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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빈치가 자전거를 처음 만들었을까 - 가짜 뉴스 속 숨은 진실을 찾아서
페터 쾰러 지음, 박지희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0년 4월
평점 :
절판
다빈치가 자전거를 처음 만들었을까 : 가짜뉴스가 만든 혼돈의 세계
얼마전 북한 김정은 사망설을 힘 주어 말하던 전직 북한 출신 국회의원 당선자 2명이 망신을 제대로 당했다. 현명한 온라인 유저들은 그들의 사망설이 만약 틀린다면 유언비어이고, 맞다면 스파이로 체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팝콘 봉지를 뜯으며 궁금증을 증폭시킨 바 있다.
왜 그런 선택을 하게 되었을까?
최초의 북측 출신 국회의원인 부담감에서 벗어나고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고자 검증되지도 않은 사실을 퍼뜨린 것은 아닐지?
가짜뉴스가 범람하면서 세상에는 진실과 거짓을 구분할 수 있은 경계가 애매해졌다.
세계의 리더라는 미국 대통령 트럼프마저 어 저 사람이 거짓말 할리는 없잖아라는 대중의 기대와 상식을 무참히 깨 버렸다.
그가 이야기한 내용의 2/3가 가짜 뉴스였다는 제기랄.
"탈 진실 세계"
보도의 의무와 책임을 져야할 기자들에 대한 신뢰도는 바닥을 뚫고 지하 100미터 정도는 내려간 상황. 기레기에서 기더기까는 말까지, 온라인 사용자들의 조롱과 멸시를 한 몸에 받고 있는 그들을 누가 타락시켰을까? 정치인들이 기자들에게 떡값이나 주며 잘 길들인 탓일까? 기자 월급이 상승하는 소비자 물가지수를 못 따라잡아서?
결국 가짜 뉴스를 생성하고 있는 언론의 왜곡된 행태를 국민 스스로 제대로 제어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런 사단이 난 것은 아닐런지.
기자들은 집중해야 할 보도 꺼리는 개 마냥 흙 속에 묻어버리고, 자신들이 보고 싶은 내용 이야기하고 싶은 내용, 이득이 될 만한 내용으로 세상 바라보는 기사들을 써 제 낀 덕에 스스로 직업의 위기까지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래도 싸다. 自業自得. 참 적절한 사자성어다.
마리 앙뜨와네트 초상 아래 써 있다는 "정직과 정치는 양립할 수 없다"는 문구나, 한나 이렌트가 이야기한 "정치가들이 진실만 말한다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며, 정치의 미덕이 정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아무도 없다. 거짓말은 대중 선동가뿐만 아니라 정치인과 고위 공무원들의 정당한 기술로 여겨진다," 두 문장에 정치 대신 기자라는 단어를 넣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저자는 고대부터 지금까지 역사상에 나타났던 그럴싸한 거짓말들을 파헤친다.
마리 앙뜨와네트의 저 유명한 대사 "빵 대신 케이크를 먹으면 되잖냐."가 사실 구라였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트럼프 같은 인물들이 역사 도처에 존재하고 있었다는 사실에는 실소를 금치 않을 수 없다.
10장에 걸쳐 다양한 사례를 통해 가짜 뉴스의 역사가 이렇 게나 길었다는 사실에 놀라고, 지금보면 어이없는 일에 많은 사람들이 뇌화 부동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
심지어 무덤 속에 발견된 보물들을 조작하는 사람들도 생겨났고, 다빈치가 자전거를 발명했다는 거짓 정보를 몰래 섞어 놓은 사람들도 생겨난다. 그걸 토대로 실물을 제작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전시까지 한 사람들은 또 뭔 지. (전시자들은 거짓임이 밝혀졌는데도 전시를 강행했다. 구린 놈들이다.)
사기꾼도 있고 세상을 혼돈에 빠뜨리려는 무정부주의자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발견하지 못한 채 가짜가 진실로 뒤바뀌어 지금까지 내려오는 수많은 역사의 한 토막들을 역사시간에 배우고 있을 수도 있다.
자신의 재능을 발견해내는 사람도 있다. 가짜뉴스 기자의 성공스토리가 등장한다.
