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열
아키요시 리카코 지음, 김현화 옮김 / 마시멜로 / 2020년 11월
평점 :
절판



작열 : 여름에 읽었으면 더 좋았겠네, 미스터리 한 권

 

아침에 유리컵을 깨먹는 실수를 저지르면 바로 엄마의 등 짝 스매싱이 날라온다.

하루를 시작하며 재수없는 일이 생겼기에 오히려 액땜한 거 아닌가 하는 표정을 보이면 두번째 스매싱.

예전부터 몇 가지 징크스라는게 있었다. 지금은 많이 의미가 퇴색했지만.

택시기사들은 첫 손님을 여자로 태우기를 꺼려했고,

수능시험날은 미역국을 먹으면 절대 안되고,

문지방을 발로 밟으면 재수가 없고,

접시를 깨뜨리면 하루 종일 안좋은 일이 꼬리를 물 것이다.

 

소설의 주인공 사키코는 한여름의 무더운 아침 식사준비를 하다 아끼는 접시를 깨뜨렸다. 다친데 없냐며 한걸음에 달려온 남편은 항상 아내의 귀찮은 일은 개가 해결한다는 느낌이 와 닿을 정도로 준비를 해서 아내 대신 깨진 접시며 파편들을 치우느라 열심히다.

둘의 대화는 접시와 도자기에 대한 이야기로 옮아가고 주부들이 좋아하는 본 차이나 (Bone China)의 의미가 뼛가루가 섞인 도자기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죽어간 동물들의 뼈가 1/3이나 들어간 접시 위에 사람은 살기 위한 음식을 얹어서 먹는다는 아이러니에 사치코는 집에 있던 아끼던 본 차이나 멀쩡한 그릇들까지 주섬 주섬 쓰레기봉투에 버리기 시작한다. 남편은 이해못할 행동이지만, 아내의 생각을 존중해주가로 했기에 내버려두고 쾌활한 하루를 시작하기 위한 행복한 표정을 짓는다.

꽤나 행복한 신혼에 들어간 부부의 분주한 아침 풍경이다.

마치 시부모 댁에 인사를 가는 “화차”의 여주인공의 행복한 얼굴 표정이 오버 랩 되는 장면.

 

뼈가 들어간 쓰레기봉투를 바라보며 사키코는 한 남자를 떠올린다. 납골당에서 하얗게 재만 남은 남편의 시체. 어? 남편?

그렇다. 조금 전 분주한 아침을 함께 한 남자는 새 남편이고, 그녀의 전남편은 싸늘한 주검을 발견되었다.

야간학교에서 젓가락같은 단짝으로 맺어진 커플은 비록 가진 것은 적었지만 행복한 결혼생활을 누릴 수 있었고, 어려운 환경에서도 대기업 제약회사에 들어간 남편은 넉넉한 미래를 보장했다.

그런데, 멀쩡하던 남편이 사망했다는 경찰의 연락을 받고 사치코는 아연실색한다.

경찰의 이야기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남편은 다다토키는 몰래 얻은 아파트에서 추락사했는데 용의자는 히데오라는 의사이고, 사기사건에 연루되었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꺼낸다.

남편이 자기도 모르게 차린 사무실 공간에서 인공심장 같은 허무맹랑한 사기행각을 벌여 피해자도 여럿이라는 이야기다.

처음에 믿지 못한 상황이지만 시간이 흐르며 경찰의 이야기가 거짓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지만, 그래도 살인자는 용서할 수 없었다. 이 세상에 단 둘만이 의지할 수 있는 커플이고 가족이나 친구도 없던 부부이기에 상실감은 깊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기 피해자라던 히데오는 자기는 사기를 당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세상 여론의 동정을 받기 시작하자 뭔가 일이 잘못 흘러가고 느낀다. 그리고 결국 히데오는 석방된다.

 


이 대목에서 미디어가 대중을 선동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장난질을 치는지 극렬하게 보여준다. 앞 뒤 다 잘라먹고 하나의 대사에 집중하고 확대하여 여론을 선동하는 살인과 맞먹는 파렴치한 행태에 책을 읽던 도중 엉뚱한 불만이 쌓이기도 했다.

 

복수를 할거야.

그렇다, 사기를 쳤다는 죄목은 있지만 그렇다고 사람을 죽일 수는 없는 일이다. 더군다나 그녀는 이 세상에 유일한 짝을 잃어버리게 되었다. 살아가는데 자신이 없고 가슴 속 응어리가 뭉쳤을 때 사람이 할 수 있는 무기는 “복수”다.

 

이렇게 사키코는 남편을 죽인 의사이자 살인자인 히데오와 새로운 결혼생활을 시작한다.

새 남편이 외출할 때 마다 집안을 뒤져 증거를 찾아내고, 남편이 돌아오면 상냥한 아내가 되는 이중생활.

 

이 정도 스토리면 대충 감이 오 듯, 생각보다 “좋은” 사람인 히데오에게 끌리는 마음은 소설의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힘이 되고, 우리는 흥미롭게 진행되는 미스터리 소설의 놀라운 반전을 기대하게 된다.

 

여기까지 책을 읽어 나간다면 이 두 남녀의 관계에서 어떤 트릭이 나올지, 그리고 이 둘은 진정한 부부로 살아갈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어쩌면 히데오는 속죄의 길을 걸을 수도 있고, 아내의 음모를 눈치채고 더욱 사악한 계략을 꾸밀 지도 모르겠다. 이 맛에 우리는 야키요시 리카코와 같은 소설가를 사랑하게 되는 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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