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핵심만 남기고 줄이는 게 체질 - 필요한 만큼만 읽기, 쓰기, 말하기, 생각하기, 행동하기
김범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4월
평점 :
핵심만 남기고 줄이는게 체질 : 덜어내는 마음의 미니멀 라이프, 시간이 살찌다.
이 책은 실용서는 아니다.
인생의 노하우를 자기계발이라는 카테고리로 묶어 제안하는 도서들이 하루에도 수 십 권씩 서점 신간 코너에 쌓인다.
개중에는 인생의 관점을 바꿀 만한 대단한 책도 있고, 개인 넋두리 들으라고 이걸 샀나 자괴감이 드는 책도 의외로 많다. 특히 영업의 성공을 빙자하여 뻔한 이야기로 드립치는 책은 아차 내가 이걸 왜 샀지 지갑에 송곳을 꽂고 싶다.
과하디 과한 시대.
음식, 욕심, 사람, 놀 거리, 이야기, 테크놀로지.
부족함 없는 세상에 부족한 두가지는 시간과 돈뿐 아닌가.
과유불급.
좀 덜어낼 수 있는 기술적 방법이 있다면 인생의 하루가 좀 가벼워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서 책을 골랐다.
그러나.
현란한 덜어내기 수업을 가르치는 책은 아니었다. 자기계발 분류가 아니었다.
에세이와 함께 자기 성찰의 시간을 지금부터 갖겠습니다. 이런 느낌.
흰 바탕에 검은 글씨, 오톨도톨한 음각의 멋진 겉표지에 비해 아주 작은 불편함을 주는 뒤 표지의 유별남은 마케팅으로 접근하기 보다 뭔가 독자에게 메시지를 던지고 싶어한다는 느낌을 준다.
-난 뭔가를 줄이는 기술이 필요했어요.
실망할 필요는 없다.
잔잔하게 책을 넘기다 보면 실용서가 아닌 두런 두런 이야기 속에서 무엇을 줄이는게 현명한 것일까 또는 나 자신과 대화를 하는 모습을 통해 새로운 삶의 방식을 키워 나갈 어렴풋한 방향성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총 5개의 덜어냄에 대해 목차가 구성된다.
읽기 / 쓰기 / 말하기 / 보기 / 생각하고 행동하기
아니 이걸 어떻게 줄이라는 거야 라는 말이 목구멍을 타고 넘어오는 주제와, 아, 이건 방법만 조금 쓰면 나도 할 수 있겠는 걸 자신감을 붐 업 시키는 주제들이 혼재한다.
그래, 저자와의 대화를 통해 그의 덜어내기와 나의 덜어내기 경쟁을 한 번 해보자.
책 한 권 읽으며 다짐을 하며 책장 넘기는 일은 익숙하지 못하지만, 아무렴 어떤 가.
어렸을 때부터 우리는 다독가를 동경했고, 그렇게 되려고 노력했다.
거실에 장식된 세계문학전집을 바라보며 다 읽지도 않은 장서에 괜한 자부심도 있었고, 언제 읽을지도 모르는 책을 사 모으며 책은 읽지 않고 구매만 해도 내 인생에 플러스야 라는 되도 않는 소비를 했다.
안 봐도 될 책, 볼 필요 없는 책, 조금 도움이 되지만 읽는데 들어가는 시간을 생각하면 빨리 페이지를 끝낼 책.
책의 다양한 만남을 돌이켜보면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 행위인가에 대한 반성과 아쉬움이 교차한다.
표지가 예쁘거나 저자의 약력에 속아서 산 책은 구매비용 보다 더 소중한 시간을 낭비한 실수의 대가를 치룰 수밖에 없다. 읽을 책도 많고 놀 일도 많은데 왜 저런 걸 읽느라 시간을 낭비했담.
책 고르는 기술을 기술한 책을 읽어 봐야 한다는 말인가.
"지금, 여기"를 선택의 기준으로 삼으라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책의 선택에 있어서 오늘이라는 제한적 조건은 현실성 있는 선택을 할 기회를 높인다.
현명한 책 선택은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으며, 책이 인생 리모델링의 불쏘시개가 되는 이유기도 하다.
세상에 새로운 미디어가 홍수를 이루고 독서 인구가 해가 갈수록 신생아 비율과 보조를 맞추지만, 인류의 가장 오래된 지혜의 보고임을 깨닫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란한 유튜브 알고리즘의 동영상을 보고 나서 클럽에서 돌아온 후의 허탈감과 비슷한 감정을 느낄 때도 되지 않았을까?
서점 산책의 기술로 3가지가 제시된다.
-베스트셀러라고 무턱대고 구매하지 말자
-미리 구입할 책의 목록을 정하자
-너무 두꺼운 책보다는 내가 읽을 수 있는 분량으로 정하자
책을 모으는 것만으로도 내 지식의 창고가 부자 된다는 착각 속에 일단 사고 보는 잘못된 도서구입방식에 빠져 살았던 나에는 읽기도 줄여야 한다는 조언이 거부감을 들게 한다.
하지만, 목적 없는 책 읽기 역시 인생이 목적 없어지는 낭패를 볼 수 있게 만드는 원인이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된다.
글 쓰기에도 힘을 줄여야 한다.
여백이 주는 의미를 빽빽함으로 채우려는 욕심을 줄여야 하며, 불필요한 어휘나 내용도 과감히 정리할 수 있어야 깔끔한 글이 된다.
이 책의 레이아웃을 보면 굉장히 깔끔하게 정리되고 여백의 여유가 느껴진다.
