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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더브레 저택의 유령
루스 웨어 지음, 이미정 옮김 / 하빌리스 / 2020년 12월
평점 :

헤더브레 저택의
유령 : 무죄를 주장하는 여자, 알 수 없는 유령의 정체
저택에 유령이 살고 있다.
80년대
공포영화에 쓰일 법한 테마.
자극적이고 상상치도 못한 범죄현장을 전면에 내세우는 스릴러 소설이
대세이고, 어린 소녀의 핏물이 툭툭 떨어져 있는 책표지에도 무덤덤해진다.
오래된 유화 느낌의 어두운 표지인 "헤더브레 저택의 유령"은 코난 도일 시대까지는
아니더라도 꽤나 오랜 먼지가 쌓인 스토리를 지금까지 뭐했느냐는 핀잔을 받고 발굴해낸 소설 아닐까 하는 선입견을 만드는 부분도 있다.
왠지 눈길을 끈 대목은 책의 서술방식이다.
편지라는 형태를 통해 이야기를 끌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독특한 서간체 소설이라는 출판사 소개에 긴박감 넘치는 소설에
가능한 전개방식일까 의구심이 떠올랐다.
기대 반 불안 반 책 읽기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주인공인 르완은 렉스헴이라는 변호사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한다.
국선변호사조차 그녀의 죄를 인정하는 분위기에 믿을 곳이 없어지자
주변 사람들의 조언을 통해 구원의 손길을 내밀어줄 변호사를 찾게 된 셈이다.
편지의 시작은 무죄를 주장하는 피의자의 절규.
아무도 자신을 믿어주지 않지만 결백을 주장하는 일반적이고 일방적인
하소연일 뿐이다.
편지라는 매개체를 통해 들여다보면 정신을 못 차리고 갈팡질팡하는
모습이 편지를 읽게 될 변호사의 눈은 물론 자신 스스로도 믿음을 주기에 부족한 수준이다.
이야기는 왔다갔다하고 있고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하고 있으면서
주변의 모든 사람을 적으로 간주하고 적대적이면서도 수동적인 태도가 글에 묻어난다.
이 편지를 누가 봐주기나 할까?
간수의 손을 통해 외부로 나갈 수는 있을까? 독자들은 주인공이다 보니 딱한 눈으로 바라보지만
가망은 없어 보인다.
편지는 계속되며 말투는 차츰 안정화되며 자연스럽게 편지를 읽고
있는 게 아니라 1인칭 소설로 변해가는 과정을 통해 다소 어색한 형식의 소설이었지만 이네 스토리에 빠져들게
한다.
아이 돌보미를 지원하며 방문하게 된 헤더브레 저택은 고풍스러운
고저택의 느낌과 터치패드 및 자동조명시스템 등 최첨단 기술이 농축된 하나의 거대한 쇼케이스이자, 건축가인
주인 부부의 작품이기도 하다. 스마트 시대를 살아가는 일상이 얼마나 편리함을 주는지 미래의 가정을 보여주는
느낌의 시스템은 그 자체만으로도 매력적이며 부러움을 자아낸다.
유난히 높은 급여는 자주 바뀌게 되는 일자리의 수상쩍음을 가려주었고, 저택의 훌륭한 시설은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미리 준비한 돌보미 인터뷰는 성공적이며 한적한 시골에서 아이들과
함께 평온하고 풍요로운 일자리를 시작하는데 의심 따위는 끼어들 자리가 없었다.
물론 우리는 알고 있다.
세상에 댓가없는 호의와 안정은 결코 용납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생각보다 빨리 저택에 고용되어 아이들을 맡게 되었지만, 이상하게 아이들은 적대적이다. 그리고 일하는 직원들도 마찬가지.
밤에는 저택에서 기괴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천장과 집에서 기괴한 소음이 나는 바람에 잠을 제대로 못 청할 지경이다.
르완에게 친절하기만 하던 운전기사 잭이 문제들을 척척 해결해주고
있지만 차츰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자주 바뀌었던 돌보미들은 왜 그렇게 빨리 떠나갔을까, 바로 앞 돌모미가 내게 해주려는 이야기는 무엇일까?
왜 사모님은 집에서 들리는 소리에 대해서는 아무런 이야기도 없었을까?
물론 우리는 알고 있다.
세상에 댓가없는 호의와 안정은 결코 용납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스릴러 소설의 가장 재미난 부분은 저자와의 지적 겨루기다.
대부분 작가의 승리로 끝날 수밖에 없고, 설사 내가 이긴다면 재미가 반 토막 나버리는 게임이니 좋을 거 없다.
책을 읽어 나가면서 숨겨진 트릭과 힌트를 찾고 책 말미에 조각나
있던 수수께끼들이 하나로 뭉쳐갈 때 내가 생각했던 증거들이 얼마나 제자리를 찾아가는지 찾아보는 묘미다.
이 책에서도 어떤 부분들이 우리가 찾을 수 있는 트릭일지 긴장하며
찾아보기 바란다.
한정적인 무대와 등장인물, 그리고
별다른 일 없을 상황에서 사건이 전개되는 과정은 작가가 새삼스레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를 알 수 있게 한다. 평화로운
일상의 풍경이 조금씩 무너지는 모습은 소설을 읽는 독자에게는 익숙하면서도 긴장감을 높이는 수단이 된다. 그리고
뒷부분으로 갈수록 독자는 누구를 믿어야 할지 알 수 없는 당혹감이 들며 아드레날린이 쿵쾅거린다.
겨울 추운 날씨 이불 하나 뒤집어쓰고 읽거나 소파에서 무릎 담요
하나 꺼내서 즐기기에 좋은 작품이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