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열 세계명작산책 7 - 사내들만의 미학, 개정판 ㅣ 이문열 세계명작산책 7
프로스페르 메리메 외 지음, 이문열 엮음, 김석희 외 옮김 / 무블출판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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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들만의 미학 : 작가 이문열이 선택한 남자다움에 대한 단편 조각들



남성답다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나라는 유난히 남성상이 강하다.

지금이야 그마나 기대치가 많이 약해졌고 그동안 상대적으로 열악했던 여권이 크게 신장하면서 성 밸런스도 좋아지고 있다.

하지만 암암리에 강요되는 남성다움에 대한 부담은 여전하다.

사무실에서 꽤나 무거운 생수통 교체하는 것은 무조건 남성들의 몫이었지만, 종종 직장내 여성 우대에 대한 반발심리로 여자들도 생수통 갈아야 한다는 주장이 커뮤니티 자유게시판에 돌기도 한다. 아직 남자들이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하는 반증이기도 하다.


몇 년 더 있으면 80주년이 되는 광복절.

백 년 전 매국노라 하며 친일파들에 대한 증오는 아직도 이 땅을 뒤덮고 있다.

일본 패션회사는 그렇게 오래된 일을 어떻게 기억하냐며 한국인들을 조롱하는 듯한 광고를 서슴없이 내보냈다가 크게 두드려 맞은 기억도 난다.

이쯤 되었으면 그만 나라를 팔아먹은 악의 무리라는 굴레에서 놔줘도 되야하는 거 아닐까?

아니, 우리나라는 용서를 너무 쉽게 한다.

아직 어리니까, 나이가 많으니까, 세상이 어지러우니까, 세상이 평화로우니까.

정 반대의 상황을 잘도 가져다 붙이며 면죄부를 뿌려댄다.

과연 대한민국이 비열한 일본제국주의에 빌붙어 나라를 팔아먹은 이들에게 단죄하였는가, 제대로 시도하려는 의지는 있었는가?

시간이 흘러도 역사의 죄인들을 잊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그들의 행태가 앞으로도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제대로 처벌과 응징을 하지 않은 채 80년을 허송세월한 우리에게는 또다른 유사한 세상이 돌아왔을 때, 더이상 국가나 민족이라는 형태를 쟁취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이 책의 첫번째 단편으로 등장하는 스토리에서 아버지가 숨겨준 죄인을 밀고한 아들에 대해 단죄를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도 같은 이유이다. 아버지로서의 부성애는 극히 절제된 말과 행동으로 오히려 부각된다.

아무리 사랑하는 자식일지라도 율법에 어긋난 행동에는 단호한 결단을 요구한다.

한번 규칙을 어기고 부당한 일을 행한 아이는 훗날 더 큰 불상사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부족의 생사를 위협할 수 있는 일을 저지를 수도 있고, 하나의 냉혹한 규율로 뿌리내렸다.

이야기가 전개되며 아니 이렇게 까지 해야할까? 이것인 사내의 냉철함인가? 어리둥절했지만 재빠른 결말을 보고 난 뒤, 작품 해설을 읽어보며 조금이나마 이해를 할 수 있게 된다. 공감까지는 아직 어렵지만.

폭력적인 결말을 사내의 체취라고 찬양할 수는 없다. 하지만 커다란 규율에 아무리 사랑하는 자식이라도 단호한 행동으로 마무리 짖는 냉철함은 무엇인가 코 끝을 찡하게 만드는 요소가 있었다.


이에비해 두번째로 등장하는 “사카이 사건”은 혼란스러운 상황을 연출한다.

역사의 한 페이지를 썰뚝 잘라와서 묘사한 것 같은 단편 소설은 역사서를 연상케하는 의식적인 문장들처럼 - 사람이름을 지겹게 나열한다. 사건의 한 가운데서 단호함과 국가에 대한 충성, 그리고 무사로서의 자존심을 지키고자 하는 병사들을 묘사해낸다.


메이지 원년 (1868), 프랑스 군과의 작은 충돌은 정국을 어지러워진다.

사실 프랑스군의 일방적인 불법 상륙이었고 이에 대한 정당한 일본군의 정당 방위였으나 향후 양 국 관계를 고려하여 일본 정부는 잘못된 전투를 일으킨 지휘관과 총을 발포한 병사들을 사형시키라는 프랑스의 요청에 응하게 된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용감하게 행동하였으나 돌아온 결과는 죽음이라는 어이없는 상황.

하지만, 군인들은 당당히 자결을 요구한다. 나라를 위해 한 일이니 명예로운 죽음을 선택하겠다는 것이다. 사내다운 모습이다.

그런데 할복을 진행되는 상황은 일본인들이 얼마나 특이한 자결이라는 제도에 집착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아직도 개인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문화인 할복은 끔찍함은 물론이거니와 명예로운 죽음을 선택하는 일이 남성성의 최상의 선택이라는 주입을 의심하게 만든다.

21세기에 들어서며 실행은 받아들이지 않겠지만 그들에게는 명예를 위한 하나의 전통이자 남성다운 기개라고 아직까지 의식에 남아있다.


어지러운 상황극에서 고민하는 무사들의 어지러운 횡보와 거침없이 배를 그어대는 할복자들의 혼란한 풍경을 담담한 필체로 그려내는 작가의 글솜씨는 인상적이고 동시에 낯설기만 하다.


10편의 단편소설은 작가 이문열의 작품활동에 큰 계기가 되었던 소설이었다.

때로는 폭풍같은 아우라를 뽐내지만 커다란 적 앞에 한없이 작아지는 소시민의 모습을 그려낸 작가가 인물과 배경, 그리고 남자다움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게 만들었던 작품들을 한데 엮어내는 작업은 의미가 있었을 것이다. - 발췌자에게나 독자에게나.

이래 저래 정치적 발언 등으로 예전의 인기를 구가하지는 못하지만, 한 때 학창시절 최고의 작가였고, 문장력은 아마 전후 최고의 능력을 가진 이문열 작가가 선정한 작품들은 각 작품마다의 문학적 향취는 다르지만 전체 이야기를 꽤뚫는 선굵은 주제가 일맥상통한다.

“황제를 위하여”가 갑자기 생각난다. 읽은 지 오래되어 줄거리는 어렴풋이 기억나지고 주인공의 모습이 꼭 사내답다는 강건함을 혼자 내재화되어 돈키호테처럼 세상을 지배하고자 노력했다는 기억이 난다. 이런 작품 속 인물들의 한 부분을 단편소설을 통해 연관시키는 기회이면서, 남자다움을 세상사람들이 어떻게 이해하고 살아갔는지 경험할 수 있는 소중한 책읽기였다.






*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인 의견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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