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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가지 흑역사로 읽는 세계사 : 고대~근대 편 - 마라톤전투에서 마피아의 전성시대까지 ㅣ 101가지 흑역사로 읽는 세계사
빌 포셋 외 지음, 김정혜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1년 1월
평점 :

101가지 흑역사로 읽는 세계사 - 고대~근대 편 : 역사적인 실수에 “만약”이라는 단어를 붙이면 세상은 어떻게 변해버렸을까?
역사가 이렇게 재미지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서점 역사 코너가 다른 코너보다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모양새는 아니지만 그래도 고객들이 자주 서서 책을 들여다보고 있고 예쁘게 베스트셀러라고 디스플레이 해 놓은 모습을 보면 종류도 다양하다.
천편일률적인 통사 위주의 출판물에서 벗어나 테마를 가지고 한 번쯤 꼭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책들은 뷔페에서 음식을 고르는 즐거움과 비견될 만큼 흥겹다.
살육의 역사, 참혹한 전쟁의 역사부터 침대 위의 문화를 다른 역사나 세계사를 바꾼 다양한 관점의 기획물도 역사책을 한 권이라도 더 보고 싶다는 욕구에 불을 붙인다.
2019년에 출판되었던 "인간의 흑역사"라는 책은 이런 경향에 있어 의표를 찌른 기획이었고, 독자들의 반응도 무척 좋았다. (네이버 평점 무려 9.12에 리뷰가 109건이나 된다.)
이번에 국내에 소개된 빌 포셋 등 여러 작가들이 참여한 101가지 흑역사로 읽는 세계사 -현대편과 고대~근대편은 이런 트렌드를 이해하고 재미있으면서도 중요한 역사의 부분들을 발췌하고 의미를 집어주는 형식으로 지식의 깊이를 한층 다듬어주는 역할을 해주고 있다.
101가지 역사는 두 권의 책으로 나뉘어 연결되어 있는 책이고, 제목만 봐도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것인지 쉽게 눈에 들어올 정도로 카피를 잘 뽑아냈다.
고대~근대편은 1~50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목차에서 흥미를 느낄 만한 제목들 한 번 소개 시간.
흑역사 6: 원로원은 왜 독재관 카이사르를 한 달 만에 암살했을까?
흑역사 13: 만약 여몽 연합군이 일본을 정복했다면?
흑역사 14; 콜럼버스가 1마일을 헷갈린 결과
흑역사 17: 일본 바깥으로 눈을 돌린 히데요시의 패착
흑역사 23: 탈출의 순간에도 화려한 마차를 고집했던 마리 앙투아네트
흑역사 28: 남부 연합의 연방 탈퇴가 10년만 빨랐더라면…
흑역사 34: 남부를 더욱 깊은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존 부스의 링컨 암살
책에 소개되는 흑역사들은 해당하는 시대에 작은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었지만, 궁극적으로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완전히 바꿔버렸을 지도 모르는 이야기들이다.
김유신을 술집으로 안내한 명마가 생각해보니 결혼식 혼수품이라 차마 배지 못한 채 그래 오늘 하루는 어쩔 수 없어 즐기자라고 했다면 2021년의 대한민국은 어떤 모습일까?
로마에서도 왕위계승을 위한 사전작업은 꽤나 주도 면밀하게 이루어진 모양이다.
우리에게는 기독교를 로마의 국교로 선포하여 전세계적인 종교로 성공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준 황제 콘스탄티우스, 그 이후의 권력은 우연이 연속적으로 이루어지며 어리둥절한 스토리로 흘러간다.
율리아누스는 이토록 험한 과정을 거치며 로마의 황제로 등극했지만, 작은 전투에서 무모한 전쟁 참여를 시도했고 적의 창에 부상을 입고 세상과 등을 지게 된다.
여기에서 작가는 "만약에" 찬스를 써서 그가 조금 더 살아남았다면 어떻게 세계 역사가 바뀌었을 지 설명한다. 기독교를 탄압하려던 율리아누스는 서양사를 완전히 바꿔 놓을 수도 있었다. 꽤 오래 전의 역사인만큼 새로운 갈래길의 끝은 지금 세상과는 전혀 다른 평행 우주룰 만들어 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도 주연으로 참가하는 에피소드는 여몽연합군의 일본정벌 실패의 모습이다.
