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팅, 자연의 따끔한 맛 - 독침의 비밀을 파헤친 곤충학자 S의 헌신
저스틴 슈미트 지음, 정현창 옮김 / 초사흘달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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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팅, 자연의 따끔한 맛 : 살아남기 위한 꿀벌과 개미의 투쟁사, 독침 맛 한번 볼 거야?
 
 
전쟁의 서막이 시작됐다.
지난주 한 마리가 귓등을 스쳐 지나가는 소리에 새벽 3시 30분간 치열한 추격 끝에 치직거리는 승리의 나팔을 끝으로 한밤중의 전투는 막을 내렸지만, 날이 무더워지는 6월부터 우리는 모기와의 전쟁을 시작한다.
따끔하게 물렸을 때의 고통은 별로 없지만 몇 분 후 벌겋게 부어오르며 가려움을 유발하는 통증은 애매한 경계 수준에서 거슬린다.
살아오면서 벌에 한 번 쏘인 어릴 적 경험 빼고는 대부분 모기나 개미였기 때문에 독침으로 인해 고통을 호소한 일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 다행인가.
 
"슈미트 고통지수"라고 있다.
벌레의 독침이 찌르고 들어왔을 때의 고통의 수준을 1~4까지 나누었는데 높아질수록 고통도 크다.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 곤충학자인 저스틴 슈미트가 만든 인덱스이며 공포의 레벨 4위 최상위는 "총알개미(Bullet Ant)"다.
발 뒤꿈치에 3인치짜리 녹슨 못이 박힌 채 불꽃이 타오르는 숯 위로 불 속을 걷는 느낌이라고 표현한다.
2위는 공포의 모습을 한 타란튤라도 사냥한다는 타란튤라 호크 (4.0), 3위는 종이 말벌 (3.0)이 꼽힌다.
-에이, 그거 찔려보지도 않고 어떻게 레벨을 나눌 수 있어요?
철모르는 질문은 하지 말자.
이 사람, 직접 벌레들에게 쏘여보고 고통을 느낀 체험을 기반으로 만든 지수이다.
앞으로도 같은 일을 할 사람은 없기에 괴짜들의 노벨상이라는 이그 노벨상도 수여하게 된다.
 
독침의 치명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는 바로 이 책의 저자이기도 하다.
 
인간의 유전자에는 뱀에 물리면 위험하다는 기억을 빼곡히 적어 놓아 후세에게 물려주었기 때문에 뱀 회피 기억 유전자가 새겨진 자손들이 번성할 수 있었다. 뱀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 있는 자들의 유전자는 후세대들은 모두 뱀에 물려 사망하였기에 지금 살아 남아있지 못했을지도.
인간은 위험한 동물과 곤충을 무의식적으로 피할 수 있는 유전정보의 전달을 통해 안전을 담보 받았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다.
사랑하는 아이들의 침대를 보자.
무슨 인형이 보이는가?
사자, 호랑이, 코끼리, 때로는 거대한 보아 뱀 봉제 인형도 보인다.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정글의 주인공들은 사실 인간에게 대단히 위협적인 존재이고 현실에서 평생 마주칠 일 없기를 바라는 대상이다. 아이에게 담대함을 심어 주기 위한 일도 아닌데 왜 아이들은 맹수들을 좋아하고 부모들은 위험한 동물들의 외모를 한 장난감을 사주게 될까?
유전자에 분명 피해! 라고 써 있는데 말이다.
심지어 강력한 침을 가진 말벌이나 꿀벌 모양의 옷을 노랑검정 아기옷을 입히기도 하니, 어이쿠야!
 
고통이란 무엇일까?
침이 주는 고통에 대한 메커니즘은 평상시 생각해보지 않은 우리 몸의 신비로움을 일깨워준다.
뜨거운 주전자에 손이 닿았을 때, 뇌의 통제를 받지 않고 바로 손을 떼라는 행동 지시가 떨어지는데 고통이 과거의 기억에서 하지 말아야할 일로 입력되어 빠른 결정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생각할 필요도 없이 행동이 진행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디부터가 고통일까?
견딜 만한 고통은 고통이 아닐까?
약간은 철학적인 질문일 수도 있고, 고통의 정의를 명확히 내리긴 어렵겠지만 이 것 하나는 확실하다.
“모든 동물은 고통을 회피한다는 점이다.”
뇌도 없고 자의식도 없는 짚신벌레 주변에 식초를 한 방울 떨어뜨리면 물의 농도가 다름에 따라 반사적으로 있던 자리에서 회피기동을 한다.
하지만 약한 고통은 약간의 쾌락과 연결되기도 한다.
이빨이 살짝 흔들릴 때, 어이쿠 소리가 나올 정도에는 못 미치는 약한 고통이 전달되지만 의식적으로 즐기듯 혀로 해당 치아를 툭툭 치는 행동을 하며 만족해한다.
고통의 강도 차이에 따라 쾌락으로 변할 일은 없지만 자기도 모르게 약한 고통은 즐기기도 한다.
 
