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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업 생존의 법칙 - 벼랑 끝 외식업, 위기 극복 긴급 매뉴얼
아라이 미치나리.김태경 지음, 김수은 옮김, 김성태 감수 / 이상미디어 / 2020년 9월
평점 :
외식업 생존의 법칙 : 모두가 승자가 되는 세상을 꿈꾸며
전년 대비 영업이익 98.5% 감소.
얼마전 모 유통 대기업 2/4분기 실적에 대한 어닝 쇼크 기사 타이틀이다.
그야말로 영업이익이 반 토막 수준이 아니라 없었다는 이야기다.
코로나 19 이슈로 매출 하락은 당연하고, 고정영업비용은 계속 나가니 버틸 재간이 있는가? 천하를 호령하던 대기업의 실적이 이렇다면 그 안에 입주하여 고객들에게 음식을 판매하던 외식업자들의 실적은 어떨까?
백화점이나 마트 등 소위 특수상권이라 불리는 길목을 잡은 자영업자의 숫자가 저렇다면 비싼 임대료 때문에 등골이 휘어진 자영업자는 물론 골목에서 소소한 매출로 근근이 장사하던 분들의 타격도 말할 것 없다.
지속되는 팬데믹의 쇼크는 저녁 9시 이후 영업금지라는 2.5단계가 시작되며 벼랑 끝까지 몰렸지만 다행히도 안정화되는 확진사수로 인해 숨을 돌렸을 뿐이다.
문제는 이런 외식업의 무덤현상이 코로나로 인해 직격탄을 맞았을 뿐 이미 2-3년 전부터 깊은 주름이 파여왔다는 점이다.
결정타가 무척 센 녀석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겠지만 기초 체력이 이미 고갈된 상황이니 절망의 강도는 바닥이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된다.
우리보다 먼저 외식업자들의 위기를 겪었던 일본사례를 중심으로 국내의 상황과 유사한 부분은 비교하고 다른 점들은 보다 깊은 관찰을 통해 극복해갈 수 있는 방법들을 저자들은 모색하고 있다.
사실 국내에 비해 일본의 외식업 환경은 좀 더 체계화되고 살아남기 위한 경쟁력이 있었다. 직장이라는 울타리에서 밀려난 중년들이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편의점 아니면 치킨집이라는 공식을 만들어 획일적인 외식업 문화로 발전한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 특유의 도제 방식을 통해 가문대대로 또는 후계자로 연계되는 장인 정신 가득한 외식업이 일본의 근간을 이루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졌다.
따라서 같은 음식이라도 지역이나 주방장의 계보에 따라 상업적인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여건이 성숙되었다. 일본의 경제 호황기에는 치솟는 물가와 자산의 가치로 인해 풍요로운 외식업은 세분화되고 다양화되며 식도락가들의 즐거움을 배가시켰다.
하지만 지금은? 일본 역시 잃어버린 10년, 20년, 30년을 지나면서 급속한 경제적 위축과 인스턴트에 익숙해진 젊은 세대의 출현으로 과거의 영광을 이어가지는 못한다.
저가형 소고기 덮밥이나 편의점 도시락의 대단한 발전은 사실 외식업의 종말로 치닫는 지옥열차였다.
일본과 우리의 차이는 중식 시장의 차이다. 점심을 이야기하는 중식이 아니라 배달시장을 일본에서는 중식이라고 표현한다.
서울시가 자체적인 제로 배달 앱을 개발할 정도로 시장이 고조되고 코로나로 인해 급성장해버린 한국의 배달음식 시장에 비해 일본은 마트나 편의점에서 완성된 음식을 픽업하는 방식으로 발전해왔다. 그러다 보니 외식업의 형태가 비슷하다고 생각했던 양 국의 외식업 시장의 변화방향은 완전히 달랐다.
