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섬 - 영웅들의 섬
신도 준조 지음, 이규원 옮김 / 양철북 / 2020년 7월
평점 :
품절


보물섬 : 오키나와 주민들의 아픈 연대기

 


오키나와는 아직 가보지 못했지만 작년 여름에 한 번 가보려고 기웃거렸었다.
일본이지만 미묘하게 다른 느낌이었고 일본도시여행과는 남다른 - 그렇다고 우리나라 제주도 와도 또다른 - 여행지란 생각이 들어 꼭 한번 가기로 마음 속에 책갈피를 새겨 놓았다. 하지만 최근 일본 근대사를 보며 또다른 이면을 보고 적잖이 놀랐다. 2차 세계대전 일본에 리틀보이와 팻맨을 냅다 던지게 만든 전투가 바로 오키나와 전투라는 지나가는 과정으로서 인식하고 있었지만, 막상 일본 내에서 전장의 참혹함은 나 몰라라 하고 오키나와 사람들을 총알받이로 썼다는데 놀라움을 느꼈었다. 최후의 한순간까지도 철저히 이용당했다. 그러다 보니 일본에 적대적으로 편입된 오키나와의 원래 왕국인 류큐제국을 점령한 미국에 대한 저항심은 당연하고 일본 본토에 대한 적개심 역시 상당하는 모습이었다. 내선일체를 주장하던 일본인들이 얼마나 거짓부렁이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일본의 비열한 오키나와 이야기는 오카모토 키하치 감독의 "격동의 쇼와사 오키나와 결전(1971)"이란 영화에 잘 드러나있다. 유튜브 등을 통해 영화 소개를 한 번 보시길 바란다.



신도 준조의 소설 "보물섬"의 무대가 오키나와이다 보니 이러한 역사적 맥락을 알고 있으면 주인공들의 정서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다. - 사실 전후 많은 일본인들이 미군에 대해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동경했다는 사실과 다르니 말이다.
이야기는 1952년부터 1972년까지 20년의 길 세월을 담아내고 있다. 
도입부에는 동네에서 가장 인기가 좋은 온짱이 등장하다. 그는 영웅으로 불리며 미군기지에서 물자들을 훔쳐내 사람들에게 나누어 준다. 믿음직한 외모에 걸맞은 대담한 행동과 전과로 모든 사람들의 인정도 받고 그들과 같이 하는 3명의 동료 - 구스쿠 (온짱의 친구), 레이 (온짱의 동생), 야마코(온짱의 연인) - 에게도 인정받는 존재이다.
어느 날 평상시같은 대담한 습격으로 미공군기지를 털고 있는데 어느 틈엔 가 이들을 눈치챈 미군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약탈로 인정한 미군은 총으로 스스럼없이 센카아기야 (약탈자들을 일컫는 말이다)들을 쏴 죽이기까지 한다. 뭐가 잘 못 된 걸까? 열심히 도망치는 와중에 머리를 굴려보지만 이유를 알 수 없다. 분명 오키나와 땅이지만 미군들의 지역이라는 아이러니함이 도망치는 상황에서도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혼란스러운 와중에 정신을 수습해보지만 온짱은 총에 맞은 후 사라져버렸다. 레이는 붙잡혔고 구스쿠만 간신히 빠져나와 온짱을 기다리던 야마코를 만난다. 온짱은 사라져 버렸다. 시체도 없고 아무런 흔적도 없다. 
미군정의 신탁통치를 받은 오키나와는 우리나라에 주둔한 미군기지 주변 상권과 마찬가지로 치외법권이 인정되는 다른 나라였다. 오키나와에서는 미국 달러가 통화로 사용되고 땅과 건물들은 미군이 차지했다. 외박 나온 군인들은 못된 짓을 도맡아 한다. 폭행, 강간, 살인 등의 사고가 이어진다. 처벌은 뻔하게도 솜방망이. 주민들의 분노는 차곡 차곡 쌓여만 간다.
하지만 이런 모습을 오키나와 사람들이 처음 겪은 것은 아니다. 이미 그들만의 왕국이었던 류큐왕국이 일본국왕에 의해 지배받기 시작하고 전쟁의 참상 속에 총알받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는 사실. 현재까지도 그들은 일본 속의 류큐왕국이고 스스로를 일봄 사람들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일본인들도 일본사람으로 보지 않는다. 그냥 땅만 빼앗아 먹었고 역사적으로 이용만 당했던 사람들, 그리고 그 결과로 새로운 군주의 혹독한 약탈과 멸시만이 남았는데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미군정에 머리를 조아린 본토 사람들과는 또다른 패기가 느껴지면서도 쓸쓸함이 든다.
(이런 처절한 환경 속에서 일본을 대표하는 여가수 아무로 나미에가 등장했다는 사실은 참으로 대단한 일이다.)
혼란스러운 사회에서 주인공 3명은 마음 속에는 온짱이 어딘가에 살아있을 거라 믿으며 자신에게 부여된 역할로 살아간다. 구스쿠는 경찰, 레이는 조폭, 야마코는 선생. 너무나 다른 삶의 방식을 써 내려가는 것이다. 각자 다른 모습으로 온짱을 찾으려고 헤맸지만 몇 가지 단서는 있었지만 끝내 찾아낼 수는 없었다. 우연히 만나게 된 우타라는 소년이 나타나기 전까지 말이다.
보물섬의 보물은 우리가 생각했던 어드벤처 영화 속 황금이 아니다. 바로 사람이다. 그토록 찾기를 갈구했던 온짱이 그들에겐 보물이고, 우타 역시 보물이다. 독자에겐 등장인물들 모두 보물이다. 화려하고 멋진 삶을 살아가는 것은 아니지만 마음 속의 희망을 빛으로 생각하는 보물들이 모여 사는 섬이다.

낯선 오키나와의 50~70년대의 역사를 모르고 접근하기에는 역사적인 맥락이나 정서적인 이질감이 느껴질 소설이다. 굉장히 초반에 페이지 넘어가는 속도도 다소 느린 편이었다. 하지만 당하는 사람들의 우울한 이야기 그리고 그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찾으려는 작가의 의도는 과연 우리에게 보물섬이라는 존재가 어떤 의미인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기회를 준다. 일본문학의 권위있는 나오키상 수상작이라는 타이틀이 실망을 시키지는 않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