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라네시
수잔나 클라크 지음, 김해온 옮김 / 흐름출판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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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라네시 : 어느 공간 속, 판타지와 기록과 존재 셋. 색다른 SF판타지의 경험


2021년 11월 가장 HOT한 영화는?

“듄 dune” 아닐까?

이제 개봉한 “이터널스 Eternals”가 관객 동원수에서는 꽥 큰 격차를 보이겠지만 코로나의 발걸음 멀어진 극장가에서 일부 매니아에게 국한된 이야기일지 모르겠지만 나름 “듄”은 영화적으로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정이었던 Part2,에 대한 투자승인까지 얻어냈다.

SF 소설의 불모지에 가까운 우리나라는 그나마 영화 분야에서는 관람객들이 찾게 되는 긍정적인 시장이라 다행이다. 스타워즈에서 시작하여 에일리언 시리즈와 터미네이터, 그리고 아바타에 연계되는 흥행의 흐름이 원활하게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인기몰이에 한창인 환타지나 무협 소설 같은 장르 소설과 비교가 무리일지라도 SF소설 자체에 대한 관심도나 흥행은 그나마 예전보다 조금 나아지고 국내에도 역량 있는 작가들의 등장이 반갑다.

아직 많은 독자를 나누고 커뮤니티를 만들기에는 갈 길이 멀지만.

그럼에도 신작들이 제한된 작품 수 내에서 출판되는 일은 독자로서는 즐거운 동시에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데뷔작으로 휴고상에 이름을 올려놓았던 작가가 몇이나 될까?

엔 레키가 “사소한 정의”로 휴고상은 물론 네뷸러, 아서 클라크 상까지 삼관왕에 올랐던 적이 있다.

아무튼 “피라네시”의 작가 수재나 클라크는 2005년 “조나단 스트레인지의 마법사 노렐”로 휴고상을 수상했다. 개인적으로 현존 작가 중에 제일 선호하는 존 스칼지가 이듬해 명작인 “노인의 전쟁”으로 후보에 올랐으나 수상에 실패할 정도이니 수재나 클라크의 수상은 꽤나 충격적이면서도 대단한 성과였다.

하지만, 그 이후 그녀는 16년간 지병으로 집 안에서만 칩거하며 제대로 된 활동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2021년 불쑥 신작을 꺼내 놓았고 그 책의 이름은 “피라네시”이다.

생소한 이름을 외우기 어려웠는데 주인공의 이름이며, 이탈리아의 화가에서 따온 이름이라고 한다.

최근 등장하는 SF소설들의 트랜드가 되어가는 듯한 화려한 색채의 겉표지는 나름 고전적인 규율을 표현하거나 페이퍼 백 만화잡지 같은 B급 감성 묻어나는 과거 SF 소설 표지와는 사뭇 다르다.

그리고 반짝이가 약간은 눈에 거슬리지만 알 수 없는 미로가 가운데 놓여있다.

그리고, 이 표지의 그림은 이탈리아 작가의 과거 그림과도 유사한 모양이다.


SF판타지를 추구하는 책 앞부분에 등장하는 알 수 없는 미지의 장소가 글로만 읽어 내려가서는 이미지를 머릿속에 떠올리기 힘들지만 표지를 눈에 익힌다면 다소 용이하게 주인공과 그를 둘러싼 세계관을 그려낼 수 있다.

연도를 나타내는 2021같은 숫자가 싫어서 새로운 달력을 만들어낸 주인공의 심리상태와 주변환경을 보면 작가가 16년동안 칩거하며 만들어 낸, 또는 갇혀 있던 현실과 멀리 떨어진 세계가 겹쳐 보이게 된다.

간단명료한 배경이 아닌 복잡하면서도 신비로운 – 그리고 항상 바다가 흘러가는 홀들과 돌, 조각상들의 세계는 이질적이면서도 궁금증을 자아내는 신비로움을 드러낸다.

망망대해가 아닌 한정된 공간이지만 살아있는 존재는 주인공과 또다른 인물 하나뿐이다.

오래된 해골을 사람이라고 부를 수는 없지만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존재이지만 주인공은 그들을 명확히 정의 내리지는 못한다.

그리고, 이 낯선 세계에서 주인공 역시 낯설음을 느끼며 과거의 그가 걸어온 행적은 기억하지 못한다.

과거에서 현재로 이어지는 실타래가 끊어졌기에 기록에 집착하며 주인공은 노트에 모든 것을 적어 놓으려 한다.

그러던 어느 날 16이라는 존재가 등장하며 작은 판타지 세계는 새로운 상황에 빠져든다.


N.K. 제미신의 “다섯 번째 계절”을 처음 접했을 때 기억이 난다.

우주 활극과 미스터리한 신비로움에 SF를 즐기던 내게는 환타지가 결합된 작품 도입부에서 낯설음과 당혹스러움에 “흔들”을 마음에 경험할 정도의 이질감과 묘한 쾌감을 느꼈다.

SF가 이토록 색다른 시선으로 독자를 끌어들일 수 있다는 사실이 즐거웠다.

이번에 접한 “피라네시”는 가늠할 수 없는 공간적 환상 속에서 현실이 교차하는 혼돈의 흥미를 이끄는 동시에 저자가 체험한 것 같은 답답한 공간의 공포와 희망이 중간 중간 박혀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스토리에 대한 몰입보다는 저자가 표현하는 낯선 세계의 묘사와 사고방식에서 신선함을 느끼게 된다.


술술 넘어가는 소설은 아니다.

하지만 교묘히 장치된 미로들의 트릭을 결말에 빵 터뜨릴까 라는 기대를 가지고 페이지를 넘겨가면서 우리는 표지에서 보았던 미로와 같은 건축물의 의미와 상상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


색다른 느낌의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16년만의 신작이라는 시간의 기록을 매력포인트로 삼아 집어 들기를 권한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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