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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는가 - 삶의 마지막 순간에서의 가르침
셔윈 B. 눌랜드 지음, 명희진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0년 6월
평점 :
사람은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는가 : 죽음에 대한 따뜻한 시선 그리고 실체를 서술하다.
죽음에 대한 생각 폭을 넓혀 가는 중이다.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얼마전까지 맡았던 업무 중 하나가 시니어마케팅 관련 비즈니스였다. 고령화로 인해 노령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데 비해 사회 인프라는 아직 갖춰지지 않았다. 우리보다 빠른 고령화 사회를 맞이했던 일본의 경우 전세계의 벤치마킹 모델이 되리라 믿었지만, 실제 현지에서의 모습은 실망스러웠다. 기대만큼의 비즈니스가 활성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멀리 떨어졌음에도 힘들게 찾아가서 면담했던 일본 최대의 상조회사는 우리나라 회사들에 비해 굉장히 규모가 작고 로컬 비즈니스만 진행하는 식이다.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만의 차별화된 비즈니스를 개발하는데 한계가 있었지만 동시에 기회이기도 하다. 비즈니스의 새로운 관점을 보기위해서는 죽음이 실제로 어떻게 다가오고, 또 가족들은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뻔한 거 아니냐 고 되물을 수 있지만 보다 실질적인 접근과 고민이 필요한 영역이다. 항상 본인과 가족들은 죽음에 대해 "준비"가 안되어 있는 법이다.
두번째는 나이가 먹어갈수록 죽음에 대한 공포가 커지는 사실에 스스로 놀란다. 보험상품도 100세 만기가 등장한지 오래고 우리나라의 수명이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다는 사실들, 의학의 발전으로 기대수명이 길어진다는 뉴스는 냉정하게 바라보면 "일반적"인 상황일 뿐이다. 개인적인 수명은 통계적인 평균 수치가 아닌 지극히 개인적인 상황에 달려 있기에 미리 준비하고 또 어떤 과정이 전개되는 인지하는 일이 개인적인 "준비"를 할 수 있게 된다. 조금 더 운동하고 절식하고 규칙적으로 생활하는 방식에 익숙해질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작년에 겪었던 갑작스러운 죽음의 목격이다. 회사에서 청소부 아주머니가 갑자기 일과중에 쓰러지셨다. 급히 현장에 가보니 심폐소생술을 할 줄 아는 직원 둘이 119가 도착할 때까지 10분 정도 쉬지 않고 CPR을 진행했다. 건물 한 켠에 있나 보다 생각만 하고 지나쳤던 심장세동기가 공수되어 오고, 신고 후 10분만에 현장에 도착하여 무려 15분 동안 긴급조치를 하는 소방대원들의 죽음과의 사투도 지켜보았다. 결국 그 분은 여러 사람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먼 길을 떠나셨지만,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오전까지 멀쩡하던 분이 아무런 이유없이 갑자기 쓰러지고, 옆에서 많은 사람들이 들러붙어도 회복이 안되는데 인적이 드문 곳에서 이런 일을 당한다면 어찌할 것인가? 또는 가까운 사람이 바로 옆에서 쓰러졌을 때 나는 심폐소생술을 할 수 있는가? 죽음은 삶의 태도를 바꾸어 준다. 바로 그 날 이후 소방서에 요청해 전 직원 심폐소생술을 실제 실습까지 하는 교육을 받도록 진행했다. 나 역시 그냥 눈으로 보지 않고 직접 해보았다. 생각보다 어렵다. 그러나 한 번 두 번 실습을 한다면 길거리에서 누군지 모르는 이들의 위험한 상황에서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죽음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평화로운 죽음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는 작은 일에서 시작되는 법이다. 이 책을 고르게 된 이유는 우리가 주변에서 쉽게 보는 죽음의 이유와 그로 인해 고통받는 모습들, 그리고 죽음을 이끄는 질병들의 원리에 대해 조금 더 알기 위한 호기심과 필요성이었다.
저자의 말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대목이다. 사람은 사실 질병으로 죽는 것이 아니라 노화로 죽는 것이다. 노화되었기에 질병이 뒤따른다. 노화는 피할 수 없다.
50년간 의사생활을 한 저자는 첫 대목에서 갑작스러운 죽음에 내몰리는 기업가를 살리기 위해 혼자서 고군분투후 실패하는 충격적인 모습을 생생하게 서술한다. 조금 더 무엇인가 살릴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믿고 싶었지만, 사실 방법은 없었다.
책에는 우리가 주변에서 자주 목격하는 치명적인 질병들에 대한 이야기와 어떤 작동들이 사람을 마지막 과정으로 몰고 가는지 실제 겪었던 사례를 곁들여 설명하고 있다. 너무 현실감있게 장면들을 묘사하고 있어 공포영화를 보는 느낌마저 나지만 세상 사람들이 겪는 사실적인 현장의 모습이다.
심장질환, 알츠하이머, 에이즈, 바이러스, 암.
무엇 하나 만만하지 않다. 왜 우리는 이런 질병들로 고통을 겪으며 마지막 순간을 맞이해야 하는가? 환자의 고통과 가족들의 아픔을 의사로서 한 명의 같은 사람으로서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지만 결국 죽음은 아무도 막을 수 없는 것이다.
안락사 같은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도 개인적인 판단이 서지 않는다.
아는 후배도 오랜 투병을 하신 어머니로 인해 집안의 경제사정이 최악으로 치닫는 경우가 있었다. 의식도 없으신 분을 6년 정도 돌보는데 가족들은 바라만 보기에도 힘든 과정을 경제적 매몰까지 겪어야 했고, 결국은 돌아가셨다. 혹시나 있을 수 있는 희망의 가능성으로 치료가 진행되었다기 보다는 아직 숨을 쉬고 계시기에 자식들의 손으로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는 말이 더 와 닿는다.
그렇다면 이는 올바른 판단일까? 식물인간이 된 이후 깨어나는 경우의 수는 사실 터무니없이 적다. 그리고 소생이 되더라도 환자 스스로의 고통, 곁에서 재활하는 도움과 비용으로 가족들 역시 곤궁해질 수밖에 없다. 삶과 죽음이 확률싸움으로 선택할 문제는 절대 아니다. 하지만 깊은 고민과 논의가 필요한 사안임은 확실하다.
바이러스의 원리나 우리를 괴롭히는 과정은 요즘 그 언제보다 뼈저리게 와 닿는다.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니. 바이러스 관련 서적은 읽으면 읽을수록 무력감에 빠진다. 백신이 개발되는 사이에 수십개의 변종이 새로 등장하고 있다. 위력은 약해지고 전염성은 강해지고. 언젠가 유럽 어떤 나라처럼 전세계가 집단항체 생성 밖에는 대안이 없어질 날도 다가오지 않을까 우려된다.
"인간은 산소성 동물이다."라는 저자의 단언은 맑은 공기의 필요성은 물론 인류가 질병의 많은 부분을 정복해 나가는데 산소를 어떻게 신체가 원활하게 보다 많은 양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에 대한 숙제를 푸는 일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세포는 늙어가고 재생산 주기는 길어지고 종착역에서는 재생되지 못한다. 우연히 찾아온 듯 죽음은 슬쩍 곁자리에 끼어든다.
오랜 투병생활로고통받지 않고 어느 날 불쑥 찾아오는 죽음이 나을까 아니면 준비 없는 마지막은 피하고 싶을까?
죽음을 직시할 때, 현재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하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사랑할 때 사랑하라. 어쩌면 저자가 우리에게 던지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