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의 역사 - 인류의 기원에서 인공지능까지
호세 안토니오 마리나 지음, 윤승진 옮김 / 라이팅하우스 / 2021년 2월
평점 :
절판


지능의 역사 : 위대한 사피엔스로서 인류가 길과 미래
 


 
인공지능이 얼마나 세상을 바꿔 놓을지 가늠조차 안된다.
자율 주행차
챗봇
전자 심판
AI 판사
 
몇 가지 떠오르는 단어들.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AI의 발전이 우리의 생활과 맞닿는 분야다.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 “스페이스 오디세이”에는 우주비행사 두 명이 소리가 들리지 않는 방음공간에 들어가 미쳐버린 인공지능인 HAL을 정지시키려는 대화를 나눈다. 유리창 너머 움직이는 두 명의 입술을 독순술로 읽어낸 HAL을 인간을 살해하겠다는 결심을 내린다. 지능이 생존 본능을 인지하고 실행에 옮기는 순간이다.
지능은 본능을 앞서지 못하는 걸까라는 의문을 가지게 되었던 장면이기도 하다.
어쩌면 지능의 비밀을 0과 1의 숫자들에게 넘겨주며 사피엔스는 장대한 역사의 끝을 향해 달려가는 우울한 미래는 아닐까?
 
코로나로 인해 언택트가 늘어난 만큼 오프라인에서의 다양한 활동의 매개체로 인공지능이 활약할 수 있는 영역도 대폭 넓어졌다.   손오공의 분신술 같은 매직이다.
지금까지 지능은 인간의 독점적인 능력이었다. 
인간을 동물과 구분할 수 있는 명확한 경계선이며, 지금까지 끊김 없는 변화의 원동력이기도 하다.
현생인류를 호모 사피엔스라도 부르는데 이 역시 지혜가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인류가 지금의 위치에 오게 된 원인이자 결과는 "문화"라는 단어로 함축할 수 있다. 
지능을 통해 문화가 발전하고, 다시 문화가 지능을 향상시키는 절묘한 선순환은 대기권 밖으로 로켓을 쌓아 올리는 믿기지 않는 도전과 눈부신 성과를 가져다주었다.
 
저자는 "우스백"이라는 미래에서 온 가상의 인물을 통해 인간이 겪어왔던 역사를 파헤치는 서술을 해 나간다.
그의 눈을 빌려 원시인류에서 시작하여 현재의 문화까지 어떻게 진화가 진행되었는지를 객관적으로 살펴보는 방식으로 이해하면 된다.
 
사피엔스의 가장 큰 무기 두 가지는 상상력과 언어이다. 다른 어떤 동물도 해내지 못하는 고도의 지적 유희인 상상력으로 현재보다 나은 개선을 할 수 있었고, 변한 후의 모습들은 말과 문자를 통해 대대손손 이어질 수 있는 획기적인 창조가 기능해졌다.
세상 모든 생명체는 DNA를 통한 세대간 정보의 전달 밖에 할 수 없다. 오로지 인간만이 체외의 도구를 활용하여 후손들에게 지식과 문화를 전달할 수 있게 된다.
  


인간의 뇌는 이중지능을 가지고 있다는 대목은 새롭게 알게 된 내용이다.
생성지능, 관리지능으로 나눌 수 있는데 생성지능은 상상, 꿈, 이야기 같은 것들을 만들어내는 생각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관리지능은 생성지능이 만들어 낸 것들을 검토하거나 검열하여 밖으로 표현할 내용과 아닌 내용을 구분하는 작업을 해낸다. 
생성지능이 과열되거나 관리지능이 약화되면 강박장애, 환각, 충동조절장애, 자폐증, 조현병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지능의 발전은 생성지능을 정복하여 재설계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는데 결국 자기 제어를 확정해가는 과정이라고 한다.
 
지능의 역사를 살펴보기 위해 인류를 변화시킨 중요한 축을 살펴보는 방법이 꽤나 효과적인 시각이었다. 인류의 성장과 변화는 지능과 영향을 끼치며 거대한 인류 역사의 방향을 바꾸었으며 지능이 인간에게 극적인 결과물을 쏟아 내기도 한 변곡점을 만들어 냈다.
 
