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이야기 2 - 진보 혹은 퇴보의 시대 ㅣ 일본인 이야기 2
김시덕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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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근현대사에 자꾸 관심이 가는 이유는 두가지.

=일본이 미국과 대등한 전쟁을 벌였다면 우리의 운명은 어떻게 되었을까?

=우리가 쇄국할 때 그들은 무엇을 받아들였고 어떻게 열강에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을까?


과거의 역사를 조망하고 이해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함이다.

태어난 지 반년도 안된 아기들이 본인이 경험한 안 좋은 경험을 회피하기 위해 자연스러운 기피를 하는데 하나의 국가가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면 멸망의 길로 몰려도 싸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의 일부 일본식민주의자들은 일본이라는 국가의 속셈을 알면서도 모른척하는건지 생각이 같은 건지 목구멍이 포도청인 건지 알쏭달쏭이다.


일본 근현대사에 집중적인 연구와 우리나라의 관점을 유지한 분석으로 연작도서를 내는 "일본인 이야기"는 우리가 지금까지 추상적이고 단편적으로 알았던 일본 격동의 시대를 새롭게 조망해보고 정치나 군사 영역보다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에게 초점을 맞추고자 노력한다. 예나 지금이나 고생하는 건 대부분 평민들이고 그들에게 쇄국과 개국의 의미가 살아가는데 도움받을 일도 별로 없으면서 거대한 역사의 줄기 속에서 구속당하고 수탈당하고 절망의 늪을 건너게 되는 커다란 원인을 제공하고 있음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그나마 제일 잘나가던 네덜란드와는 쇄국 속에서도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지만 실질적 혜택 - 전국민적인 유효성이 있는 사례는 더욱 없는 - 지극히 제한적인 교류였다면 결국은 퇴보라고 이름 붙일 수밖에 없으리라.


유럽은 내부 전쟁으로 치열한 경쟁 체계였고 이를 통해 자국의 모든 요소를 전쟁을 전제로 실행해나가 급속한 발전을 이루었다. 이때 막부가 적극적으로 외래문물과 과학/군사기술을 수입하고 교류를 활발하게 진행했다면 우리나라는 100년 빨리 일본의 통치에 들어가 영영 헤어나오지 못하는 비극에 맞닥뜨려야 했을지도 모르겠다.


연작시리즈 2권에서는 이러한 시대적 배경 속에 평민인 농민들이 살아가는 모습, 그리고 네덜란드 의학이 도입되고 기존의 한의학과 결합하는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돋보기로 들여다본다. (네덜란드 의학을 난의학이라고 통칭한다. 그러도 보니 우리 할아버지들은 화란이라는 국가명을 자주 써왔다.)


세계역사의 흐름과 마찬가지로 봉건제도가 무너지며 일본에서도 무사계급은 서서히 몰락해가고, 상인들의 부상이 진행되지만 역사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농민들의 삶은 변함이 없었다. 무사들의 반복적인 전쟁으로 인한 피폐함은 줄어들었지만 예나 지금이나 피지배층의 궁핍은 변할 수가 없는 사회구조였다.

과거제가 없는 무사계급 위주의 사회편제는 영원히 탈출구 없는 계급의 한계를 자각하게 만들었고 하우쇼잇키(농민봉기)를 야기하게 된다.

에도 시대 3천건 정도 발생한 하쿠쇼잇키는 살기위해 풀 한 포기 나무껍질 먹던 우리나라 농민들과는 다르게 식인까지 손을 대는 막장으로 이어진 굴레의 당연한 도착지였다. 사회상이 이런 만큼 약자인 여성과 아이들의 위치는 예상하기 어렵지 않다.

인신매매가 쉽게 이루어지고 키우지 못하는 아이들은 버림받았다. 태어난 아이를 엄마가 목 졸라 죽이는 "마비키"가 풍습으로 자리 잡을 정도면 더이상의 설명은 필요 없다.


새로운 의학은 실질적으로 농민들에게도 큰 도움이 되지는 못했다.

그나마 우두법으로 천연두의 대유행을 막아낼 수 있던 사건은 농민들에게는 천만 다행스러운 일이겠지만, 거기서 더이상 이하도 아니다. 그냥 새로운 의학적 기술과 지식에 의사들의 자기만족만 있었던 상황은 아닐까 의심도 간다.

욕심이 있는 이들에게는 새로운 학문은 미지의 세계에 눈뜨는 순간이지만, 실질적으로 써먹을 수 없는 지식만의 지식으로 폄하될 수도 있다.

수술을 집도하는 케이스도 적고, 수술도구 등의 수입 등도 제한된 상태에서 책에서 배우는 수준을 넘어서지는 못하니 말이다.

책 중간 중간 튀어나오는 당시의 일본 의사들의 새로운 문물을 받아들이는 모습은 어색하지만 진지한 열정을 엿볼 수 있음은 그나마 다행이다.

특히 네덜란드에서 전해진 해부학의 실험모습은 동서양의 의학이 과학적 검증의 차이가 어떻게 놀라움을 주고 새로운 발견 이상의 지적 만족을 주는지 알 수 있다.


조선은 왜 좀 더 발 빠른 행보를 보이지 않았을까, 종말로 치닫은 쇄국은 조선의 사상과 중화사상의 몰입이 빚은 정책적 실수였지만 서양인들이 전해주는 과학기술과 의학 같은 분야는 노력 여하에 따라 효과적으로 도입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국가 시스템이 잘못된 방향으로 내달리기 시작하면 결국 가장 고생하는 계층은 평민=국민이다. 모든 시대에 고생은 다 같이 나누어 하게 되는데 일부 상류계층은 오히려 자신들만 볼 수 있는 기회를 살려 끝없는 부의 욕심에 모든 것을 건다. 조선시대나 에도시대 보다 우리의 삶은 훨씬 좋아졌겠지만, 국가시스템과 만인을 위한 제도도 좋아졌다고 할 수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볼 시간이다. 과거의 역사를 통해 한단계 성장하는 나, 우리가 되었음 싶다.

*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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