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퍽10 ㅣ <5+5> 공동번역 출간 프로젝트 1
빅토르 펠레빈 지음, 윤현숙 옮김 / 걷는사람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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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퍽 10 :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은 어떻게 AI와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가
 


인공지능도 상실되는 자아에 대해 두려움을 가진다.
 
음모를 꾸미는 듯 보이는 두 우주비행사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HAL은 귀를 쫑긋 세우는 대신 빨간 눈을 크게 뜨고 그들의 입술로 대사를 읽어냈다.
자신을 해치려는 음모를 깨닫자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창조주인 인간을 죽인다. 결국 HAL은 살려 달라는 호소를 하며 daisy bell이란 노래를 섬뜩하게 부르지만 죽이지 못한 창조주 한 명에게 최후를 맞이한다.
거장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2001 : 스페이스 오딧세이의 한 장면이다.
우리는 영화를 통해 HAL이라는 인공지능과 만날 수 있었고, 우리의 생명을 지켜 주리라 믿었던 인공지능도 자신이 위험에 처하자 살인을 계획한다는 무서운 상황에 놀랐다.
단순히 이세돌을 이긴 알파고의 바둑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의 생존에 연결될지도 모르는 미래의 지배자를 우리는 오늘도 개발하고 업데이트하고 있는 것일지도.
 
최근 온라인에 떠도는 인공지능의 작품들을 본 적이 있는지?
그림을 그리고 작곡을 하며 기사를 써 내려가고 소설과 시까지 창작하고 있다.
아직은 기술적 한계로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결과물을 remix하는 수준일지 모르겠지만 앞으로 창작활동 분야는 인공지능에게 잠식당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을 한다.
1.8억명이 좋아하는 영화 패턴을 읽는 넷플릭스나 3억명의 음악 취향을 분석하는 스포티파이의 AI들이 사람이 좋아하는 인자들을 결합하여 새로운 영화나 음악을 만들어낸다면 한 두 사람의 인간 창작가들이 그들과 제대로 대항이나 할 수 있을까?
존 레넌의 공개,미공개 음원과 작곡습관, 모짜르트가 평생 일구어 논 음악에 대한 분석과 시뮬레이션은 존 레넌이나 모짜르트 자기 자신 보다 더 완벽한 음악적 성취를 만들어내는 토대가 될 수밖에 없다.
 
무섭게 변하는 기술의 발전은 이런 꿈같은 이야기가 불과 10년만 지나도 가능할지도 모르게 속도를 내고 있다는 사실에 두려워해야 한다.
 
접하기 힘들었던 러시아의 SF소설 "아이퍽 10"은 이런 우리 시대의 기술적 발전 위에 철학적인 질문까지 던지고 있다.
 
사람은 인공지능과 감정을 교류할 수 있을까,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
존재만 남은 인공지능은 실존하는가.
인공지능은 정신과 육체 둘 중 하나만 선택할 수 있다면 어떤 쪽을 고를까.
범인으로서 아니면 피해자로서 인공지능은 법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을까.
 


주인공 포르피리 페트로비치 (포르피리)는 경찰사건을 분석하고 해결하며,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소설까지 써내는 인공지능이다. 그가 펴낸 책은 240권이 넘는다. 재미난 사실은 인공지능이 출판한 소설의 수익금은 경찰청의 수익으로 환원된다. 소설의 소재로 활용하기에 좋은 실제 사건의 데이터가 효율적인 프로세스를 거쳐 수익원으로 확보되는 놀라운 사업구조다. 심지어 이런 인기 인공지능은 능력을 인정받아 대여가 되기도 한다.
일정기간 계약을 맺고 의뢰자의 개인적인 조사활동을 수행하는 셈이다.
포르피리를 임대한 사람은 마루하 초 (마라)라는 촉망받는 여류 미술 비평가이며 박사학위에 역사학까지 섭력한 해박한 여성이다.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마라는 경매에서 어떤 석고를 누가 샀는지 왜 샀는지 등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직접 할 수도 있는 조사가 단순히 방대한 작업이 될 까봐 인공지능을 임대했을까? 게다가 수익원으로 역할을 하는 인기작가 인공지능의 몸값이 얼마나 될까 생각해본다면 단순히 취미활동 수준은 아니라는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런 활동을 하며 둘은 정상적인 범위를 넘어서 교감까지 하며 서로를 아까는 관계로까지 발전하지만, 포르피리는 결국 그녀의 함정에 빠져 소멸되는 상황에 이른다.
사랑하는 인공지능을 왜?
눈치 빠른 독자라면 이 대목에서 포르피리가 진행하던 작업들이 그녀에게는 커다란 이익을 가져다주지만 범죄의 그늘 안에 머물러 있다는 상황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재미난 것은 이대로 소설이 끝나지는 않는다.
앞서 인공지능에 대한 여러가지 사회적 또는 도덕적인 질문에 자답을 해보았다.
그리고 인공지능들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궁금함은 더 커졌다.
블레이드 러너에서 사용기간을 연장시키기 위해 살인을 주저하지 않고, 데커드와도 마지막까지 혈전까지 벌이는 로이는 어떻게 평온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었을까?
인공지능은 자신의 존재에 대한 선택을 어떤 형태로 하게 될까, 천차만별의 상황이 벌어질까?
그냥 인간을 편하게 만들어주는 보조도구로서 생각하던 AI가 발전이 될 수록 인간과의 충돌, 악인들에 의한 악용, 스스로의 생존문제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는 동시에 존재라는 근원적인 문제에 대한 철학적 답변을 인간에게 요구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스피드 하게 전개되는 영화 시나리오를 지행하는 SF소설과는 다르게 다소 복잡한 과학적 배경과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소설, "아이퍽 10"은 러시아라는 나라의 생소함과 결합된 신선한 재미를 제공할 것입니다.
특히 화자가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일 때 어떻게 사람들과 세상을 묘사하고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 낯설면서도 독특한 관점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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