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전트 러너
존 르 카레 지음, 조영학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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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전트 러너 : 존 르 카레의 마지막 질주, 퇴물이고 싶지 않는 스파이

 

 

고인이 된 존 르 카레는 개인적으로 꽤나 이상한 작가와 독자의 관계이다.

그의 책을 많이 읽지는 않았지만 또 아주 적게 읽은 것도 아니다.

스파이물에서는 단연코 이 양반이 넘버원이야 할 정도의 인정을 받지만 워낙 빠르게 전개되는 요즘 시대의 책이나 영화에 익숙해진 탓인지, 굉장히 템포가 느리다.

그런데도 긴장감과 유머는 장르의 표준이라고 봐도 좋다.

전직 스파이 출신이 쓴 소설이라 깨알 같은 디테일을 찾는 재미와 실제 경험담과 동료의 이야기를 오가며 사실적인 표현을 다른 작가들과 비교하는 묘미도 찾을 수 있다.

그의 죽음을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들었을 때, 앞으로도 긴 이야기를 들려줄 것이라 믿었다는 사실에 놀라움과 안타까움이 교차했다.

 

작가 생존에 마지막 작품으로 발표된 “에이전트 러너는 2019년 10월에 발간되었으나 2년이나 꽤나 긴 세월이 흐른 뒤 우리 앞에 등장했다.

 



40대 중반이면 아직 젊은 나이기는 하지만 스파이 세계에서는 퇴물 취급을 받나 보다.

주인공 내트는 배드민턴이나 슬슬 치며 이제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만한 나이가 되었다고 생각하지만 일에 대한 욕심은 곳곳에 숨어있다. 그리고 스파이로서 가족과 거리를 둘 생활을 해왔기에 아내와는 아직도 각별한 관계지만 딸과는 다소 소원하다. 물론 관계개선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

어느 날 자신과 게임을 꼭 하고 싶다는 청년 에드가 그를 찾아오게 되고 브랙시트와 트럼프를 무척이나 싫어하는 정치냄새 풀풀 나는 그와의 인연은 시간이 흐르면서 오붓한 개인의 시간을 함께하는 파트너로 변화된다.

새로운 임무는 그다지 당기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피할 정도는 아니다 보니 기존에 그가 해왔던 경력에 비하면 다소 한 템포 늘어지는 형국이다.

하지만 꼴 사나운 상관의 행태를 보면 그에게는 아직까지 에이전트 러너로서의 책임감과 의지가 남아있음을 우리는 알 수 있다.

그러던 중 똘똘한 부하 직원인 플로랜스가 구상한 새로운 작전인 “로즈버드”를 본부에서 발표하면서 새로운 미션에 대한 긴장감과 흥분에 몰두하게 되었으나 좋았던 분위기는 잠깐 작전이 취소되는 상황에 이른다. 그로서는 격려하던 부하직원의 계획이 틀어졌고 자신의 임무가 하찮아지는 결과가 된 상황이다.

모든 문제들은 바로 이런 부분에서 생겨나게 마련이다.

로즈버드 작전과는 별도로 새롭게 입수한 첩보를 위해 자신만의 계획을 준비중이었는데 일이 꼬이기 시작한다.

책을 읽어보면 이렇게 일이 꼬여가는 인물과 상황의 설정은 고전적이기는 하지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주인공 내트의 움직임은 책장 읽는 속도를 빠르게 만들어준다.

 

나이가 먹어간다는 것은 직업적인 감을 떨어지게 만드는 주요 원인이다.

한물 간 에이전트 러너인 내트가 고군분투하게 되는 기저에는 나이 드는 서글픔이 섞여 있고, 작가의 아쉬움도 같이 한다. 배드민턴 파트너이자 또다른 주인공 에드와 비교되는 설정이다.

 

항상 유작은 더욱 애착이 갈 수밖에 없다.

어쩌면 작가가 써 놓은 실질적인 유작과 다른 작가가 이어서 종료시키는 작품이 나올 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이 시대의 한 장르를 개척했던 위대한 작가의 죽음 앞에서 그를 추모하는 동시에 그가 그려냈던 소설 속 인물들의 종말도 같이 지켜봐야 한다.

영화와 드라마로 재창조되는 그의 많은 작품처럼 이 소설도 빠른 시간 내에 스크린에서 다시 한번 만나보기를 기대한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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