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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일제 침략사 - 칼과 여자
임종국 지음 / 청년정신 / 2022년 1월
평점 :

칼과 여자 “밤의 일제 침략사” : 아직도 깨어나지 못한 치욕의 역사, 그 이면의 비극들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바라보며 먼저 한국에 장난질 친 건 그들인데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거 아니냐는 일부 우익 인사들의 언행을 보면 “일본 우익 = 한국 우익”의 묘한 상관관계가 갸우뚱하게 만든다.
서슬 퍼런 군화발로 한반도를 저벅 저벅 거침없이 유린했던 일본의 잔학성은 2천만 조선인들에게 크나큰 상처를 주었지만, 오래된 구한말 일제 강점시대의 사진들이 컬러로 복원될 정도로 혁신적인 기술이 새로운 경험을 주는 요즘 시대에 당시의 참담했던 모습들에 대한 경계심과 자각을 주는 의미 있는 행사와 과거 살펴보는 작업들을 좀처럼 보기 힘든 이유를 모르겠다.
제국시대에 열강들이 식민지를 수탈하는 과정을 살펴보면 과정의 꼼꼼함과 수탈의 어두운 창의성에 혀를 내두른다. 콜럼버스가 뜻밖의 대발견을 얻어 건진 이후 세계 각지로 야욕을 드러내던 제국들의 탐욕과 폭력은 함대의 경로가 길어질수록 정교해지고 교묘해 진다. 서양 제국주의의 수탈을 두려워하며 어쩔 수 없는 개항에 응했던 일본인들은 먹히는 사냥감이 되기보다는 잔인한 사냥꾼이 되자! 결의를 다졌고 기민하고 열정적인 벤치마킹을 통해 단기간에 식민지 건설에 대한 노하우를 전수받았고 응용하였다.
이 과정에서 일본인들이 깨달은 두가지, 본인들이 오랫동안 염원했던 대륙에 대한 욕심과 식민 수탈을 위한 다양한 장치들.
첫번째 식민지였던 조선에 제대로 빨대를 꼽기 위해 수많은 정보분석과 인물 포섭, 방법 구상에 꽤나 긴 시간을 보냈음을 알 수 있다.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을 통해 한반도의 기득권을 움켜잡은 일제의 지도자들은 조선이 독립국임을 확실하게 세계열강들에게 주지시키며, 전격적으로 찬탈해가는 일련의 과정을 서슴없이 감행한다.
이런 흉악한 국가적 범죄행위가 진행되는데 또다른 원동력을 제공해주는 집단은 바로 식민지의 “매국노 세력”이다.
개인적인 욕망과 물질적 탐욕을 위해서라면 국가나 민족은 아랑곳없던 그들.
100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 사회 곳곳에 암약하고 있는 친일세력이 국가를 위한 정치세력으로 포장되고, 이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는 추종자들이 넘쳐나는 현실을 바라보면 구한말 어지럽던 정세 속에 갈 곳 잃고 나라까지 빼앗긴 초라한 국가의 정처 없는 발걸음이 현실적인 대안이 없기에 몰아친 국가의 치욕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강점기를 거치며 수탈과 굴욕을 당했음에도 자기 나라를 팔아먹는 이들을 정의의 이름으로 처단하지 못하는 사회에 바랄 것이 무엇일까?
밤을 지배하는 일제의 전략을 뜯어보는 과정은 경험해보지 못했던 역사의 어두운 면을 들추는 작업이다. 김두한이 종로 바닥을 휘 잡던 시절을 그린 만화 “감격시대” 컷 간간히 등장하던 기생과 요정이야기는 그저 술 한 잔 들이켜고 기개랍시고 욕정을 쫓던 당시 건달의 에피소드 하나 정도였다. 하지만, 해방 이후에도 밤의 대통령이 따로 있었다는 말들 속에 이어진 빨간 역사의 시작점은 한양 도성에 머물기 시작한 일본인들의 유흥에 뿌리가 시작되는 의심을 책을 통해 배우게 된다.
몇 십년 전 돈 벌기 위해 일본으로 몰래 건너가 웃음을 팔던 한국 여성들을 비웃던 일본 언론의 음흉함은 여자가 부족해서 한양에 건너와 일확천금을 꿈꾸던 일본 여성들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남정네들이 외지에 모여 살기 시작하면 자유를 만끽하고 싶어하고 뭔가 일을 벌이려는 건 생물학적 속성이고, 제한된 여흥거리에 돈 벌기 위한 기회가 있었다.
그리고, 상황인식에 발 빠른 대한제국의 매국노들은 돈냄새를 결코 놓칠 리 없었고 두 나라의 돈벌레들은 여자를 앞세워 한반도를 탐닉한다.
역사적 과정에는 철저히 스파이 교육을 받은 조선인 본드 걸 마저 등장하니 점입가경이다. 점잖은 역사책 이면에 어두운 사건의 흐름은 뚜렷한 현상을 보이지는 않지만 이해할 수 없는 여러 역사적 꼬인 줄타레를 풀어내는 열쇠 역할을 하기도 한다.
세계대전의 화염속에 일본제국의 헛된 망상은 만주를 넘어 동남아까지 전선을 확장 시킨다.
다행스럽게도 무타구치 렌야 같은 한국의 영웅들이 일본군을 패주 시키며 마지막 두 방의 카운터로 헛된 야욕은 방사능에 오염되었지만, 머나먼 전선에서 노리개로 데려갔던 조선 여성들의 숙명은 처참히 유린된 것도 모자라 타국에서 버림받고 죽임을 당했다.
누굴 탓할 것인가?
일본의 사악함을 논하기 전에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알지도 못하고 자신의 배를 불리기에 급급했던 조선 왕실과 민씨 일가에서부터 개인의 영욕을 위해 나라를 팔아먹었던 친일파들.
50년 넘게 과거의 단죄를 제대로 묻지도 못한 채 아직도 과거의 망령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며 혀를 끌끌 차는 이들에게 역사의 소명을 보여주지 못하는 우리 자신.
동남아의 어두운 정글 속에서 마지막 단발마를 외치던 조선여인들의 비극을 다시 한번 되새기는 기회가 된다.
이 책은 절판되어 오랫동안 구하기 어려웠지만 복간되며 과거의 숨어있던 역사의 일부분을 우리에게 가감없이 보여준다.
문체나 용어가 낯설게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나치게 자극적이고 역사적 오류가 분명 있을 것이라는 의심이 가는 부분도 일부 있다.
하지만, 역사에는 또다른 흐름이 분명 존재한다.
때로는 “야사”라는 거짓말 느낌 풍기는 명칭으로 부를 때도 있고, 잘못된 정보도 묻어나온다.
중요한 것은 역사의 이면 속에 흐르는 비극과 교훈을 캐치해내는 작업이다.
그리고 이면의 역사를 끌어가는 힘 역시 이면의 독자들 개인의 독서와 생각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