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콜리 평원의 혈투
듀나 지음 / 네오픽션 / 2022년 8월
평점 :
절판




브로콜리 평원의 결투 : 듀나의 단편소설로 떠나는 SF의 다양한 색채 여행


SF라는 소설의 장르를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새로운 세계관을 제시해준다는 점이다.

사람은 어린 시절부터 자라나며 정규 교육 과정을 밟고, 공통적인 사상과 이념을 배우지만 동시에 개인별로 특화된 경험과 훈련을 통해 자신만의 세계를 균형적으로 구축한다.

물론 이런 과정을 통해 그저 편하게 하루를 채워 보내며 허송세월로 낭비하는 경우도 있고, 어린 나이에 되고자 하는 직업세계에 대한 명확한 의지와 노력으로 희망사항을 현실로 바꿔 버리기도 한다.

각자의 삶이 있듯, 각자의 세계관 속에서 살아간다.

대다수는 테두리 쳐진 공간에서 한 발자국 밖으로 이동하는 모험을 꺼린다. 한번의 일탈만으로 돌이킬 수 없는 치명상을 입고 원래의 곳으로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경우를 직간접적인 경험을 통해 관찰했기 때문이다. 일부는 무모한 도전을 시도하고 때로는 일탈이라 불리는 행동을 저질러 더 위대한 존재가 되거나 결과물을 들고 의기양양한 발걸음을 보이는 경우도 있지만 극소수.

실패의 가능성이 많으니 실패자들의 비참한 얼굴을 보며 안심하고 현재와 주어진 세계 안에서 서성거린다.

SF는 이러한 틀을 상상의 세계에서나마 깨뜨리고 마지의 모험으로 자신을 도전의 창 끝으로 이끌어내는 극적 환상과 대리만족을 제공한다. 그런 만큼 더 할 나위 없는 지적 자극이 된다.


책 한 권에 담겨있는 13편의 단편들은 팔레트 색깔만큼 저마다의 다채로운 특징을 뽐내고 있다.

한 작가의 모음집이라 보기에 다른 느낌의 소설들이 연속으로 등장하여 마치 문학상 수상목록집의 다양성을 맛볼 수 있는 듯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무엇보다 좋은 건 다들 매력 넘치는 상상력들이 제대로 버무려졌다는 점이다.




인상적인 작품이 몇 개 눈에 띈다.


<정원사>

처음 읽었을 때도 가장 마음에 드는 단편이었다. SF를 바라보는 시각이 얼마나 다양성을 가질 수 있을지 새삼 놀랐던 기억이 난다. 짜임새도 좋고, 무엇보다 이야기를 끌고가는 힘이 대단하다.

교수의 희비극은 어쩌면 인공지능 시대에서 우리가 정신 똑바로 차리지 않음 닥치게 될 아찔한 미래의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틀린 고양이 찾기처럼 이질적인 작품이 하나 끼어 있다.

<여우골>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듯, SF가 아닌 고전공포소설이다.

암행어사나 전설의 고향이 떠오르는 이야기의 배경은 최근 개봉한 영화 “외계+1”처럼 현대와 과거를 타임 슬립하는 방식이 아닌 그냥 그대로 날 것의 고전 공포물이다.

많이 들어본 이야기 같지만, 어렴풋이 머리속에 남아있는 소설의 잔재를 제대로 된 인물과 배경을 설정하고 그럴싸한 플롯을 집어넣어 색다른 SF 단편소설집의 한 토막을 채워준다.

결말이 예측되더라도 마음을 졸이며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면 된다.


<안개바다>는 오묘한 전개와 낯 설은 설정으로 약간 난해한 SF영화 한 편 속에 빨려 들어온 느낌을 준다. 어색한 단어와 문장이 스토리를 따라가는 걸음을 무겁게 만들고 있지만 설정 자체가 흥미롭기 때문에 갈 길은 제대로 밟아가게 된다. 식민행성에서 살아남는 다양한 방식의 제안은 천편일률적인 테라포밍의 새로운 가능성을 다른 작가들에게 열어줄 수 있지 않을까?

개들이 주인인 세상은 “혹성탈출”과 어떻게 다를까, 환경변화에서 탄생한 괴물들의 정체는 무엇일까?

이 책을 아시겠지만 2011년 발표된 듀나의 단편소설집을 재출간한 도서이다. SF 불모지 한국에서 단행본으로 단편소설 모음집이 출판된 일도 놀랍지만 10년이 훌쩍 넘어 새롭게 독자들과 선보이는 일은 더더욱 쉽지 않은 일이다. 그동안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작가가 장르문학에 있어 차지하고 있는 의미가 잘 드러나는 하나의 이벤트다. 개인적으로는 초판의 디자인을 굉장히 좋아했는데 새롭게 표지가 새 옷을 갈아입으니 이 또한 매력적이다. 기억이 가물해진 단편들을 다시 한 번 읽어보며 10년이라는 시간의 간극이 많이 나지 않는 SF만의 매력을 다시금 곱씹을 기회였다.

작가의 새로운 작품을 기대한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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