첫번째의 변곡점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지금의 인류가 지능이라는 시간의 두터운 퇴적물들을 흡수하고 확장할 수 있게 만든 근본적인 혁명적인 사건이다.
농경생활의 시작이다.
수렵생활과 떠돌이 생활을 하던 인류가 한 곳에 정착하며 농사를 통해 식량을 조달하는 방식은 인간이 번성하고 안정적인 지식의 전수가 가능한 시발점이라고 볼 수 있다. 집단을 통해서 사는 법을 배웠고 집단이 움직이므로 얻을 수 있는 다양한 장점들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며 자연생활에서의 독점적인 경쟁력을 키울 수 있었다. 안정된 정착생활은 사회화로 이어지면 문명을 쌓을 수 있는 기본적인 토대가 된다.
경험의 축적은 발전을 이루어 냈고 식량 생산량이 소비량을 초과하기 시작하면서 상업, 분업, 보호의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지배계층과 피지배계층이 구분되며, 결국 경쟁과 전쟁, 평화라는 인간의 속성이 되어버린 현상들이 등장한다.
 
두번째 축은 종교.
종교를 필두로 정치와 경제의 영역에서 자신의 내면으로의 이동이 되는 거대한 움직임이 생겨난다. 대략 기원전 750~350년 시기이다.
오늘날까지 커다란 영향력을 발휘하는 대종교들의 태동이고, 이는 사피엔스의 인간다워짐을 의미한다.
인간은 더 높은 이상의 존재를 설정하고 추종함으로써 내부의 모습으로 회귀할 수 있었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었다.
종교는 인간이 살아가야할 길을 제시한다. 보편적 가치를 설파하여 사회의 안정성을 높이고 안정적인 체제를 유지하는 힘을 확보한다.
 


지능은 부조리함을 극복하고 새로운 희망을 찾아가려는 의지와 결합하며 세번째 축을 잉태한다.
종교에 의해 억압받던 인간 본연의 모습, 이성과 휴머니즘은 새로운 이상의 모습으로 사람들을 갈망하게 만들고 결국 르네상스를 통해 인간 스스로가 위대한 창조자의 모습으로 성장한다.

지금 우리는 네번째 축을 살아가고 있다.

앞서 언급했던 우리의 지능이 만들어낸 인공지능과 한 하늘 아래서 호흡을 같이 하기 시작했다.
포스트 휴머니즘, 트랜스휴머니즘 시대이다. 초지능의 시대이다.
딥러닝이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HAL이 인간을 능가할 수 있는 무한한 영양분을 제공하고 있고, 딥페이크는 유명 여배우를 흉내내는 기술에 넋을 읽고 쳐다보게 된다.
물론 공상과학 영화를 많이 보았기에 기술의 발전을 디스토피아 적인 미래의 모습과 연관 짓는 상황은 지나친 비약일 수 있지만, 많은 일자리가 기술의 발전에 의해 빼앗기고 결코 인간에게 새로운 기회가 돌아오지 않는 사회로의 전환은 우려를 하고 대안을 마련해야 만한다.
관찰자인 우스백은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연민, 평등, 정의라는 가치에 대해 다시 한번 관심을 기울여야 하며, 이성과 과학을 맹신하기 보다는 같이 지능을 이끌어가는 요소로 조화를 이루어야 함을 충고하고 있다. 이것이 지능이 사피엔스로서 앞으로도 지속적인 역사의 페이지를 써 내려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지도 모른다.

중간에 삽입된 다양하고 재치 있는 삽화나 복잡한 개념을 두 페이지의 도식된 그림으로 정리하는 방식은 생각보다 읽기에 철학적 사고와 감정의 어지러움을 처리해야하는 저자의 서술을 조금은 정리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유발 하바리의 "사피엔스"를 꺾고 스페인 인문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던 책의 저력을 실감할 수 있는 책 읽기였고 즐거운 경험이었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