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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에 물들다 - 세상 서쪽 끝으로의 여행
박영진 지음 / 일파소 / 2021년 9월
평점 :
포르투갈 : 그 나라에 꼭 가보고 싶다, 유럽에서 포르투갈을 점 찍다.
유럽의 여러 나라를 둘러볼 기회가 없었기에 은퇴 후에는 꼭 한번 떠나야 지 마음먹은 일이 유럽투어다.
과거에는 유적지 같은 관광지 위주의 여행이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요즘은 배낭여행을 넘어 테마 관광이 트랜드가 되는 것 같다.
짧은 일정동안 여러 나라를 돌며 사람 바글대는 모습을 보는 것보다 특정 테마로 묶인 장소와 문화를 즐기는 - 다소는 여유 있고 인생을 되돌아볼 수 있는 - 여행이 개인적인 취향에도 맞는 듯하다.
몇몇 나라에 대한 스케줄을 틈나는 대로 채워 놓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포르투갈이다.
사실 포르투갈은 한때 스페인과 함께 세상을 주름잡던 대국이었지만 지금은 초라해진 / 과거의 영광을 먹고 사는 그런 나라는 아닌가 선입견이 든다.
하지만 부자가 망해도 3년은 가듯, 그들이 일구었던 역사의 뜨거움은 이국인들에게는 관광이라는 요소만으로도 매력적인 나라로 탈바꿈한다.
여행기록도서들은 작가마다의 사연을 싣고 들여다보는 관점이 있다.
단순하게 가볼 만한 곳을 열거하며 시시각각 변화하는 내용까지 담아내는 가이드 북이 본연의 목적인 "투어"에 집중한다면, 여행에세이라는 카테고리로 묶을 수 있는 부류의 도서에는 조금 더 한발짝 멀리 떨어지거나 바짝 다가가서 해당 국가와 도시의 사람과 그들이 영위하는 삶을 들여다본다.
광장에 서있는 웅대한 동상을 사진 찍는 배경화면으로 쓰는 것도 좋은 여행이지만 동상의 역사와 위인의 일대기, 그리고 도도한 흐름 속에서 현지인들이 느끼는 국가관이나 삶의 철학까지 전해들을 수 있다면 이 또한 깊이 있는 여행의 중요한 가치이다.
가이드북에서 보기 힘든 골목 골목 사는 사람들의 모습과 역사가 담긴 화려한 사진들은 친구가 신나게 자기 여행담을 들려주는 즐거움을 공유한다.
리스본 말고는 생소한 도시 이름 중에 눈에 들어오는 "파티마".
아주 오래전 세계의 불가사이 같은 코너에 자주 등장하는 전설의 성모 마리아가 발현한 바로 그곳이다.
세명의 어린 아이들에게 나타난 성모 마리아는 3가지의 예언을 통해 후세 사람들에게 공포와 흥미를 자극하는 소재로 회자되었다.
첫번째는 1차 세계대전의 종말, 두번째는 러시아의 몰락 (소련의 몰락), 그리고 마지막은 한동안 교황청에 의해 발설이 금지되어 비행기 테러를 유발할 정도의 관심을 끌었다.
결과적으로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암살기도 사건이 3번째였다는 교황청 발표가 있었지만, 사실 많은 사람들은 믿기 어려워한다. 과거 교황청에 예언이 알려졌을 때 당시의 교황이 놀라 쓰러질 정도의 충격적인 내용이었고, 앞선 2개의 예언과 급을 비교해봐도 뭔가 더 큰 것이 있지 않았을 까라는 의심을 낳기에 충분하다.
어쨌든 바티칸에서 공식적인 기적의 장소로 지목된 파티마인만큼, 거대한 성당과 매일 이루어지는 특별 미사는 카톨릭을 종교로 하지 않는 일반 관광객에게도 분명 흥미로운 장소일 수밖에 없다.
포르투갈에서 출발하는 순례길도 처음 알게 된 사실이고, 기나긴 여정에 참여할 기회가 있을까 우울함도 살짝 스친다. 리스본이 아닌 알안드라에서 시작한 순례길은 스페인에 비해 잘 알려져 있지 않아 혼자서 움직이기에는 조금 부담스럽다는 생각도 든다. 한달 여의 여정은 정말 고난스러운 여정이겠지만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삶을 관조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임은 틀림없는 것 같다. 한 명의 친구와 같이 떠난다면 중간에 싸워서 원수가 될 지도 모르겠지만.
해외에 가면 꼭 들려보려고 노력하는 장소가 서점인데, 저자 역시 참새가 방앗간을 못 지나가듯 여왕직할시라는 “오비두스”라는 도시의 서점을 촬영한 한 컷 사진이 마음에 들었다.
물론 전문서점이 아니라 여러가지 잡화를 취급하는 상점이지만 넓은 홀에 책들이 빼곡히 쌓여 있고 그 주변을 여유로운 모습으로 앉아있는 주민들의 모습이 평화롭고 인상 깊었다.
초콜릿 잔에 담아준다는 지역의 명물 체리주도 유혹적이다. 1유로면 가격도 훌륭하고.
책의 앞부분에 소개되는 식당 "마르티뉴 다 아르카다"도 한번은 꼭 보마 리스트에 올린다.
포르투갈이 낳은 세계적인 작가 "페소아"가 자주 둘렀다는 레스토랑에는 가게의 홍보는 물론 국민적 영웅인 작가를 기리기 위한 테이블이 준비되어 있다. 평상시 그가 자주 앉던 자리에 그의 작품과 항상 쓰고 다니던 중절모가 전시되어 있다.
마케팅적으로도 훌륭하고 관광객들에게는 비록 작가에 대해 잘 모르더라도 기념사진 찍기에 더할 나위 없다. 더욱이 3만 원가량의 음식들도 훌륭해 보이니 포르투갈이라는 이색적인 정서에 맞는 풍경을 보여준다.
여행 도서를 고르는 이유는 그 나라에 꼭 가겠다는 의지도 담겨있지만, 머나먼 타국에서 사는 사람들의 일상을 엿보고자 하는 마음도 크다.
나라별 정치 사회적 상황도 다르고, 여행자의 시선과 거주민의 시선을 다르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를 아우르는 사람사는 맛이라는 게 있는 것 같다.
스페인 보다는 조금은 덜 화려하고 조금은 더 소박하면서도 자신들의 역사에 대한 자긍심이 강한 포르투갈의 풍경을 빨리 만나보고 싶은 생각이 든 즐거운 책 읽기였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