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세이(平成) 일본의 잃어버린 30년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요시미 슌야 지음, 서의동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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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세이 일본의 잃어버린 30년 : 타산지석의 교훈을 다시 한번 생각하는 기회





"아베 마스크 2장을 주시면 장수풍뎅이와 교환해드려요."

손바닥만 한 마스크를 끼고 언론에 등장하는 아베를 TV로 보면 측은지심이 먼저 떠오르는 요즘의 일본. 얼마나 많은 공적자금들이 연계된 업체로 빠져나갔으며 얼마나 많은 사업에 검은 커넥션이 퍼져 나가 있는지 그들만 아는 비밀.
발표되는 소니-에릭슨 스마트폰의 모든 성능들이 공짜 폰으로 줘도 안 가져갈 수준의 참혹한 퀄리티로 나오고, 우리가 익히 들었던 Made in Japan의 가전제품 메이커들은 사라지거나 중국에 헐값으로 팔려가는 광경을 보고 있노라면 세계 2위 국가의 경쟁력이 얼마나 추락을 거듭했는지 깨닫게 된다.
용산에서 Sony Walkman 15주년 기념작인 EX1 기기를 구매하고 기능과 디자인에 얼마나 감동했었는지...... 혹자는 아직 소니는 금융이라는 막강한 무기를 배경으로 영화산업을 위시한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와 플레이 스테이션으로 과거와 영광을 이어가고 있다고 강변하겠고 이 또한 틀린 이야기는 아니지만 이상하게 씁쓸한 느낌이 드는 사실은 둘 다 느끼겠지.
태평양전쟁을 일으키고 광란으로 가득 찬 정복의 역사로 피를 물들이던 그들에게 두 방의 원자폭탄은 쇼와 시대의 종말을 예고하는 듯했다. 그러나 처음으로 정복당한 미국에게 속마음까지 매혹에 빠진 상황에 이웃나라의 불행을 반전의 행운으로 가져간 그들은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우뚝 설 수 있었다.
코카콜라 광고로 대변되는 1980년대의 일본은 전세계를 집어삼킬 태세였고, 최근 중국을 향한 미국의 두려움 못지않은 경계심을 갖게 만들었다. 영화 "그렘린"에서는 이러한 미국인들의 불안한 심리가 "기즈모"라는 작지만 무서운 괴물로 표현되기도 한다.
영원할 줄 알았던 샴페인의 풍부한 거품은 어느 날 갑자기 일본을 덮어버린다.
저자는 이 시기를 "헤이세이의 잃어버린 30년"이란 박스를 만들어 집어넣고 돋보기를 들이 밀어 도대체 뭐가 문제였었는가 고찰하기 시작한다. 의외로 이런 시도들이 극히 제한적으로 시도된다는 사실은 안타깝기까지 하다. 아직도 자기들이 세계 최고라고 광신적 애국에 빠져 베스트셀러를 생산하는 모습은 측은지심이 들 정도다.



경제위기를 불러온 가장 표면적인 위기는 "플라자 합의"가 시작점이다. 미국의 무역적자 규모가 급속도로 커져가는 상황에서 미 레이건 정부는 1985년 9월 2일 미국 뉴욕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G5회담에 압력을 넣어 ‘달러의 평가절하와 독일 마르크화, 일본 엔화의 평가절상’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플라자 합의를 발표하게 되었고. 일본상품들의 가격경쟁력은 하루 아침에 30% 수준의 인상효과를 가져왔다. 그 이후 적절한 대처를 하지못한 혼란은 위기를 가중시켰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지속적인 자연재해 등의 피해도 속출하게 된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도 국가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있던 일본인들의 신뢰는 시간이 흐를수록 약화되었고 우리가 칭송하던 그들의 경제사회 시스템은 사실 경제적 충격을 받고 난 이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서서히 균열이 생기고 있었던 것이다.
일반적으로 국가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하면 자성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자가 치유의 방법들이 도출되기 마련인데, 일본은 30년간 이러한 과정을 겪지 않은 채 고마쓰 사쿄의 소설처럼 서서히 침몰되고 있었다. 그 절정에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한다.
이후 우경화는 더욱 강해지며 아베 신조의 장기 집권이 이루어졌고, 한번 뒤틀린 역사의 방향성은 점점 더 깊은 수렁으로 일본을 몰아넣지만 정치와 사회에 대한 일본인들의 무관심은 결국 마스크와 골판지 침대같은 코미디쇼로 2020년을 장식하고 있다.
헤이세이의 30년을 4개의 쇼크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이는 표지에도 그래픽으로 잘 표현해냈다.
 
