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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보이지 않는 지도책 - 세상을 읽는 데이터 지리학
제임스 체셔.올리버 우버티 지음, 송예슬 옮김 / 윌북 / 2022년 11월
평점 :

눈에 보이지 않는 지도책 : 지도에서 읽어내는 세상이 움직이는 힘, 그리고 데이터
새 교과서를 나누어 주면 한 학년 올라간 기분만큼 갓 찍어낸 인쇄물에서 풍기는 향기가 좋았다.
집에 잔뜩 들고 와 짬 나는 시간에 책을 뒤척거린다.
제일 흥미로운 과목은 무엇이었는지?
나처럼 많은 학생들은 두툼하고 풀 컬러 “사회과부도”에 관심을 쏟았겠지.
훗날 직장생활에서는 골치 아파지는 과제가 떨어지게 될 각종 지도나 지표들의 색색은 눈이 황홀해진다.
지도는 길을 찾고,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대략적인 모습을 알려준다.
판교로 가는 길을 찾기도 하고, 추리소설에 등장하는 낯선 타국의 도시 앞에 바다가 펼쳐져 있음을 알려준다.
책상 위 지구본, 야간 시간대 조명을 켜 놓으면 우주 속의 작은 존재의 초라함을 느낄 때도 있다.
역사 서적을 들 척일 때는 한가지 정보가 추가된다.
십자군의 이동경로 같이 지도 상에서 변화하는 시간의 변화를 표기하게 된다.
단순한 지형에 대해 1차 정보에서 시간적 정보가 추가된 2차 정보로 업그레이드된다.
그리고, 우리는 깨닫는다.
지도 상에 빅 데이터의 통계적 숫자가 더 큰 세상의 모습을 표현할 수 있다는 점.
휴대폰 통신의 이동경로뿐 아니라 한 지점의 통화량을 표기하여 3차 정보를 표기한다.
이는 사회적 현상을 이해하고 시간적 흐름에 따른 미래예측은 물론 특정 밀집도에 대한 이유를 분석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다.
한 장의 그림을 통해 인간과 세상만물이 작동하는 원리를 시간적, 공간적 한계를 깨부수며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발견 아닌가.
역사적인 지도를 많이 볼 수 있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지도책“이 그려내는 지도의 데이터는 두세단계 비약하는 시점에서 우리가 바라보던 세상과 앞으로 전진해 나가야할 세계를 위한 흐름을 잡아내는데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사회과부도에서 보던 풀컬러판의 그림들이 주는 색채의 눈부심은 부록이다.
저자들은 코로나가 영국을 뒤덮어가는 변화를 지도의 빨간 점으로 찍어내며 여정을 시작한다.
나이팅게일이 독감으로 쓰러져가는 군인들의 통계를 지도로 표시하며 전염병의 양상을 알린 “장미 도표” 방식과 동일하다.
19세기 통계학과 데이터 수집, 기술의 발달로 시작된 데이터 입힌 지도의 시작은 존 스노가 창궐한 콜레라 런던 거리를 지도로 만들기 시작하면서 본격화되었다.
지도에 코로나 환자의 분포와 변화하는 양상을 데이터로 투영하면 질병의 전개양상에 대한 정보와 보건 당국의 방역 전개 동선의 수립에 직접적인 가늠쇠 역할을 할 수 있다.
지도의 데이터는 우리가 볼 수 없는 것들에 대한 결론을 내릴 수 있게 도와주고, 존재를 인지할 수 있는 혜안을 준다. 보이지 않는 무의미한 정보의 나열은 방역에 의미 있는 방향을 제시할 수 없지만, 지도 위에 표현되어 가시적인 정보의 집합은 행동을 촉구하고 계획수립의 근거가 될 수 있다.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봤던 블랙홀을 실제 촬영한 사례도 유사한 시각화의 예로 제시되고 있다.
21세기는 IT와 빅데이터가 지도를 만들고 있다.
인구조사 한 번하려면 4억 8000만 파운드가 필요했고 10년에 한번 밖에 할 수 없었다.
인구조사 하는 과정에도 인구가 늘고 있는 중국은 돈이 문제가 아니라 조사 자체가 불가능하다.
휴대폰을 대입하면 문제가 해결된다.
특정 지역의 신호를 채집하면 실시간 인구데이터가 완성된다.
물론 인구통계의 다양한 측면, 연령, 직업, 주거지, 차량 보유 현황 등의 세부 데이터를 얻을 수 없겠지만 실명이 부여된 휴대폰이라면 처음부터 해당 정보는 통제되고 있으니 완벽한 데이터로 의미가 부여된다.
특히 사고나 자해 등이 발생하였을 때 사람들의 이동 상황의 변화나 on/off 상태로 발 빠른 사고대처가 가능할 수 있다.
며칠 전 일어난 이태원 참사의 경우, 해당 지역의 급격히 늘어난 휴대폰 신호에 초점을 두고 초기대응이 가능할 수도 있었다.
물론 상황 파악후에 실질적인 행동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데이터는 아무짝에도 쓸모 없어진다.
전세계를 하나의 통신망으로 묶고 있는 해저케이블의 지도도 흥미롭다.
대륙을 오가며 이루어지는 모든 데이터의 송수신은 해저에 깔린 케이블 400개가 담당한다.
책에는 실제 케이블의 굵기를 그림으로 표현했는데, 꽤 든든한 모양새와 두께를 자랑한다.
가장 빠른 케이블의 경우 1초당 200테라바이트 속도로 전송한다고 하니, 비틀즈 노래 2억 8000만곡을 순식간에 전송할 수 있는 용량이라고 해서 한 번 더 놀랍다.
불공평한 노동량을 표현하는 지도에는 세계 도처에서 여성들이 매일 더 많은 업무 외적인 일- 즉 가사노동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남성이 더 많이 하는 무급 노동은 집수리가 유일하다는 주장에 살짝 양심이 찔끔거린다.
코로나 이후 불균형은 더욱 심해졌는데, 학교가 문을 닫아 가정주부들의 교육기관이 전담하던 낮의 아이 돌봄에 더욱 시달릴 수밖에 없어졌다. 재택수업으로 점심이나 간식도 챙겨줘야 하고 더 많은 사랑으로 돌보게 되니 피곤은 가중된다. 맞벌이 부부의 경우는 한쪽이 임시 휴직을 해야만 하는 지경에도 이르렀다. 코로나의 위중함이 차츰 줄어들고 있지만 이런 2년 동안의 데이터를 축적한다면 향후 재택교육의 활성화를 위한 개선 대책의 과제로 상정해야 하지 않을까?
지도는 우리에게 사실과 현상을 증명한다.
과거에는 자연의 모습을 인간이 정보로 활용하기 위해 제작되었지만, 인간의 진보에 따른 데이터의 누적과 활용에 대한 니즈는 지도를 다중적 메시지가 담긴 거대한 정보집합체로 진화시키고 있다.
눈에 보이는 표면적인 정보와 그래픽을 투과하는 숨어있는 정보들을 절묘하게 결합시켰을 때, 지도는 정지된 순간의 기록과 정적인 데이터의 출력물이 아닌 살아 숨쉬며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비전을 내포하게 된다.
데이터를 읽고 행동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의미가 부여된 데이터는 한 차원 높은 새로운 데이터를 잉태하고 지도로 표현하고 행동을 촉구한다.
지도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는 눈을 뜰 수 있는 계기를 이 책을 선택한 독자에게 제공한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