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주인공에겐 없다 - 재미있는 영화 클리셰 사전 재미있는 영화 클리셰 사전
듀나 지음 / 제우미디어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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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주인공에겐 없다 : 장면마다 등장하는 쓸데없는 진부함을 골라내는 영화 사전
 
 


 
작가 듀나는 영화에 쓰이는 진부한 "클리셰"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책 한 권에 집어넣었다. 사전 같기도 하고 에세이 같기도 한, 아무렴 어떤 가. 온라인 게시물로 올라간 지 20년 정도 된 글들을 새롭게 고쳐 쓰거나 다듬었다고 한다.
나 역시 영화를 많이 봤다고 생각하지만 영화 평론하는 작가들의 폭넓은 감상은 프로페셔널이 대하는 영화와 팬으로서 지켜보는 영화의 집중력은 확실히 다르구나 라는 씁쓸한 입맛을 다시게 된다.
 
작가주의 영화보다는"Fast&Furious" 블루레이에 손이 먼저 가는 현상이 관련 있어 보인다.
 
클리셰는 예전에는 독창적이었고 진지한 의미를 지녔지만 지금은 생각없이 반복되는 생각, 문구, 영화적 트릭 등을 말한다고 저자는 정의한다.
 


책 첫머리에 나오듯이, 항상 악당들이 환기구를 쓸데없이 크게 만들어서 주인공들이 쉽게 탈출하는 빌미를 제공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라 볼 수 있다.
 
이 책에는 (특히 남자 주인공과 관련된) 의미없이 계속 반복되는 클레셰를 소개하며 작가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번째 클리셰를 보면 웃음이 듬뿍 나온다. 처참한 시체들 앞에서 검사관이나 교수들이 비위 약한 주인공 앞에서 간식이나 점심을 천연덕스럽게 먹는 장면, 이어지는 주인공의 구토 씬.
실제 시체 앞에서 저런 일이 일어날 리도 없겠고, 굳이 남자주인공의 적응 못하는 모습을 보여 준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하물며 영화 장면에서 주인공의 낯빛이 바뀌는 장면과 음식이 오버랩 되는 순간 관객들은 저 녀석 토하겠네. 바로 예측이 되는데 뭐 하러 이런 장면을 집어넣는다는 말인가? 이것이 클리셰의 폐해.
 


닭살 돋는 더빙 이야기도 재미있다. 후시 녹음으로 진행되던 과거 영화들, 심지어 배우의 육성이 아닌 전문 성우들의 녹음으로 영화가 등장할 때 어색함은 시간이 흐를 수록 진해진다. 더욱이 성우들의 과도한 연기력이 필름을 뒤덮었던 국내 고전 영화들의 더빙은 영화에 몰두하기 힘들게 만드는 지경이다. 다행히 요즘은 TV에서도 더빙영화를 보기 어려워졌지만 그래도 대사가 귀에 쏙쏙 들어오는 장점은 긍정적이다. 성우마다 저주 연기하는 정해진 배우들이 있었다는 사실도 문득 생각난다. 남자 아이들의 목소리는 항상 중년의 여성이 맡았다는 재미도.
 
심슨 가족의 나이가 30년 동안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이 책을 보고 새삼스레 깨달었던 사실이다. 영화나 드라마의 연작 시리즈에서 자주 발생하는 의도된 설정이다. 그나마 짱구는 성장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이런 어쩔 수 없는 사태는 "플로팅 타임라인"이라는 별도의 용어로 존재한다.
콜롬보 형사 같은 몇몇 예외인 시리즈도 물론 있지만 대부분 스크린의 주인공들의 나이는 천천히 진행된다.
 


제임스 본드 역시 원형의 모습과는 다른 스크린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부분은 007 영화를 좋아했지만 새삼스레 깨닫는 대목이다. 원작과는 다른 주인공들의 스타일은 몰랐던 부분인데 기회가 되면 원작소설도 한 번 읽어 봐야겠다는 욕심이 생긴다. 많은 영화 팬들이 공감하듯 과거 숀 코넬리나 로저 무어의 시대보다는 대니얼 크레이그의 작품이 좀 더 진지하고 원형에 가까운 모습이라는 사실과 이야기가 계속 연작으로 이어진다는 부분은 시리즈의 전통에서 벗어나고 있음을 알려주는 증거인 동시에 그저 그런 시리즈물로 몰락하지 않고 새로운 기대감을 관객들에게 심어주는 좋은 전략으로 풀이된다.
어쩌면 클리셰를 깨뜨리며 진부함을 극복하는 좋은 사례가 아닐까?
 
영화를 단순히 즐기는 데서 한발자국 떨어져 의미를 파악하고 여러 장면의 갱연성을 살펴보는 일은 또다른 재미를 줄 수 있다.
개인적으로 DVD나 블루레이에서 제공하는 코멘터리는 시간을 너무 잡아먹어 즐겨 듣지 않는 편인데, 장면들의 의미를 스토리와 연결하거나 진부한 표현들을 쪽집게로 잡아내는 작업들은 작은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묘미라고 생각한다. 영화 보며 가벼운 감상의 글쓰기 할 때 좋은 소재로 쓰일 수 있으니 영화 보는 또다른 시선이 아닐까?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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