태풍으로 인해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한 채 열도정복을 포기했던 대몽골제국의 침략사를 대체역사로 써본 챕터이다.
조선인 척후병이 우연하게도 인근에 적군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퇴군하려던 몽골의 장수는 안심하고 항만에 숨어 자연의 도전을 극복하고 결국 일본을 정벌하는데 성공한다. 그리고 그 이후의 세계는.....
역사에 가정은 없지만, 만약 그랬더라면 세상은 이렇게 변했을 거야라고 생각하는 훈련은 역사의 큰 흐름을 이해하고 과거의 흑역사를 현실의 현명함으로 이끄는 훈련법일 수도 있다.
(여몽연합군에 패배후, 몽골의 지배와 고려의 간섭을 받던 일본은 누구에게 HELP를 요청하게 될까? 빨리 책에서 알아보자.)
마리 앙투아네트가 마지막 탈출 순간에도 화려한 마차를 고집하다가 발각돼 다시 궁으로 돌아갔다는 에피소드는 진위에 대해 더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학교에서 배웠던 그녀의 행실이야 빵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라는 뻘소리의 대모쯤 되지만 사실은 혁명군이 왕실을 능욕하고 단두대로 사라지게 만들 이유를 만들기위해 과장되었다는 주장이 요즘에는 힘을 얻고 있다.
꼭 그녀뿐 아니더라도 마지막 순간까지 의미 없는 품위를 지키다 일을 그르치는 흑역사는 많이 존재하고 앞으로 그럴 것이다.
남북전쟁에서도 흑역사의 상황은 발생한다.
저자는 만약 10년만 일찍 남부가 연합국에서 탈퇴하며 전쟁을 벌였더라면 역사의 기록처럼 고전을 하지는 않았다는 주장을 한다. 가장 큰 이유는 10년이라는 기간동안 인구나 산업시설의 변화가 북부에서는 급격히 확대 생산되었지만 철저히 농장 위주의 산업이 전부였던 남부는 정체되었다는 의견이다. 더욱이 산업 인프라도 남부는 부족했는데, 구간 거리는 짧은데다 곡창지역만 연결된 철로는 심지어 궤도의 폭조차 지역마다 달랐다고 한다.
궤도 폭이 다르면 무슨 일이 날까? 규격이 맞지 않는 역구간마다 군사와 물자는 행군을 해야만 이동할 수 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행군하는데 대전에서 5km 걸어서 서대전역을 가야만 이동가능한 황당한 상황이다. 물론 북부는 안 그랬다.
둘이 사이가 안 좋았을 때 완전히 갈라섰더라면 남부는 독립된 국가로 세계사에 어떤 강력한 힘을 발휘했을까?
양 측이 비슷한 힘으로 오랜 전쟁을 하다 오히려 영국에게 역습을 당하거나 둘 다 제대로 힘을 빼는 바람에 세계사에서 후진국 범주에 들게 되는 비극이 될 수도 있었겠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많았던 제3세력이 대선 선거판을 어떻게 뒤흔드는지 설명한 챕터도 흥미로웠다.
루스벨트가 거의 시조급으로 등장하는데 양당체계인 미국에서 제3 후보자는 자신이 원래 속했던 정당에서 꽤 큰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더욱이 각 주의 승리를 독식하는 미국 대통령선거에서는 분명한 한계가 존재하고 있음에도 무리수를 두는 인물들이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셈이다.
여러 명의 저자들이 역사적 실수들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자신들의 상상력을 당시의 정세를 투영하여 그려낸 기획은 역사책을 좋아하는 독자로서 기분 좋은 일이다. 특히 대체역사를 소설 같은 에피소드로 엮어낸 참신함도 유쾌한 책읽기를 만들어주었다. 우리나라 역사의 굴곡을 만든 사건들도 이런 식의 구성으로 만들어낸다면 재미있는 역사이야기가 되리라는 기대도 해본다.
역사읽기의 좋은 점은 국가의 교훈까지는 아니더라도 과거에서 오늘의 나를 조금 더 나은 존재로 만드는 교훈을 얻는다는 점이다. 세상을 보는 안목이 커지고 정치사회적 변화와 방향성을 얻는다는 장점도 물론 포함된다.
많은 사람들이 흥미를 가진 역사도서들이 앞으로 지속적으로 출판되기를 희망한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