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트 오브 테러
힐러리 로댐 클린턴.루이즈 페니 지음, 김승욱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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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트 오브 테러 : 힐러리 전임 국무장관이 쏘아 올린 스릴러의 긴박함


스릴러 매니아라면 자작소설 한 편 써보는 희망을 가진다 사건을 구성하고 교묘하게 엮어내어 독자의 탄식을 자아낼 만한 트릭과 힌트를 장면 중간에 삽입해 보기. 동지와 적을 알아보기 힘들게 섞어버리지만 작은 행동 하나에서 진실을 간파해내는 매력적인 주인공을 만들어내고 작가가 투영된 분신이 허공에 퍼지는 담배연기처럼 신출귀몰 똑 소리 나는 행동과 결단을 보여준다.


자, 글을 써볼까? 팔뚝 걷어붙이고 펜을 들어본다. 소설 한 편 쥐어짜내는 창작의 고통은 괴롭고 아프기보다는 절망감에 무릎 꿇고 무기력해지는 느낌에 다가갈 가능성이 높다. 그야말로 답이 안 나온다.


<그래, 독자의 입장에서 혹독한 비판의 잣대를 휘두르며 즐기는 편이 마음 편하다!> 자조 섞인 결론을 내지만 유명 작가의 신간에서 풍기는 종이 냄새에 취하거나 충격적인 데뷔작을 선보인 신인작가의 번뜩이는 필력에 빠져들다 보면 호시탐탐 작가로서 로망 - 누구에게나 인정받을 스릴러 한 권 출판해보기를 갈망하는 마음이 떠오른다.


스릴러라는 장르 글쓰기에서 좌절감을 느끼는 부분은 어디일까? 읽을 때 술술 진행되는 사건의 방향성은 물론이고 독자에게 제시해야하는 그럴듯한 장면의 묘사에는 언제나 사실감과 복잡함이 조화롭게 균형을 맞추며 이야기 속에 융화되어야 한다. 평범한 직장생활이나 학생의 경험으로는 범죄학이나 심리학에 능통한 전문 작가들이 뿜어내는 아우라에 숨이 턱 막힌다. 모든 창작 과정이 동일한 작용을 하지만 스릴러 물은 지적인 제안을 통해 독자를 흡입하기에 고도의 지능과 전문적인 컨텐츠를 얼마나 확보하고 스토리의 발상과 증거로 제시하느냐가 중요하다. 아마추어 작가들이 글쓰기에 실패하는 이유인 동시에 성공한 작가들의 비법이다.

존 르 카레가 전직 스파이였던 덕에 영화에 등장하는 멋쟁이 스파이나 007의 화려한 기술이 아닌 쓰러져가는 외딴 저택에서 노쇠한 정보원들의 우울한 일상과 허망한 죽음들을 그려낼 수 있지 않을까? 삶에 지쳐가는 스파이의 축 처진 어깨까지 표현 낼 수 있지 않았을까?


“스테이트 오브 테러”는 바로 이 관점에서 충격적인 작품이다.

첩보 스릴러물에 등장하는 고위 정부 관료들의 알 수 없는 생각의 저편, 백악관 같은 정부에서 벌어지는 정치적 투쟁과 갈등들. 인터뷰와 정보탐색을 통해 취재하고 감수 등의 과정을 통해 사실성을 부여하는 작업들이 많은 작품에서 이루어졌지만 이번 건은 다르다. 퍼스트 레이디이자 미 국무장관이자 투표수에서 대통령 선거판에서 사실상의 승리를 거머쥐었던 인물이 작가로 합류했다. 이거 완전 반칙이다.

힐러리가 스릴러물의 팀 작가로 동참한 만큼 리얼리티는 극대화된다.

소설 주인공 엘런 애덤스에게 노련한 정치가의 누구도 하지 못했던 특별한 경험과 국제정치역학 속에서 느꼈던 숨막히는 압도감과 긴장된 시각이 그대로 투영되어 나타난다.

현실과 실제상황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만들어낸 공상은 어떤 재간꾼이 만들어낸 스토리보다 압도적인 현실감을 독자에게 제공하는 동시에 무게감도 지닌다. 허구라고 둘러친 진실 조각들도 둥둥 떠다닐 테니 흥분감도 몰려든다.

실질적인 권력에서 생각하고 나누었던 은밀한 국제 정치적인 대화가 녹아 들어 국가적 경쟁자들에게는 위협과 비밀에 접근하는 기회를 동시에 가능하게 해준다. 테러를 당하는 순간에는 어쩔 수 없이 당황하는 인간적인 정치인의 모습과 작은 나뭇조각 같은 미세한 정보 하나도 놓치지 않기 위해 불철주야 탐색하는 정보기관의 숨가쁜 모습을 영화보다 사실감 있게 전달받을 수 있다.



