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의 숭배자 : 영화에 기생충, SF에 왼손의 숭배자. 국뽕 차오르는 스페이스 오페라
SF 마니아까지는 아니지만 꽤나 많은 SF소설들을 접한 경험을 떠올려 봤다.
리처드 매드슨같은 근미래를 그린 작가도 좋아하고 현실에 언제든지 등장할만한 주제를 다룬 마이클 크라이튼을 많이 읽었다.
필립 K.딕의 단편들은 장르가 가야할 방향을 명확히 제시해주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영화화된 내용이 더 좋았던 특이한 케이스다. ("임포스터"를 제외한다면)
확실히 "스페이스 오페라".
개인취향은 이게 맞네라고 생각한 이유를 더듬어보면,
스타십 트루퍼스 - 영원한 전쟁 - 존스칼지 노인의 전쟁
이 3권의 소설이 가장 흥미진진하게 책장을 넘겼기 때문.
가끔씩 우주에서 펼쳐지는 스펙타클한 우주 전쟁씬 덕에 세개 소설의 스토리가 머릿속에서 헷갈리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야기의 서사가 유사하긴 하다.
우주 식민지를 개척하기 위해 떠난 긴 여정에서 맞닦뜨리는 우방과 적이라는 이름의 외계생명체.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가 결국은 제국주의 팽창의 정당화를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기도 하고, 짧은 역사 덕에 아직도 카우보이 세계관에 미국이 얽매여있다는 조롱을 받기도 한다.
다만 소설의 스토리에서 거창한 정치나 역사관을 투영시키기 보다는 "재미"와 "취향"으로 읽는 법이 정답일지도 모른다는 스스로 위안을 갖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국내 SF 장르에서 스페이스 오페라가 등장하는 건 쉽지 않다.
좁은 독자층을 대상으로 하나의 세계관을 만들어낼 창작의 투자손실은 막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처음 접해본 한국 스페이스 오페라인 "왼손의 숭배자"가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기를 바라는 이유기도 하고, 때마침 개봉한 기대작 "승리호"와 커플링되었으면 하는 기대도 살짝 있다.
작은 성공이 모여야 국내산 스페이스 오페라 선집을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어릴적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세력의 명칭에 대해 혼돈이 있었다.
공화국 = 선, 저항군 = 악
철모르던 시절, 등식이 머릿속에 들어있으니 레아 공주와 일당들은 나쁜 편이다.
영화가 진행되면 혼란.
왜 내가 저항군을 응원하고 있지?
왼손의 숭배자도 유사한 배치를 하고 있다.
화자는 양쪽을 대표하고 있지만, 응원하게 되는 쪽은 악의 축이다.
연합군에 대항하는 레지스탕스 "디스카디드 Discarded".
-자연스럽게 독자들이 한국인 후예들을 응원하게 만드는 트릭일지도 모르겠다. 오랜 미래에서 2021년의 국가와 민족이라는 개념이 전달될리 없겠지만, 어쨌든 책을 읽는 우리는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으니까.
20년전, 행성 한의 광산조합에서 나타난 외계인들의 공습.
"빅 크러시"라고 명명된 사건으로 정부는 붕괴되고 수천만명이 학살된다.
외게인들의 배후에 연합정부로 의심하게 되는 이유는 바로 그 자리에 조슈아 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한의 생존자들을 규합해 레지스탕스를 결성하게 된다.
레지스탕스는 끝없는 희생과 깊이를 알 수 없는 절망에 빠지게 되고 승리할 수 있을까? 내가 옳은 일을 하고 있는걸까? 스스로 부정하는 자신과의 싸움을 벌일 수 밖에 없는 고통스러운 그러나 외면 할 수 없는 상태에서 허덕일 수 밖에 없다. 성공의 확률이 도대체 얼마나 될까?
항상 세상에는 밝은 힘과 어두운 힘이 존재한다.
스타워즈의 힘 "포스"가 양면을 동시에 갖춘 에너지라면 타인의 생명력을 빼앗아 영생을 살고자하는 힘은 다른 진영의 힘이고 악이 선을 이기기위해 끝없는 탐욕과 압제를 하게 되는 정당화된 사유가 될 수 밖에 없는 운명이다.
현재가 투영된 오랜 후 미래에도 결국 머나먼 우주 식민지에도 탐욕과 광신은 진화하고 있는 셈이다.
고전적인 느낌과 강렬한 색상이 묘한 조화를 이루는 책의 표지처럼 스토리는 많이 익숙한 구조로 진행되지만 우리의 정서가 잘 녹아있는 친근함이 곳곳에 드러난다.
"기생충"이라는 한국 고유의 정서가 스며든 영화에 세계인이 열광했듯, 작가의 노력과 상상력이 쌓이고 SF의 독자층이 계속 증가한다면 언젠가 국제적인 무대에서 우리의 소설이 등장하는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겠다.
모든 역사와 영광은 작은 전투와 승리에서 기인한다.
작가가 꽤나 오랜 시간 피와 땀으로 빚어낸 소설을 재미있게 읽었고 많은 독자들에게 입소문 나길 바란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