실용서라기 보다는 에세이 성격의 생각을 정리한 책이라고 앞에서 이야기한 특성이 가장 큰 이유겠지만, 작가의 덜어내기 기술이 세련되게 적용되었다는 느낌이다.
접속사를 빼면 글이 한결 가벼워지는데 쓰다 보면 습관적으로 쓰게 되는 자신의 글을 많은 사람들에게서 발견한다.
불필요한 동작은 꾸준한 노력과 신경쓰기로 습관화시키는 요령 밖에는 없다.
교육을 받을 때 강사가 마지막 던지는 대사.
"아, 이거 한 시간은 더해야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데..."
익숙하게 듣던 클로징 멘트다.
책에서는 따끔한 일침을 던지는데, 두가지 용서 불가의 죄목이 붙는다.
-정해진 시간 내에 자신의 이야기를 정리하지 않는 게으름
-어차피 한 시간 더하지도 않을 것임에도 말하는 허언
무릎을 탁 친다.
그래 맞아, 학생들은 땡 하면 강의가 완료되길 원한다. 선생님은 시간에 맞춰 전달할 분량을 세심하게 조절하고 왔어야 했다. 하지 않아도 될 말까지 늘어놓고 삼천포로 빠지다 정작 중요한 후반부 내용을 놓쳤는지 학생들이 확인하기란 불가능하다. 한 시간 더 하는 건 더더욱 No.No.
불필요한 말을 제거해야 하는 이유는 사례 하나만으로도 충분하게 전달된다.
줄여서 본다는 조언은 마음에는 꼭 들지만 사회생활에 있어 쉽지 않는 결정을 내려야만 가능한 일이다.
증권 어플리케이션. 주식시장에 담을 쳐야 하는데 2021년 5월의 분위기와는 사뭇 달라야 한다. 많은 사람들은 쉽게 결단을 내리기 어렵다.
SNS. 이건 조금 노력하면 가능하다. 퍼거슨 경이 의문의 1승을 자주 거두는 이유의 대부분은 앞뒤 가리지 않고 올린 트윗이나 페이스북이 원인이다. 내 주장이 확실하지 않다면, 그저 누군가의 이야기에 동조하는 수준이라면. 멘토가 될 만한 인물이 올리는 내용을 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미디어의 역할만 SNS 앱에게 맡기는 전환을 제안한다.
단톡방과 메일은 적게 볼 수 있겠지만, 직장에 묶인 몸들에게는 쉽지 않다.
최근에도 퇴근 시간 이후 단톡방에 올라오는 메시지에 신경이 예민해지는 경우가 있는데, 퇴근 이후 집에서 일을 처리할 수도 없으니 마음을 비우고 다음날로 스킵하는 수양이 필요하다.
집 안의 가구며 책, 가재도구 등 불필요한 물건들을 싹 다 버리고 최소한의 도구만을 사용하는 미니멀 라이프가 몇 년 전부터 유행이다.
일본이나 유럽 등 나라별 사례가 소개되기도 하고, 유명인들의 소박한 삶이 인문학적 흥미요소와 결합되며,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까지 확산되었다.
많은 사람들은 그저 동경의 이미지 정도로 가지고 있고, 실생활에 적용가능한 대상은 1인 가구 정도로 제한적이긴 하다.
지난날의 마인드는 집을 채우는 일이 하나의 성과이자 취미였다.
다양한 화초부터 수석, 책이나 음반, 가사도구까지. 비어 있는 공간을 채워 나가는 삶의 즐거움은 어느 순간 허망한 웃음으로 중단되기도 하지만 쇼핑을 나가 가슴이 두근거리는 상품을 지불하고 집으로 돌아오며 저녁시간을 갖는 일들은 소시민의 행복이기도 했다.
시대는 변한다.
소유가 아닌 공유의 시대이고, 구독경제가 새로운 트랜드로 사람들의 소비욕구를 대체한다.
급격한 상품의 회전 교체 주기로 피곤해지는 쇼핑심리는 욕심을 자제하고 마음을 비우면 빈 만큼 욕심도 줄어드는 기적을 체험하게 만들기도 한다.
모으는 삶, 버리는 삶.
정답도 없고 밸런스를 맞추는 일이 중요한지도 모르겠다.
나이를 한 두 살 먹어가면 영원하리라 착각했던 모래시계의 남은 부분이 점점 줄어들어 속상해진다.
물건을 버리는 행동변화는 당장 어렵지만 꼭 필요한 책을 읽고, 꼭 하고 싶은 글쓰기나 말하기를 실천한다면 유한한 남은 시간을 조금은 더 효율적이고 보람 있게 쓸 수 있지 않을까? 저자의 이야기처럼 남들 다하는 시간을 아끼고 모아 내가 진정 하고 싶은 일을 이루는 방식이야 말로 미니멀 라이프 아닐까?
글을 쓰며 방을 훑어보면 읽지도 않고 보지도 않을 책이나 블루레이가 쌓여 있다.
저 돈을 조금 아껴서 차라리 투자를 했으면 후회가 된다.
운동하는데 더 쓸 수도 있었고.
현재에서 중요한 결론은 지나간 과거의 일들을 후회하고 뭔가 고쳐보려고 노력하려는 마음을 발로 뻥 차버리고 미래를 위해 무엇을 하고 시간을 쪼개기 위해 덜어낼 나의 과유한 일이 무엇이지 정의 내리고 줄이는 결심을 실행하는 일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