고전영화로 유명한 "역마차", "오명", "로프", "바운티호의 반란"의 작가인 벤 헥트는 사실 기자였다. 그런데 허구 헌 날 가짜뉴스를 남발하다가 잘리는 바람에 작가로 전업한 케이스다. 어찌나 거짓말을 잘 창작하는 능력인지 대작가로 성공까지 하겠는가? 심지어 뉴욕의 매춘부를 사진으로 찍어 루마니아 공주가 왕실을 탈출하여 연인과 미국에 정착했다는 기사를 내보내기까지 한다. 신문사 사장도 잘 아는 매춘부 사진이라 걸린 게 문제였지만.
성공한 소설가로 거듭난 이야기는 훌륭하지만 우리나라 거짓말쟁이들도 성공한 꽃 길을 걸을까 걱정스럽다. 망하면 유튜버가 될 것이고 흥하면 국회의원이 되리니.
가짜뉴스를 만들어내고 책임은 슬쩍 제3자에게 돌리면 대충 마무리되는게 우리 정가의 전통이니 대성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마치 중세에 모든 흉한 자연재해를 교황에게 도전하는 몰지각한 왕족의 책임으로 몰아세우듯이 조작질을 통한 사회 리더 역할을 꿈꾸지는 않을지.
유명인들의 부고 소식은 가짜 뉴스 중 오보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다.
책에서 소개되는 마크 트웨인, 고르바쵸프의 부고는 웃음을 자아내는 수준이다.
심각하게 팬들 사이에 회자되었던 폴 메카트니 사망설은 아직까지도 회자되는 꽤나 긴 생명력을 가진 거짓 뉴스다.
명반 "Abbey Road"에서 왜 맨발로 자켓 사진을 찍었는지는 아직도 해명이 없으나 이 사진 한 장이 결정적 죽음의 증거였으니 일반인에게는 뭔 개소리냐는 핀잔을 들을지 언정 팬들에게는 "믿고 싶지는 않으나 믿어야 할 것 같은" 가짜 뉴스였던 셈이다.
만약 폴이 사망한 게 사실이고 지금까지 활발한 대외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이 대역이라면, 누군가가 정말 대역을 잘 쓴 것 같다.
작곡 실력이나 노래 실력이나 과거의 폴에 비해 전혀 꿀리지 않으니 말이다.
책 서두에 소개된 트럼프의 무한 거짓말 사례가 진짜인지 팩트 체크를 몇 개 해봤다.
내뱉는 말의 2/3가 거짓이라는 게 천조국 대통령이라는 그의 위치를 생각했을 때 와 닿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대목이 가짜뉴스의 폐해다. 한번 가짜뉴스에 당해보면 신문이나 방송, 심지어 책에서 얻는 정보가 진실인지 검증하는 절차를 거쳐야 비로소 안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보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진짜뉴스로 조사되었지만 시간이 흘러 가짜 뉴스로 판정되는 케이스도 많을 것이다. 어쩌면 가짜 뉴스 하나를 평생 믿고 살 수도 있는 것이다.
가짜 뉴스에 대한 확실한 징벌적인 제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말이 토끼를 낳았어요."라는 기사가 오래전 유럽에 등장했을 때, 일부 광신교도들은 신을 찾으며 드디어 세상의 종말이 왔다고 좋아하다가 평생을 도그마 속에 살았을 수도 있다.
페이지를 넘겨 나가며 약간 어색한 부분은 독일에 대한 에피소드가 많다 보니 낯선 느낌이 많이 들었다. 특히 전후 독일의 복잡한 정치경제사에서 나타난 정치사회 현상들이 익숙하지 않다 보니 머릿속에 들어오는 속도가 어린이보호구역 지나갈 때 속도가 난다. 정보의 습득과 되새김이 특정 몇몇 국가로 한정되는 것이 내 잘못인지 우리나라 미디어 잘못인지는 고민을 해봐야겠다.
일단 나부터 정보의 영역을 확대해야 겠다는 반성을 한다.
역사적 에피소드를 사회적 현상과 믹스하여 독자들이 좀 더 현실에 구체적으로 다가서며 진실에 대한 관점을 명확히 주는 서술방식이 큰 도움이 되었다. 잘 모르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낯설지만 전체적인 책의 흐름은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현대사회의 가짜 뉴스들을 거를 수 있는 것은 자신의 판단력 밖에 없다는 어쩔 수 없는 사실이지만 어쩌겠는가, 스스로의 지성을 견고하게 쌓는 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