작품을 처음 대하는 독자라면 스토리의 색깔이 많이 달라 놀랄 지도 모르겠다.

작가는 어느 정도 작품마다 특징이 두드러지는데 화려한 문장은 작가 이문열의 특징을 확정 짓지만 이야기를 풀어가는 분위기나 사건의 전개과정은 제각각 이라 작품마다 변화되는 화자의 재주에 감탄할 수 밖에 없다.

 

세 작품이 인상적이다.

이 책에서 가장 백미인 “금시조”는 오래전 읽었을 때도 감탄을 하며 읽던 작품이다, 당시에는 단행본 제목으로 등장할 정도였고 작가의 중단편 최고작품으로도 회자되기도 했다. 생명의 불꽃이 꺼져가는 예술가의 절망과 회한, 그리고 스승에 대한 애증이 시간의 흐름도 적절하게 배치되며 잔잔하면서도 힘있는 구성을 보여준다.

 

“시인과 도둑”은 시대적인 상황 속에서 사람들의 심리를 잘 뽑아냈고 사상의 허무함과 부조리함을 풍자적으로 묘사했다. 한편의 심각한 코미디를 본 느낌을 받는다. 도둑 무리들이 정의를 내세우는 장면의 아이러니만큼 막상 새로운 세상을 만들자고 외치자 백성들이 방관자의 모습으로 변하는 과정은 한국현대사의 역동성이 과거에 비해 얼마나 대단했던 사건이었는지 새삼 깨닫게 해준다.

 

마지막 편으로 실린 ”익명의 섬”은 있을 수 없는 현실이 가능한 현실로 바뀌는 아찔한 상황에 직면한다. 몇년전 세상을 뒤흔들었던 여교사 집단 폭행 사건이 오버 랩 되며 폐쇄되고 고립된 사회에서 주어진 현실을 지키기 위해 무모한 합의가 결정되는 과정은 씁쓸함을 남겨준다.

현대사회에서 익명이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을 괴롭히고 숨어버리는 비겁한 자들이 양산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살펴보는 불편함 마음도 혀끝의 씁쓸한 내음을 남긴다.

 

오랜만에 보는 작가의 소중한 작품들은 오래전의 책 읽기 즐거움을 회상 시켜주었고, 독자를 들었다 놨다 하는 흡입력은 역시 작가로서의 존경심을 인정하게 만드는 시간이 되었다. 당대의 서점가를 주름잡던 작가들의 오래된 작품들이 도서관 한 켠 어두운 그늘 속에서 바스러지는 종이로 역할만 묵묵히 하고 있지만, 잊을만하면 재 출간되어 서점 한 켠에서 당당한 모습을 자랑하는 이문열 작가의 위상을 재인식하는 계기가 된다.

한번도 작가와 만나본 적이 없다면, 모음집을 통해 한국을 대표하는 소설가의 경험을 꼭 해야한다고 조언하고 싶다.

 

 


*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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