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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질서가 만든 질서 - 인류와 우주의 진화 코드
스튜어트 A. 카우프만 지음, 김희봉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12월
평점 :

무질서가 만든 질서 : 진화의 역사 속에서 우주와 물리학 그 이상의 세계를 엿보다
유튜브 한 번 잘 못 봐서 망한 케이스.
과학책에 대한 관심은 꾸준히 있었지만 "안될과학" 시리즈를 자주 보니, 새로운 과학 입문서에 나도 모르게 손을 내민다.
물리학이 사회생활 하는데 얼마나 도움되겠냐고 어깨 툭 치며 웃을지 몰라도, 지적 호기심이야 말로 돈 안들이고 행복을 얻는 선물 아니겠는가?
우주에 지적인 생명체가 얼마나 많이 있을까?
거대한 망원경 사이에서 우주에서 들리는 소리를 찾아 모든 걸 바치는 여성과학자의 이야기를 그린 "콘택트"는 무한하게 확장하는 우주공간 속에서 인간들만 홀로 외롭게 존재하지 않는다는 염원인 동시에 과학적 확신을 영화로 표현해낸다.
생명의 진화는 물리학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복잡계 이론의 대가 스튜어트 A 카우프만의 책은 얇은 분량이지만 페이지를 넘길수록 만만치 않다. 하지만 생명 탄생의 신비로움을 다양한 사건 사고의 용광로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한 하나의 사건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는 저자의 의견에 공감할 수밖에 없다.
"어떤 법칙도 생물권의 출현을 합의하지 않는다"는 주장에 동의표를 던진다.
복잡성, 우연성이 모여 탄생과 진화가 가능했다는 주장은 영화 "쥬라기 공원"의 말콤 박사가 영화 내내 설파하는 카오스 이론과도 연결된다. 암컷만 부화시켰는데도 생명체는 존속과 번식을 위해 새로운 방법을 찾아낸다는 증거가 눈 앞에 나타나자 그랜트 박사가 말콤 박사의 이론이 증명되었음을 깨닫는 장면이 오버 랩된다.
"창발(EMERGENCE)"라는 표현이 책에 자주 등장하는데, 사전적 정의를 내려보면 이렇다.
창발(創發)또는 떠오름 현상은 하위 계층(구성 요소)에는 없는 특성이나 행동이 상위 계층(전체 구조)에서 자발적으로 돌연히 출현하는 현상이다. 또한 불시에 솟아나는 특성을 창발성(영어: emergent property) 또는 이머전스(영어: emergence)라고도 부른다.
원시 세포가 수억년이라는 시간 동안 복잡계에서 자기 조직화와 우연한 상황에 의해 끊임없이 진화하는 모습을 나타내는 부분은 생명이 스스로 창발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태양이 우리에게 빛을 보내고 복잡성을 만드는 에너지를 제공하며 엔트로피의 증가를 늦추는 면도 있지만, 우주가 복잡성을 모두 소진할 수 없다는 점은 생물권의 급증하는 다양한 측면을 설명할 수 있다.
한발 더 나아가 생명체는 더 다양하고 복잡해질 수 있으며, 스스로 가능성을 만들어낸다.
RNA가 눈을 사로 잡는다. 코로나 이후 익숙해진 생물용어 중 하나.
RNA는 유전정보도 운반하고 반응을 촉매하는 기능도 한다. 이 말의 의미는 RNA 리보자임 분자가 자신 스스로 복사가 가능하는 점을 주목하게 한다. 생명현상에 뒤따라는 커다란 순환고리를 통해 세포와 신체가 재생산되는 메커니즘은 이런 과정을 통해 설명할 수 있다.
최초의 생명은 원시세포에서 시작되었고, 생명의 세계는 부글거리며 앞으로 나아간다는 작가의 주장이 딱 들어맞는다.
한 번 읽어서 책의 내용을 다 이해하기는 문과생들에게는 무리다.
하지만 더듬거리며 읽다 보면 생명의 진화 과정과 그 세계를 지배하는 원리에 대한 어렴풋한 동경과 감탄이 드러난다.
복잡한 그림과 수식도 있지만, 놀랍고도 진실한 이야기를 풀어가는 캐릭터들을 등장시켜 이해를 빨리 해주는 템포 조절이 흥미로웠다.
패트릭, 루퍼트, 슬라이, 거스라는 원시세포들이 생명의 탄생과정을 애니메이션 스크립트 보는 느낌으로 진행하며 무겁던 책읽기의 발걸음을 잠시마나 쉬게 해준다.
인간은 대단하다.
과거에 존재하지도 않던 빛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자신들의 원시조상인 패트릭과 조우할 수 있는 상상력을 실현하니 말이다.
선택적 진화라는 개념같이 현재의 생물의 기능과 존재가 시간과 자연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진화의 토대가 되었듯 열린 생물계의 아직 밝혀내야 할 수많은 이론과 과학적 증명들이 그만큼의 수보다 많은 물리학자와 생물학자들을 괴롭힐 것이다. 갑작스럽게 알람이 울리며 행성의 충돌로 지상 위의 모든 생명체가 단층을 이룰 대멸망의 시대가 올 때까지 생명 탐구의 진보와 깊이는 끝없는 확장으로 진화한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