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맛 - 짜장면부터 믹스커피까지 한국사를 바꾼 아홉 가지 음식
정명섭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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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한국인의 맛 : 한국인의 소울 푸드에 담긴 근현대사의 굴곡

 


 
일본이 우리의 "김치"를 "기무치"라는 이름으로 자기네 음식인양 세계화시키려는 수작을 보도 많은 한국인들이 분노를 느꼈고 우스운 놈들이라며 혀를 차곤 했다.
최근 "한복"이 자기네 고유문화라며 중국이 어설픈 언론플레이를 하는 광경도 목격하는 상황을 보면 우리의 문화와 먹거리가 세계화라는 기분 좋은 글로벌 스탠다드에 합류하는 순간임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면 이런 오리지널에 대한 자신감과 우월감이 부질없는 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한국인의 소울 푸드가 된 9가지 음식들을 보면, 본의 아니게 역사의 굴곡진 근현대사의 수레바퀴 속에서 우연과 필연을 동반하며 외부에서 들어와 우리만의 색깔을 가지게 된 상황이다. 여기에 오리지널이 뭐가 중요하며 우리만의 기술이 녹아서는 일이 뭔 대수겠는가?
어려웠던 시절 먹을 게 없어 전전긍긍하던 조선인과 한국인의 허기진 배를 채우고 부족한 영양분을 채워준 고마운 마음이 더 중요한 거 아닐까?
우리 고유의 음식이 "Made in Korea'를 달고 세계인들의 인정을 받는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은 세계인의 식탁과 정서에 우리의 노력이 하나되어 즐거움과 건강을 선사하는 일 아니겠는가?
 
짜장면과 짬뽕이 중국음식인가?
중국에서 유래한 음식인가?
-짜장면과 짬뽕은 중국에서 유래한 음식이 우리만의 정서와 역사를 통해 새로 탄생한 우리 음식이다.
결국 이 문장이 제일 합리적이고 유효한 공식이라고 믿는다.
 


개인적으로 김밥이 항상 고민스러운 음식이었다.
한식인가 일식인가?
쉽게 구할 수 있는 김이나 박고지를 이용해서 만드는 음식인 일본의 노리마키. 김에 밥과 시금치를 올리고 소금 간을 한 계란을 넣은 다음, 설탕과 간장으로 졸인 박가오리를 넣어 돌돌 만 음식.
김밥과 비슷하기도 하고 다르기도 하다.
아니, 김밥이라는 형태 자체가 마키의 변형이라고 봐도 무방하잖은가?
해방 이후 한국사람들은 노리마키를 곁눈질로 보되 우리가 먹고 싶은 재료를 채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구하기 쉬운 재료들도 집어넣었다.
간편하고 맛도 좋은데 건강에도 좋은 김밥은 그렇게 한국인의 소울 푸드가 되었고 소풍에는 무조건 김밥에서 시작하여 천국으로 시작한 프랜차이즈와 편의점에서 가장 인기 좋은 메뉴로 세대를 불문한 인기음식의 상위권에 우뚝 섰다.
김밥은 일본음식인가, 한국음식인가?
일본에서 유래하였지만 한국 고유의 식재료로 거듭난 한국음식이다. 이렇게 정리하면 되지 않겠는가?
 


학교 다닐 때 가장 인기있던 도시락 메뉴는 카레였다.
보온도시락 통에 국을 넣은 부분에 노란 카레가 들어있으면 친구들의 표적이 된다.
가끔 통 큰 엄마들은 커다란 병에 친구들과 나눠 먹으라고 넉넉한 양을 넣어 주시기도 했다.
세월이 흐르고 나이를 먹어 그 학생들은 직장인이 되었다
시간이 흘러도 어린 시절의 입맛은 변하지 않아 구내식당에서도 인기있는 메뉴는 카레라이스고 외식할 때는 고급스러운 커리 집을 찾기도 한다.
 
식민지의 음식을 자신들만의 형태로 변형하여 즐기고, 이를 또다른 제국주의가 카피하고 다시 또다른 식민지의 식탁에 오르게 된 긴 여정은 추억의 맛과는 달리 쓴 맛이 느껴 지기도 하다.
 
인도사람들이 오뚜기 3분 카레에 놀란다는 돌고도는 음식의 아이러니이기도 하다.
 
공화춘 짜장면으로 대표되는 진정한 한국인의 소울 푸드 랭킹 1위 짜장면은 일제의 화교에 대한 직업 제한과 미국의 원조물자인 밀가루로 만든 역사적 어두운 면에서 생겨난 빛과 같은 음식이다.
이사할 때나 졸업식에서는 무조건 짜장면을 먹는 우리의 일상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는 기회가 되었다.
 
아이를 건강하게 키우려며 커피를 먹이세요. 어처구니 없는 우량아 선발대회 출전 엄마의 인터뷰. 과거에는 음식에 대한 무지가 알게 모르게 건강에 해가 되기도 했다. 시내버스에서 사무실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담배를 피워대던 과거는 사실 당시에는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풍경이었지만.
손꼽히는 한국 커피 애호가들의 원조를 찾다 보니 고종까지 만나게 되는 어색함. 그의 죽음. 그리고 조선과 대한제국의 몰락. 자본주의에 착취당하던 커피농장의 노예처럼 커피가 한국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역사적 과거에는 한 잔의 검은 액체보다 짙은 눈물이 숨겨져 있다.
 
음식은 그 시대를 대변하는 하나의 증표이다.
2021년 우리는 무엇을 먹고 있고 어떤 음식을 통해 영혼의 갈증을 해소하고 있을까?
외식은 사라지고 배달로 식사를 주문하는 시대.
오랜 정성과 기다림의 미학은 사라지고 빠른 배달과 인스턴트가 판치는 음식의 시대.
우리의 영혼이 잠식당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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