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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편의점을 털었습니다 - 야매 편의점 평론가의 편슐랭 가이드
채다인 지음 / 지콜론북 / 2021년 1월
평점 :
오늘도 편의점을 털었습니다 : 도시락 라면 샌드위치, 세상의 천국 - 편의점 일대기
한밤 중에 목이 말라 냉장고를 열어보니.
먹을 게 없어도 우리에겐 해결책이 있다.
편의점.
올빼미족의 구원자.
콜라 1.5리터 하나 옆에 끼고 담배를 피워가며 게임과 채팅을 즐기던 넋 나간 시절, 출출한 밤의 동반자여 영원하라!
연어가 강물을 거슬러 원래의 자리를 찾아가듯, 직장인들은 편의점과 치킨집이라는 둘 중의 하나를 찾아 펄떡이며 강물을 거슬러 올라간다.
좋았던 시절에는 서너 개 묶어서 오토로 돌리며 월급 뺨치는 소득을 얻기도 했지만,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경쟁자들의 틈바구니는 살아남기 힘든 적자생존의 용광로가 된다.
대전에서 근무하던 시절, 출출한 아침 출근길 편의점 세 군데를 들려도 김밥이 없다.
아침 8시 30분에 김밥이 없으면 도대체 뭘 팔겠다는 건지?
1년 6개월 동안 김밥은 없었다.
우송대가 근처에 있어서 그런 건지 나 같으면 발주를 확실히 넣었을 텐데.
편의점 주인이 되면 폐기 김밥의 반 정도를 자비로 부담하니 신의 뺨을 때릴 정도의 정교한 발주는 생명이다.
하지만, 판매 기회를 날리면 고객은 다시 발걸음 옮기지 않으리.
블로그를 통해 편의점 이야기를 써내려 갔던 저자가 책을 냈다.
"오늘도 편의점을 털었습니다 야매 편의점 평론가의 편슐랭 가이드".
B급 정서는 책에 등장하는 삽화뿐 아니라 책의 여기저기 등장한다.
편의점에서 미슐랭을 바랄 수는 없으니, 편의점 이야말로 B급 정서에 맞는 유통형태다.
1,2부로 나뉘어진 책은 1부에서는 편의점의 음식들을 분석하고, 2부에서는 여러 에피소드를 들려준다.
익숙한 음식과 이야기.
손이 가지 않던 음식과 정떨어지는 이야기.
주인-아르바이트-고객-진상 4개의 축의 다른 입장은 어쩌면 21세기 서민의 삶을 압축한 합축적인 의미를 지닐지도 모르겠다.
2010년경부터 열풍.
편의점 도시락.
주머니 얄팍하진 학생이나 점심시간 자기계발에 투자하거나 휴식을 깊게 보내려는 직장인에게 핫 한 아이템으로 등장했다.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스타들을 모델로 내세우고 군비경쟁을 시작한 업계.
2강 1중의 싸움은 사실 지금도 진행중이다.
모바일의 발전은 도시락 예약을 앱을 통해 할 수 있는 편리함도 제공했다.
인기가 다소 떨어진 이유는 건강학의 이유다. 아무래도 자극적인 맛과 벌벌 떨릴 만한 과도 나트륨은 건강하기 위해 먹는 식사가 오히려 해가 되는 상황이 된 셈이다.
자취를 해 본 사람이라면 딱 다섯 끼 연속 먹어보면 물린다는 사실 잘 알리라.
라면도 마찬가지.
언제나 맛있어, 라면.
하루에 한 끼 먹으면 가능, 하루에 두 끼 먹으면 입맛은 잃고 위장에 빵꾸난다.
지인이 개발팀장을 맡아 놀랐던 GS25의 틈새라면과 공화춘은 편의점 라면에 획을 그은 사건이었다.
편의점 PB라면의 초기 모델이자 지금도 타의 추정을 불허하는 맛이었다.
죽도록 매운 맛.
레토르트 형태의 짜장 스프.
충격을 주었던 또다른 메뉴, 딸기 샌드위치.
봄바람 살랑거리는 시기에 딸기 페스티벌이라는 캐치 프레이즈를 달고 등장한 빵.
이외로 맛있었다.
초딩 입맛에 어울리는 단맛이 미뢰의 전면을 훑었지만 이빨에 살짝 끼는 딸기씨의 감동은 가끔 떠오르는 별미.
글을 쓰다 보니 봄이 기다려진다. 딸기 샌드위치 먹고 싶다.
아재 테스트 한 번 하고 넘어가자.
음료 호불호 선택.
맥콜/데쟈와/아침햇살/솔의 눈
이름이 익숙한가, 아재네.
맛본 적이 있다. 확실하다.
좋아한다. 빙고!
데쟈와 특히 좋아한다.
설탕 맛으로 간을 맞춘 홍차, 차갑게 따뜻하게 모두 별미.
호불호는 강하다.
편의점에 어울리는 음료다. 4가지 없다면 4가지 없는 편의점.
후반부 진상손님 이야기들은 많이 들어본 내용도 있고 기상천외한 사람들도 보인다.
진상 짓 10번 하면 무인도에 여행을 보내주는 특권을 주면 좋겠다.
경험에 의하면 진상은 자기가 진상이란 사실을 절대 모른다.
주변 사람들에게 억울하다며 평가를 물어보지 말자. 진상 맞다. 아르바이트 생 불쌍하지도 않냐?
사기 치는 유형도 소개되는데 저런 거에 속겠어 싶지만 의외로 많은가 보다.
보이스피싱도 어처구니없게 당하니 말이다.
편순이의 하루는 눈에 선한 알바생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출근등록과 시제 맞추기
-폐기상품 빼기
-상품보충 및 청소
-물류 검수 및 정리
-즉석상품 제조
그 밖에도 할 일이 많다. 택배도 정리 좀 해야 하고, 새로 나온 발렌타인 포스터와 이달의 맥주 홍보물도 부착.
앗! 조심!
미성년자에게 술과 담배를 팔았다 가는 영업을 한동안 못하게 되고 그 원망을 어찌 들을까!
잘 못은 학생녀석들이 하고 욕은 아르바이트생이 먹는 더러운 세상.
도쿄 벤치마킹의 고된 하루 일과를 마치고, 호텔방에서 같이 간 동료 4명이서 2차로 맥주를 마셨던 추억이 생각난다.
세븐 일레븐의 눈이 휘둥그레지는 오뎅바에서 10가지 정도 꼬치를 집어 들고 방으로 들어왔고, 천국의 맛이었다.
즉석상품 제조하고 관리하는 일이야 직원들에게는 성가신 일지만 이렇게 오래던 이야기를 기억에 남겨 떠올리는 회상을 주던 소박한 그림이다.
앞으로 편의점 창업하기도 힘들지 모르겠다.
아마존GO가 시작한 무인 편의점이 우리나라에도 등장했고, 중국의 빙고박스는 7명으로 이루어진 팀 하나가 40개 점포를 동시에 운영한다.
치킨가게에 지옥도가 펼쳐지는 것일까?
하지만 안심했다. 로봇이 물류 받고 매대 채우기에는 투자비가 너무 세다. - 유통기한 넘은 김밥은 안 만들겠지만.
가벼운 블로그 포스트를 책 한 권으로 엮어내니 유쾌한 세상이야기가 되었다. 앞으로도 편의점이 새로운 먹거리와 서비스로 우리의 삶을 밝혀 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웃음짓는 마지막 페이지를 넘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