제1의 쇼크는 1989년에 정점을 찍은 버블경제의 붕괴
제2의 쇼크는 1995년의 한신, 아와지대지진과 옴진리교 사건
제3의 쇼크는 2001년의 미국 동시다발테러와 이후의 국제정세의 불안정화
제4의 쇼크는 2011년의 동일본대지진과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사고



사실 쇼크라는 용어 자체가 마치 나는 아무런 잘못이 없는데 외부의 급격한 환경변화가 사태를 만들어낸 것뿐이라는 피해자 느낌이 강하다. 하지만 외부환경이나 자연재해로 인한 쇼크가 발생했을 때 메뉴얼 대로 대처 잘 하기로 소문났던 일본이 우왕좌왕하며 무너지기 시작한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고, 국가적인 시스템 붕괴는 지속적인 국가적 쇠락을 부채질해왔다고 이해해야 한다. 이는 최근 코로나19 사태 초기 유람선의 인원을 별도로 계산한다 거나, 대유행이 분명한데도 제한적인 검사로 숫자를 감소시키려는 당국의 노력과 방관하는 국민들의 무관심으로 작동되는 상황을 목격하며 그들의 틈새를 확실히 목격할 수 있었다.
책은 몰락의 과정을 크게 기업과 금융, 정치, 사회, 문화 네가지 분야에서 꼼꼼히 살펴보고 있다. 
비즈니스와 산업 측면에서는 세상의 변화에 둔감하고 자기 잘난 맛에 살았던 그들의 몰락을 잘 서술하고 있고, 사실 한 국가의 미래방향을 좌우하는 정치권의 포퓰리즘과 무책임한 방관들이 나라를 이 지경으로 몰고 가지 않았는가 생각한다.
민주당 정권의 아마추어 같은 리드는 대위기 속에 허둥지둥 대는 모습을 보였고 이 대목은 일본이란 나라의 주저 않는 변곡점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모든 정치, 경제, 사회적인 "시스템"이 붕괴돼 버렸다. 정치에 관심 없을 때 너보다 무식한 자가 너를 다스리게 될 거라는 명언을 일본인들은 망각했다.
기업/금융과 정치와는 달리 사회와 문화에는 사실 "실패"라는 개념이 있을 수 없지만 분명 시대를 이끌어가는 힘이란 측면에서 퇴보는 "실패"라고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아무로 나미에로 대표되는 Jpop의 위상을 생각해보면 된다. 과거 국내에 일본음악 수입이 금지되던 시절 음성으로 거래되던 음반 량은 꽤나 컸고 대만이나 홍콩에서는 불법 카피음반이 유통되고 국내까지 몰래 수입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떠 한가? 여고 동창회같은 대규모 그룹이 지역 클럽을 기반으로 제한된 활동만 하고 있고 자국내에서는 흥행에 성공하고 있지만 아시아를 이끌어가던 과거의 힘은 사라진지 오래다. 그 자리를 우리나라가 채우고 있는 형국이다.
일본기업과 금융권들이 무너져가는 과정은 관심있는 사람들이라면 여러 번 반복해서 보았던 내용이지만, 그 안에 숨어있는 일본이라는 사회와 기업들의 잘못된 판단과 선택들을 보다 냉정한 관점으로 바라보고 있다.
다시 말하지만, 포퓰리즘으로 국가를 파탄내는 정치시스템은 결국 국민들의 무관심이 가장 큰 원인이고 그들 모두의 책임이자 받아들여야 하는 결과로 나타난다.
문제는 이런 몰락의 과정을 한편으로 고소해하고 있는 우리지만, 남의 나라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점은 명심해야 한다. 상당부분 우리의 선행적 모습을 보여주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국민성도 다르고 국가의 지도자가 추구하는 방향도 다르지만 제일 중요한 국민들의 인구구성 상황과 사회적 정치적 무관심의 심화는 닮아 있다.
심지어 인구 절벽현상은 그 무엇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가장 커다란 위기임에도 우리는 그들을 따돌리고 세계 1위급의 저 출산율의 늪에 빠지고 있다.
비판을 위한 비판은 의미 없다. 
이런 도서를 보면 일부 자각한 일본 지식인들의 등장이겠지만 실행력을 쥐고 있는 시스템은 그들을 포용할 생각이 없다. 
우리가 IMF 금 모으기를 하던 시절처럼 우리가 촛불을 들던 시기처럼, 모두가 자각하고 실천하지 않으면 일본보다 더욱 비참한 국가재난상황에 진입한다는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극복하겠다는 실행을 개인 한사람부터 시작해야 한다. 

다시 열강의 틈바구니에서 눈치만 보다 모든 것 빼앗기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복거일의 "비명을 찾아서"의 시대상으로 가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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