일본 마트 시장을 벤치마킹하러 간 적이 있는데, 동네 중소 마트이던 이토요가토나 이온같은 대기업 마트이던 조리코너가 세분화되고 대규모 공간을 차지 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었다.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각 종 메뉴가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다는 사실보다는 준비된 양이 꽤 많다는 사실이 더 놀라웠다. 그만큼 매일 집에서 조리해서 먹거나 식당에서 먹기보다는 마트에 들려 집으로 사가지고 간다는 의미이지 않은가? 심지어 햇반이 자취생들의 밥솥이 된 바와 달리 밥도 소분하여 판매하고 있다는 사실이 재미있었다.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고객이 눈으로 확인하고 집어가는 방식이 사실 구매 시스템 전반적으로 위생적이고 다양한 방향의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막상 집에 들어와 무엇인가를 사러 나가는 건 아주 귀찮은 일이고, 퇴근 길 특정 식당이나 마트에 들러 그날 먹을 식사거리나 안주를 사는 일도 몇 번하다 그만둘 수밖에 없다. 특히 우리나라같이 적은 공간에 많은 사람들이 고밀도로 모여 사는 형태에서 배달의 성장은 당연하면서도 경제적인 혜택이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 모두에게 발생하는 모델이다. 과도한 중간연결자의 수수료 체계에 대한 욕심만 자제되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말이다.
위기에 처한 외식업에서 승자가 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일까?
저자는 원칙을 지킨다는 사실에 집중한다. 상황이 어렵고 시장이 혼탁해질 때 가장 쉬우면서도 핵심적인 전략이다. "Back to the basic"
그리고 전략을 실행하는 각 구성원의 정신상태를 무장하고 하나된 방향으로 만드는 것이야 말로 기본 중의 기본이다. 저자는 이러한 부분은 강조하고 있다.
특히 매장을 여러 개 운영하는 방식의 경영자들에게는 각 매장 책임자들의 역량을 키우고 동기부여하는 것만이 살아남기 위해 꼭 한가지 전략임을 명심해야 한다.
책에 소개되는 점장 능력 진단 체크리스트를 보면 깜짝 놀랄 수 밖에 없다. 경영자라면 디테일한 항목 하나 하나 식당의 흥망을 쥐고 있는 점장이 어떤 태도로 운영하고 음식을 준비하며 고객과 커뮤니케이션하는지 까지 가이드하고 동시에 검사한다는 점을 키워야 한다.
안정된 식당의 운영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때 두번째 전략이 시작되야 한다. 바로 단골고객을 확보하는 것이다. 불황시대와 코로나 시대에 고객을 확대하고 안정적인 매출을 보장하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은 너무 교과서적인 일이지만 지금은 교과서에 충실하고 참아내는 자만이 살아남는 시대이다.
마지막으로 우리의 차별화 포인트를 새롭게 정의해 보는 부분이다. 과거부터 오랫동안 고객들에게 우수하게 인정되어 온 정체성이 있고 코로나 시대에도 고객들이 인정해주는 것이라면 굳이 변화를 급격하게 할 필요 없겠지만 시대의 변화에 따라 식당의 강점을 바꾸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당위성은 운영자가 스스로 깨달을 수 있다. 다만 어떤 방향으로 변화의 포인트를 잡는다는 일은 어려운 일이지만 이 역시 기본에 충실하고 고객, 고객과 가장 빈번히 대화하는 종업원들의 시선을 고려해야 한다.
꼼꼼하게 일년 전체적인 마케팅 계획을 수립하고 시기에 맞는 상품과 고객의 변화 그리고 가게의 분위기를 바꾸어보는 고민을 얼마나 하고 있는지? 계획이 준비되어 있고 제대로 실행되고 있는지 피드백하는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는가? 그냥 겨울이면 따끈한 국물만 내놓는 다는 사실에 만족하는가?
살아남은 자가 강한 것이다.
코로나 시대는 모두의 멸망시대이다.
기존의 성과와 상관없이 실적과 이익을 무덤으로 끌고 들어가는 시대이다. 유통 대기업조차 98.5%의 이익을 허공에 날려 먹는 시대에 연약한 자영업자의 생존도구는 무엇일까? 자 기본으로 돌아가 냉정하게 세상과 우리 식당의 경쟁력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면 고객들이 다시 꽉 차게 만들 비법을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보다 많은 만남과 소통, 그리고 연구를 통해 견뎌내는 힘이 커지는 도약으로 바뀌도록 스스로를 바꾸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