과거 정부가 저질러 놓은 무능함 속에 새로 출범한 백악관은 고집스러운 신임대통령이 지명한 국무장관이 누군인지에 대해 놀라움에 가득 찼다. 후보시절 경쟁자 측에서 맹렬하게 공격해오던 미디어 기업 출신의 여성을 지명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녀에게 대단한 신뢰가 있거나 업적을 기대해서도 아니라는 증거는 쉽게 간파될 수 있다. 정치적인 음모나 대범한 포용력이 내포된 포지셔닝이라고 할 수 없다.

어쨌든 미국이라는 경찰국가의 행정부에서 국무장관이라는 자리는 엄중하다. 의도가 어떻든, 대통령이 탐탁지 않게 - 아니 몰락을 바라는 눈길을 보낼 지라도 맡은 일에 대해서는 한 치의 오차도 있을 수 없는 장관 자리다. 엘런 애덤스 역시 철두철미하게 자신의 역할에 몰입하고 있다.

첫번째 순방국인 한국에서의 외무회담은 실패에 근접한 마무리가 되어버렸다. 첫번째 미션이 실패에 다가선 모습은 낙담할 수밖에 없지만 대통령은 오히려 기회라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내쫓을 생각이었다면 왜 무리한 선택을 했을까? 의구심이 허공을 떠다닌다.

전임 대통령이 싸 질러 놓은 참상은 주인공의 심리를 압박한다. 완전히 미국을 망쳐버렸고 잘못된 행정부의 수뇌부에 물들은 전체 공무원들은 봉사가 아닌 제 몸 챙기기에 빠져버리니 일이 제대로 돌아갈 일이 걱정스러울 지경이다.

대통령 연설에 늦는 바람에 정신이 어찔한 상황이지만 신임 국무장관 엘런 애덤스는 여러가지 복잡한 현실에 비명을 지를 수도 없었다.

연이어 터지는 영국, 프랑스, 독일의 테러.

끔찍한 피의 현장에서 세계 리더들은 당혹감에 정보를 찾아 헤매지만 그 누구 하나 제대로 된 테러의 배후나 이유에 대해 알려주는 사람이 없다.

보통 대범한 공격 뒤에는 주동을 자처하는 단체들의 감격스러운 인터뷰가 온라인을 뒤덮을 텐데 이상하다. 목적이 다른 무엇인가 숨어있을까?

침묵의 무게는 공포의 극대화를 만들어낸다.

첨단의 정보망이 갈피를 못찾고 허둥지둥 대고 대통령은 장관들에게 정보를 내놓으라 호통을 치지만 눈치만 보이는 상황이 선진국 리더들의 회의장에 난무하는 상황.

유일하게 단서 하나가 잡히는데 그것은 누군가 로부터 발송된 문자 하나다.

수신자는 국무부 말단 직원이자 파키스탄을 담당하는 여직원이다.

스팸문자로 지워버렸지만 여성 특유의 촉은 기록을 남겨놓았고, 예언서처럼 거창한 내용이 아닌 숫자 여러 개의 조합에서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난다. 누군가 이걸 좀 봐줘요….!


페이지가 술술 넘어가는 스릴러 소설을 접했을 때의 쾌감은 영화보다도 강렬하게 퍼진다. 글자에 숨어있는 영상과 냄새, 그리고 촉감들이 자연스럽게 온몸을 휘감고 피 비린내 진동하는 사건의 한복판에서 작가와 만나게 된다. 주인공으로 모습을 바꾼 미 행정부의 실력자와 만나게 된다.


모든 스릴러 소설은 거대한 반전과 음모로 독자를 압도하고 책의 마지막 페이지까지 긴장감을 늦추지 말라고 경고한다. 이 책 역시 사람을 잡아 끄는 매력도는 놀라울 수준이다. 공동 저자이자 실질적인 소설의 완성자인 루이즈 페니의 과거 작품은 아직 읽어보지 못했지만, 숨막히게 사람의 심리와 현상을 엮어내는 재주에 감탄하고 서점에서 또다른 책들을 고르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영화로 제작될 만큼 매력적인 스토리 라인이지만 거대한 정치세력 내에서 공존할 수밖에 없는 음모와 배신의 현장을 어떻게 담아낼 수 있을지는 또다른 관전포인트가 될 수도 있다.

여름이 스릴러 소설읽기에는 딱인데 조금 이른 봄에 뜨거운 작품과 만나게 됐다. 꼭 한 번 읽어보시길 권해본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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