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를 바꾼 15번의 무역전쟁 - 춘추전국시대부터 팍스 아메리카나까지
자오타오.류후이 지음, 박찬철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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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15번의 무역전쟁 : 총성 없는 전쟁의 또다른 얼굴들
 
학창시절 국사나 세계사는 항상 왕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시작되고 끝을 맺는다.
각 나라의 시작과 끝도 결국 왕의 계통을 통한 해석이고, 해당하는 시대의 각종 정치적 소용돌이는 물론 법과 제도 등도 결국은 왕이 결정한 국가의 방향에 의해 정해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요즘 여러 분야의 세계사들을 읽다 보면 너무 교과서에 충실한 역사공부에 많은 사람들이 재미를 못 느끼고 졸업과 함께 역사책을 학교에 놔둔 채 돌아서는 모습이 충분히 바뀔 수도 있는 시장이 되었다는 안도감이 든다.
세상을 보는 눈을 넓히는 역사 공부를 내게 꼭 맞는 실용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수도 있고, 재미로서 역사책을 읽을 수 있는 기회가 늘었다.
"조선을 뒤 흔든 스캔들 15선" 뭐 이런 제목이면 독자들이 호기심을 갖지 않겠는가?
 
국가와 국가 사이에는 영원한 친구도 없고 적도 없고 단지 영원한 이익만 있을 뿐이라는 영국 정치가 파머스턴의 이야기는 인류가 무역전쟁 속에서 깨달은 진리일 것이다.
 
최근 우리가 일본과 벌이는 무역전쟁에는 민족적 자존심과 과거 역사가 뒤얽혀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각 자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귀결에 이른다. 트럼프가 화웨이와 틱톡을 멸망시키겠다는 무리한 욕심도 마찬가지다.
다만 미국과 일본에는 극단적인 우익은 자국의 이익을 추구한다는 점이 우리와 약간 다르지만 말이다.
 
책 제목처럼 소개되는 15번의 무역전쟁을 3개의 시대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1.춘추전국시대와 십자군, 네덜란드의 화려했던 흥망성쇠가 나타났던 대항해시대
2.나폴레옹의 등장으로 시작된 대륙봉쇄와 아편전쟁과 대공황
3.2차세계대전부터 일본의 굴욕과 EU의 시대
 
십자군과 네덜란드, 포르투갈의 이야기, 아편에 무너진 청나라의 어두운 역사와 한국전쟁, 오일쇼크, 일본의 (우리에게는 신나는)잃어버린 10년이 시작되는 이야기들은 많이 듣고 배웠던 경제적 충돌인 반면, 중국의 무역전쟁은 상대적으로 관심도 적었지만 교과서에 충실했던 사람들도 비교적 덜 관심을 가졌던 분야이지만 서양과 다른 형태의 경제적 역사를 새롭게 조망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무역전쟁을 다룬 역사책들이 우리가 학교에서 배우던 세계사의 일부로 지극히 서양의 제국주의적 관점에서 기술되었다면 중국이라는 - 아시아의 가장 큰 대국이었던 그러나 현대에 이르러 몰락과 부활을 반복하는 - 국가적 입장에서 서술된 챕터들은 색다른 만남이 된다. 특히 교과서에서 아편전쟁으로만 짧게 취급하던 넘어갔던 영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이면에 있었던 은본위제에 대한 설명들은 비열한 이기심이 세상을 어떻게 뒤집어 놓을 수 있는지 보여주는 극명한 사례 중 하나이다. 신사의 나라라고?
 
책에 등장하는 역사의 현장을 몇 장면 살펴보자.
 
이름 한번쯤 들어본 적 있는 제나라 관중이 펼치는 치사한 전략은 시대를 앞서간 발상이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도 없거나 와 효과도 대단하여 제나라가 무역전쟁의 강자가 될 수 있는 이유가 되었다. 지금처럼 다양한 생산자와 소비자가 혼재된 시장에서 쉽게 일어날 수 없는 국가 간의 경제싸움이지만 특정분야로 제한된 기업간의 전략으로는 새롭게 벌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를 이어받은 대륙의 "봉쇄"전략이 최근 우리에게 갑질을 하려고 시비를 건 일본의 전략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해보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확신을 준다.
 


