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개의 우주 - 우리가 잃어버린 세상의 모든 창조 신화 22
앤서니 애브니 지음, 이초희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22년 3월
평점 :
절판



천개의 우주 : 22개의 천지창조 신화로 떠나는 흥미로운 과거 탐험
 
어디에서 왔을까?

어디로 가는 걸까?

바쁜 삶의 한 자락 여유를 가지는 시간이 날 때, 커피 한 잔 앞에 들고 문득 드는 생각이다.

대다수의 사람이 같은 질문과 나름대로의 답을 찾아왔다.

수만 년 전의 조상, 로마의 황제, 나폴레옹, 세종, 독립운동가, 그리고 현대인, 나, 너, 우리 모두.

기원과 종말에 대한 상상력은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몸짓일 수도 있고 근원에 대한 순순한 호기심일 수도 있다.

대부분은 앞으로 닥칠지 모르는 위험과 재앙에 대한 자기 정체성의 정의를 위한 무의식적인 시작이 아닐까?

험난한 일이 닥치더라도 나는 우리 민족은 굳세게 헤쳐 나갈 수 있다는 믿음.

창조의 시작점에서 남들과 다른 형태로 존재하게 되었기에 지금까지 오래된 시간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미래의 불확실성을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표출한다.

세계간의 소통이 부자연스러웠던 고대의 시대, 지역 별로 저마다의 독특한 창조신화를 구축하여 생존의 기회를 빌어온 만큼 다양한 신화의 이야기들은 지역적, 종족적인 특징을 잘 드러낸다.

아주 오래된 동굴의 벽화에서 발견하게 되는 인간의 모습들은 결국 오늘의 안녕과 번영을 위한 또 하나의 의식이었을 것이다.

 



수많은 종족과 함께 한 신화는 천 개의 우주관을 만들어냈고, 저마다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지만 오랜 시간 역사적인 교류와 소통에서 때로는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전형이 나타나기도 하고, 서로 다른 이질적인 문화가 뒤섞이며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하기도 한다.

창조자가 만물을 빚어내는 재료에 대한 챕터는 생각도 못해보았던 내용들이 등장한다. 흙을 빚어 인간을 만든다는 주장이야 익숙하지만 창조자 자신의 일부, 정액은 물론 대변과 토사물까지 등장한다. 신화라는 도구를 만들어가는 인간의 상상력은 오랜 역사만큼이나 특출 난 것 같다.

책에서는 창조신화를 국가나 지역적으로 나누기 보다는 인간 삶의 터전으로 구분한다.

산, 물길, 동굴, 섬, 극지방

5가지의 자연환경에서 22개의 신화를 어떻게 발전시켜왔는지 살펴보는 과정은 무척이나 흥미롭다.

올림포스 산으로 잘 알려진 그리스의 신화나 아시아의 맹주를 확신하는 중국의 신화는 산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거대한 강줄기를 이루는 나일강과 나어강은 각자 아프리카라는 거대한 대륙이지만 다른 모습의 믿음을 나타내며, 지하세계와 전투를 하는 마야족이나 부부의 힘겨운 육아로부터 탄생한 일본의 신화는 독특하고 흥미를 일으킨다.

평상시에 접하기 어려운 극지방의 신화는 책 속에서 만남 자체만으로도 신선하다.

 

책은 성서의 창세기에서 서두를 꺼낸다.

서양문물의 중심이 되어왔던 기독교의 원형 속에서 우리는 다양한 문화의 결합과 융합이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확인함과 동시에 한 민족의 고집스러운 역사적 기록이 로마라는 강대국의 영향력에 따라 2천년의 문화 중심을 차지한 사상이 되었다는 믿기 어려운 생명력과 전파력을 다시 한번 떠올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올림포스의 신화는 다양한 저작물로 소개되어 있고, 익히 아는 내용들도 많이 포함되어 있다. 책을 통해 다시금 사건들을 떠올려 보면 기괴하고 끔찍한 장면들도 꽤나 많이 등장한다는 사실에 새삼 놀랍다.

 

아프리카나 극지방 쪽의 신화는 내용의 신선함도 흥미롭지만, 지역적인 설명이나 역사적인 맥락에 대한 기초지식이 부족하다 보니 읽는데 다소 주춤거릴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만데 신화를 소개하는 나이저강의 지리적 위치나 강이 흘러가는 모습은 구글링을 해야 이해할 수 있다. 솔직히 아프리카 각 지역에 대한 지식을 가진 독자들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케이타 왕조같은 생전 처음 들어보는 아프리카의 역사에 대한 이해도 마찬가지다.

이 부분은 외국 독자들에게도 마찬가지라 단순화된 지도에 대한 보충이 있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신화와 관련된 지역과 역사의 소개도 책을 읽는 맛이 드러나는 기획이다.

 

세계 각 국의 다양한 신화가 소개될 때, 한국도 등장하면 어떨까 바램을 적어본다.

세게 경제 10위권에 들었고, 문화적으로 수많은 팬들을 양산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은 아직도 저명작가들의 저작에 끼어들 역량으로는 부족한 듯하다. 좀 더 활발하게 우리의 문화와 위상을 알리는 작업을 통해 “세계 ㅇㅇ국가의 ㅇㅇ”라는 타이틀이 붙는 도서에 우리의 이름도 당당히 씌어 있는 날을 기대한다.

우리 자신도 단군신화의 역사적 의미와 관련된 문화 콘텐츠의 개발을 통해 한 발 더 깊은 지식을 쌓이기는 노력도 필요할 것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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