고통이 한 끼 식사의 즐거움을 위해 인내 되는 경우도 있다.
곰들은 벌집에 담겨있는 탐스러운 꿀과 애벌레에 탐닉한다. 벌들이 총공세를 펼치더라도 아랑곳없이 패악질을 계속 하는데 혹자는 벌의 강력한 침을 두꺼운 피부와 거친 털이 막아낸다고 이유를 설명한다. 하지만, 진실을 열어보면 반은 맞는 소리지만 반은 틀리다고 한다. 눈, 코, 귀, 혀, 얼굴 같이 연약한 부위에도 공격을 받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떻게 벌집을 파헤칠 수 있냐고? 곰에게는 벌에 쏘이는 고통보다 꿀의 달콤함이 더 좋기 때문에 고통을 인내하고 포식을 즐기는 것뿐이다.
고통이 즐겁지는 않겠지만 식욕이 우선시되는 아이러니한 모습이기도 하다.
수컷들의 침은 큰 고통을 주지 않지만, 액션으로 우리를 속이기도 한다. 생식기능과 약한 방어기능을 갖춘 녀석들의 침은 고통을 주지 않음에도 너는 한 방 맞으면 골로 가는거야! 라며 우리를 속인다. 블러핑이라니.
침에 한번 쏘여봤다면 수컷인지 암컷인지 일단 피하게 되는게 우리의 유전자에 각인된 판단 능력이기도 하다.
 
책의 전반부는 독침에 대한 본질과 과학적 해부에 대한 내용을 살펴본다. 곤충들이 생존을 위해 어떻게 침을 활용하는지, 과학적 원리는 무엇인지. 후반부는 여러가지 종들의 생태를 조금 더 깊숙이 들여다보고 다큐멘터리를 보는 느낌의 생태학적 관찰과 에피소드, 그들의 강력한 독침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간다.
동물이나 식물에 대한 이야기보다 상대적으로 접하기 어려웠던 곤충, 특히 벌과 개미들의 이야기는 사람들이 작은 생명체이지만 그토록 마주치지 싫어하는 치명적 고통의 이유를 차근하게 알려준다.
 
-땀벌과 불개미
-땅벌과 말벌
-수확개미
-타란툴라대모벌과 단독성 말벌
-총알개미
 


각 챕터마다 저자가 학자의 탐구심을 넘어 개구장이 같은 호기심이 가득 담긴 어드벤처와 만날 수 있다.
곤충을 함께 탐구하던 친구들의 베이스캠프로 폴리비아 시밀리마를 끌어들이는 장면은 코미디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웃음이 나오지만, 세 번이나 시도한 끝에 결국 채집에 성공하는 곤충학자의 집요함과 기회를 놓치지 않는 열정에 감탄한다.
거친 과정이 있었기에 직접 고통을 맛보면서 곤충의 세계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드러낼 수 있었을 듯하다.
 
초등학교 시절, 궁금증을 자아내던 벌들의 집단구성과 역할분담, 그리고 세대를 거듭나는 방법에 대한 관찰을 재미있는 소설 써 내려가는 듯한 필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실제로 침의 역할이 공격보다는 방어용이라는 사실은 우리가 그들을 오해했다는 미안함이 들게도 했지만, 침에 찔려도 아랑곳없이 꿀의 달콤함과 애벌레의 단백질을 노리는 여러 동물들의 도전에도 박수를 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의 MVP는 "총알개미"를 뽑고자 한다.
앞서 이야기한대로 고통지수 최고자리를 차지하는 녀석이기 때문이다.
저자가 코스타리카에 방문했을 때, 총알개미를 극도로 조심하라는 경고표지판을 여럿 보았다.
심지어 사망자가 여럿 나온 큰삼각머리독사의 서식처임에도 말이다.
다행히 총알개미는 인간에게 극심한 고통을 남겨주지만 사망에 이르는 경우는 아직 없다고 한다.
이 녀석에게 물린 리처드 스프루스라는 식물학자는 "쐐기풀에 10만번 찔린 느낌"이라고 표현한다.
총알이라는 이름 자체도 고통이 총에 맞은 수준에 비견했기 때문이다.
책에는 호기심 가득한 저자가 포집한 총알개미를 두꺼비에게 실험적으로 먹이는 장면이 있는데 강력한 독침에 물려 깜짝 놀랐지만 연달아 개미들로 만찬을 벌이는 두꺼비를 보며, "YOU WIN"이라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
 
필사적으로 자신들과 둥지를 보호하려는 꿀벌들은 인간과 공생관계를 맺은 것일까?
벌들의 보금자리를 약탈하던 인간은 조금 더 손쉽게 달콤한 꿀을 수확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고 사람의 손길 보호 아래 열심히 꿀벌들은 꿀을 모은다. 지독한 약탈자들은 한방울까지 노력의 결과물을 압수해가고, 집까지 털어가지만 벌들은 덕분에 영원한 번식과 종의 생존을 보장받는다.
 
침은 공격용이 아니라 방어용이고, 심지어 수컷들은 액션만 부리며 자신들을 지키려고 페인트 모션을 쓴다. 결국 침을 가진 곤충들은 살아남기 위한 마지막 수단이자 강력한 무기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양봉업자들의 보호를 받은 곤충들은 공생의 길을 모색하고 철통같이 곰돌이 푸로부터 지켜주는 우리를 경외할 것인가?
 
독침에 쏘이기는 싫지만 매력적인 곤충들의 생태와 집요한 곤충학자의 모험담이 기다리고 있다. 노란 색 표지의 이 책은 서점에서 찾기도 쉬울 것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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