네덜란드는 짧은 시간 속에 세계의 경제사에서 최고의 힘을 가지고 있다가 순식간에 몰락한 대표적인 무역전쟁의 단면이다. 유럽의 바닷길을 장악할 수 있었던 지리적인 장점과 무역에 빨리 눈 뜬 덕에 포르투갈에게 권력을 찬탈하였지만 결국 새로운 강국인 영국에게 빼앗기게 되는 기구한 운명을 맞이한다. 세상이 발전하고 변해가면서 자연스럽게 권력이 이동하고 그에 따라 부도 이동하는 급격한 변화를 관찰할 수 있는 좋은 사례이다.
 
세계대전이나 중일전쟁 그리고 한국전쟁 등 전쟁의 포화의 도화선이 되기도 하지만 무역전쟁은 눈 앞에 펼쳐지는 잔혹한 전쟁 뒤에서 판세를 움직이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중국을 제압하며 동아시아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일본이 조선을 병참기지화하고 중국을 전쟁물자를 수탈하고 저장고 역할로 만들어갔다는 모습들은 전쟁과 뗄 수 없는 연관성을 잘 나타낸다.
 
일본이 20세기 초 우리나라처럼 얼마나 중국의 등골을 빨아먹었는지 숫자로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다. 서구 열강이 했던 나쁜 짓들을 일본이 그대로 답습하는 모습을 보면 저들이 2020년 현재 시점에서도 얼마나 간악한 음모들을 암암리에 착착 진행하겠는가 라는 의구심을 지나칠 수 없다.
덤핑을 통한 시장혼란과 이를 틈탄 화폐시장의 장악과 군수물자의 보급. 이 거대한 욕망의 분화구에서 조선과 중국은 철저히 파괴되었고, 결국에는 일본 스스로도 파괴의 최후로 뛰어든 형국이 되고 말았다. 악인은 반드시 지옥불에 떨어지리라.
훗날 일본의 비열함은 미국과의 무역분쟁에서 똑 같은 입장에서 놓이게 되었고 그로 인해 잃어버린 10년이 아니라 끝장 난 30년을 보게 될 좋은 소식이 들리기를 희망한다.
역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바나나 전쟁이다. 바나나를 가장 많이 수입하던 EU가  바나나수입을 규제하기 시작하면서 촉발된 분쟁은 미국의 기업들에게 실질적인 시장지배력을 약화시킴으로서 총성없는 바나나 전쟁이 벌어지게 된다. 치키타와 우리나라에도 많이 수입되고 있는 돌 바나나가 미국기업이라는게 문제였던 셈이다. 더군다나 중남미 국가들의 바나나 수출이 약화될 경우 미국입장에서는 시장 파이가 줄어드는 2중고를 겪을 수 밖에 없다보니 개입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서로간의 난타전 끝에 마무리는 그럭저럭 끝나지만 미국의 국익에 반하는 무역적 기조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잘 알게 된 사례가 되었고, 이는 최근 미중간의 극심한 경제전쟁의 전초전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미국이 강할 때 유지하던 자유무역은 그들이 쇠퇴하게 되면서 강력한 보호주의로 흘러가는데 뒷 힘의 배경에는 사실 군사력이 숨어있고 세계 패권의 발톱이 숨겨져있는 셈이다. (물론 중국도 우리가 응원의 함성을 보낼 정도로 정의로운 국가는 아니니 우리는 팝콘이나 먹으며...아, 우리나라의 경제적 영향력이 제일 센 두 나라라.....)

이 책은 기대보다는 딱딱한 편이다. 사건 하나에 집중하기보다는 교과서적인 숫자와 정책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적은 분량에 가십거리는 상대적으로 양이 적다. 서두에 설명했던 역사의 새로운 시선과는 다소 상이한 결과물이다. 하지만 역사를 보는 관점 자체가 그동안 서구의 눈으로 보고 그들이 쓴 책들을 읽다 보니 왜곡이 크다는 점은 확실히 건질 수 있다. 동양의 시점에서 바라본 무역전쟁에 대해 앞으로도 더 깊숙한 연구와 저작활동을 기대된다. 일본이 이런 도서출판에는 적극적이었지만 서구세계사에 치우친 경향이 있기에 우리나라와 중국에서 무역세계사에 대한 논의와 고증이 활발히 이루어지길 바라는 마음이 생겼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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