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 없는 맛집 ㅣ 한국인의 소울 푸드 맛집 1
안병익 지음 / 이가서 / 2022년 3월
평점 :
품절




간판 없는 맛집 : 올 해 꼭 가야할 식당 리스트를 적어보자, 문제는 긴 대기줄 뿐이다.

 

작열하는 태양

헐떡거리는 오후

여름이 녹이는 온 몸의 피로감을 한 방에 날려주는 음식이 있다면.

몇 년 전 여름, 냉면에 꽂혔다.

서울에서 유명하다는 냉면집은 모두 섭렵 해보자는 도전의 시작.

 

기억을 더듬어보면

 

우래옥

을지면옥

봉피양

을밀대

오장동 흥남집

서북면옥

해주냄면

 

냉면 좋아하는 분이라면 이름 한번씩 들어봤거나 이미 단골일 음식점들이다.

개인적으로는 을지면옥과 흥남집을 각 원 탑으로 점 찍었지만 어느 집하나 맛에 부족한 집은 없다.

다만 우래옥같이 저녁 시간대 냉면 먹으러 간 고객은 쟨 뭐지?라고 낮게 보는 안좋은 기억 하나는 저장해 놓았다. 맛집이건 노포건 불친절한 가게는 얼씬할 필요도 없다. 

 

워낙 면 요리를 좋아하고 지역별로 여행이나 출장을 가는 경우 노포들을 찾아다니는 편이라, 일본여행갔을 때도 몇 군데 방문해서 일본 라멘과 우동집을 전전하기도 했다.

 

고성막국수는 학창시절 집 근처 유명한 식당인데도 모르다 막상 직장인이 되고 나서야 알게 된 희한한 케이스다. 막국수도 꽤나 좋아해서 봉평에 유명한 현대 막국수까지 긴 여정을 떠나기도 했는데 막상 코 앞에 명가라니…. (현대 막국수는 메밀 전병이 더 기가 막히게 맛있다.)

TV에 소개되고 입소문을 타면서 시간이 갈수록 대기 줄이 길어져 개인적으로는 안타깝지만 유명세야 피할 수 없을 테니 부럽기도 하다.

막국수보다 같이 판매하는 편육이 더 빨리 동나서 먹어본 적이 손꼽힐 정도인 게 아쉽기만 하다.

예전 커뮤니티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할 때 한 줄 요약이 이랬다.

“강원도 막국수 집에는 적수가 안되지만, 최소한 서울에서는 원탑.”

 

을지면옥은 평양냉면으로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었던 집이다.

밍밍하다.라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특유의 냉면 국물의 깊은 맛과 칼칼함을 잡아주는 고춧가루 숭숭. 맛의 진수라는 것이 이렇구나! 머리와 혀가 만장일치한 경험이다. 동행했던 거래처 직원은 얼굴에 쓴 표정하며 뭐 맛이 이래요? 핀잔을 주었지만 그건 네가 맛을 몰라서 그런거고.

 


콩국수는 호불호가 강하다.

비릿한 콩 냄새는 물론 소금간을 웬만큼 해서는 익숙해지기 힘들다. 혹자는 두유에 면 말아먹는 기분이라 별로라고도 한다.

엄마표 콩국수가 최고라지만 어렸을 때부터 같은 이유로 멀리한 음식 중 하나다.

여의도 근무할 때 여름이 되자 사수 선배 사원이 바로 데려간 장소가 바로 “진주집”이다.

백화점의 풍모를 잃어버린 건물 지하의 후덥지근한 복도에 대기 줄이 가게를 한바퀴, 두 바퀴.

이건 도대체 뭐지?

맑은 느낌의 국물이 아니라 미숫가루 물에 휘저은듯 걸쭉한 국물이 독특했고 깊이 있는 국물 맛은 놀라게 했다. 면발도 쫄깃하고 곁들여진 김치도 놀라운 아삭감을 제공한다.

꽤 비싼 가격이었지만 양도 충분하고 무엇보다 평생 먹어보지 못하던 콩국수라는 음식의 재발견 느낌.

그 이후 콩국수는 여름철 별미가 되어 집에서도 스스로 해먹는 좋아하는 면 요리로 위치를 다지게 되었다. 한 음식점이 준 충격 치고는 파장이 꽤 큰 편이다.

시간이 흘러 팀원들 하고 짬을 내서 방문했던 진주집. 나처럼 콩국수는 쳐다보지도 않던 막내에게 억지로 권해서 먹였는데 며칠 후에 자기가 쏠 테니 한번 같이 가자고 했다. (진주집은 비빔국수와 닭칼국수도 일품이라 일행의 콩국수 호불호에서도 안전하다.) 

요즘 근무하는 지역이 판교 쪽이라 고기리 막국수 집은 꼭 한 번 가봐야할텐데 인연이 닿지 않는다.

온라인에서 핫하게 판매되었던 오뚜기에서 만든 인스턴트 고기리 막국수만 먹어봐도 남다른 정갈함과 건강함이 물씬 느껴지는데 원조집에서 먹는 남다른 감동이 필요하다.

이번 여름이 가기 전에는 꼭 한 번 방문을 다짐한다.

 

아무래도 좋아하는 음식과 가봤던 맛집에 책을 읽어가며 눈에 띈 감상평이 되었다.

이름없는 간판 없는 - 과는 다소 이격이 있지만 어느 집을 방문해봐도 후회 없는 음식점들이 상세하게 소개된 책 한 권이다.

 

넘쳐나는 블로그 광고 포스팅에 헤매지 말고 책 한 권으로 가야할 식당들의 스케줄 표를 만드는 식도락의 재미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2년 동안 코로나로 마음껏 외식도 못했는데 가족이나 편한 친구들과 시간을 가지면 좋을 듯 하다.

 

개인적으로 좋아하지만 식구들과는 아직 함께 한 적 없는 양 갈비를 리스트에 올려놓았고, 친구들과는 생선구이집을 골라 놓았다.

양 갈비는 신천 쪽에 아랍 식 특색 있는 가게에서 처음 접했던 기억이 나고 요즘 많이 퍼진 양꼬치집에서 가끔씩 주문한다. 누린내가 있는 양의 특성상 기겁하는 친구들도 있지만 향신료가 감싸주는 무장으로 조금만 익숙해지면 되는 음식이다.

 

맛집을 소개하는 작업은 사진으로 어느 정도의 정보를 전달할 수 있지만 텍스트로는 원하는 맛에 대한 기록을 확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노포들은 많은 사람들의 회자된 스토리도 있고 저자가 단련된 맛 글로 편안하게 맛집 투어를 했다는 느낌이 들었던 책이다.

 

표지만 조금 더 맛나게 바뀌었다면 좋겠다. 교과서 느낌이 살짝 난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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