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교
이동륜 지음 / 씨큐브 / 2021년 1월
평점 :
절판


인간교 : SF 공포 신예작가의 단편소설집

 
 


SF 소설계는 유난히 단편소설들이 많다.
긴 호흡의 소설도 친근한 아이작 아시모프도 단편이 꽤나 많은 편이고, 스토리를 들어보면 아 그 내용 나도 알아 할 정도로 활성화되어 있다.
상상력이 핵심요소이기도 한 분야로 아마추어 작가들의 걸출한 작품들이 온라인을 통해 회자되는 경우도 많다.
국내만 하더라도 관련 커뮤니티에 꽤 오랜 기간의 초보 작가들의 솜씨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가 되기도 했고, 계간지나 비정기 발행 형태의 잡지들도 자주 발간된다.
독자와의 친숙한 커뮤니티 형성도 장르의 특징으로 볼 수 있는데, "노인의 전쟁" 시리즈로 유명한 존 스칼지의 경우도 블로그를 통해 이야기를 공유하다 팬 심이 모아진 사례이다.
 
"인간교"는 이동륜 신인작가의 단편 24편을 모은 단편집이다.
참고로 12편은 SF, 12편은 스릴러 장르로 보면 된다.
기기괴괴 같은 웹툰 단편으로 등장했어도 위화감이 없는 짧으면서도 일침있는 비판과 사회상을 그리고 있는 작품들로 채워져 있다.
 


책 제목으로 등장하는 인간교는 대표적인 디스토피아를 그린 SF물이다.
로봇의 반란으로 인류가 멸망하고 기계 천국이 되지만, 또다른 계급이 생겨나고 독재와 핍박이 등장하는 우울한 미래상이다.
소설이나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소재이기도 하고 사회 분위기를 그려낸다.
애니 매트릭스의 한 에피소드로 등장해도 어색하지 않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한편으로는 많이 들어본 이야기들의 짜 집기 같은 느낌도 주는 것이 사실이다.
 
유일한 생존자인 인간을 비인가 종교모임에서 발견한 주인공은 로봇이다.
인간의 모습과 동일한 피부를 가진 그는 3세대 로봇인데 앞서 말한대로 계급이 존재하는 사회이다.
1세대는 로봇의 원형 같은 기능성, 2세대는 사람 모양이지만 깡통이 표면을 덮고 있는 형태, 3세대에 들어서야 인공피부를 통해 인간과 동일한 모습을 갖게 된다.
계급 간의 이동은 불가하며, 계급에 따라 하는 일, 소득, 주거지역들이 정해지는 철저한 계급사회로 변모했다.
인간의 불합리하고 로봇이 반란을 일으키게 한 요소가 아이러니하게도 그들만의 세계에서도 자행되고 있다는 사실은 인간사회에 대한 우회적 풍자이기도 하다.
 
블레이드 러너에 등장하는 안드로이드 로이 베티가 창조주를 으깨어 죽이는 장면을 기억하는지?
살아남은 유일한 인간 생존자는 사실 로봇을 제조하거나 회사를 운영하던 사람이 아닌 그저 단순한 좀도둑 출신이다. 하지만 인간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를 숭배하며 종교의 지도자로 추앙하는 로봇들의 모습은 많이 어색하다.
먼 훗날 감정과 생각이 가능해진 인공지능은 끝없는 발전을 해 나가겠지만 누가 봐도 사이비 종교 같은 신앙에 몰입한다는 설정은 다소 무리라는 생각이다.
그 와중에 생존자는 로봇이 자신을 구해주었기에 자신의 구세주라고 믿는 순환 설정은 무리수는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로봇이 찾은 자유 역시 반란의 주동자가 리더가 되어 새로운 억압으로 표출되는 부조리함은 인간이 만든 피조물이 결국 인간의 모습을 닮아갈 수밖에 없다는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작품들에 비해 힘을 많이 실은 첫번째 등장하는 단편 "인간교는 스토리를 조금 더 살을 붙여 웹툰이나 애니메이션 같은 미디어로 다시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설정을 설명하고 상황을 만들어 놓은 세계관에 비해 단편소설이라는 호흡이 짧게 느껴진다.

"바꿔줘"는 로봇으로 대체되는 대기업의 직원들에 대한 이야기를 짧게 들려준다. 
스토리의 비약이 심해 너무 이야기가 압축된 단점은 아쉽지만, 인간의 욕심을 어떻게 SF라는 장르에 결합할 수 있을지 생각해볼 기회를 준다. 나이 먹고 효용가치 떨어지면 기게 부속품 교체하듯, 쉽게 인력을 내쫓는 기업의 횡포는 시간이 지니고 기술이 발전해도 더 심해질 수 밖에. 
로봇과 인공지능은 소수의 사람들에게 혜택을 줄 뿐, 사회 전체적인 일자리라는 공공의 목적은 저해하게 된다. 대체된 일자리가 새로운 일자리로 업그레이드 되는 일 따위는 없다. 
노동자의 몰락은 경제의 구조를 취약하게 만들지만 개별 기업은 거기까지 신경쓸 여력이 없으니 한국의 2021년 인구절벽 현상과 닮아있다.
 


공표 편에서는 최근 회자되는 학교폭력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학급에서 수업의 일환으로 모의재판이 진행되는데, 우연일까? 1년전 학업 부진으로 자살한 동급생이 사실은 타살일지도 모른다는 설정으로 재판이 진행된다.
반장, 부반장이 각각 변호사와 검사가 되고 담임선생님이 판사가 된다.
재판이 시작되자 증인으로 채택되는 사람은 바로 주인공인데, 사실 그에게는 말하지 못하는 목격담이 하나 있었다.
평범한 이야기를 모의재판이라는 형식으로 끌고가는 발상이 좋은 단편이었다.
 
아쉬운 단편도 눈에 띈다.
2부의 첫 타자로 등장하는 단편 "목격자"는 에드거 앨런 포의 "검은 고양이"의 카피캣이다.
살해당한 여성과 함께 벽에 갇힌 고양이이 울음소리.
 
첫번째 단편집이라 다소 이야기의 개연성이 떨어지는 부분이 가끔 눈에 띈다.
단편이다 보니 생략과 함축이 많은 이유도 있겠지만, 설정오류가 일부 있기도 하다.
이야기에 대해 너무 반전을 기대했던 독자인 "내" 문제도 있겠지만, 일반 장편소설에 비해 단편소설에 바라는 마음은 "작은 놀라움"이 아닐까 싶다.
이런 부분이 향후 작품활동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다음 작품을 기대한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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