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타고니아 : 기업이 철학을 가져야하는 분명한 이유
가끔이지만 다큐멘터리 보기에 필이 꽂힐 때가 있다.
영화 볼 시간도 빠듯하니 다큐멘터리는 상대적으로 지루할 수밖에 없다.
딸아이가 어릴 때 다큐를 좋아했다면 같이 보며 좋은 추억 쌓기를 하고 싶었지만, 딸아이도 다큐멘터리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눈이 번쩍 띈 프로그램이 BBC의 "살아있는 지구". – 필이 꽂힌 거다.
지금이야 UHD시대지만 처음 HD방송이 시작되던 시절 BBC가 이를 기념하기 위해 엄청난 돈과 인력을 몰빵해 만든 수작이다.
지구 곳곳을 살아가는 생명체와 그들 둘러싼 가이아 지구의 호흡과 도전을 섬세하게 표현해냈다.
이 다큐멘터리의 첫번째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북극곰 가족의 이야기를 보게 되면, 또한 혹독한 남극의 강풍 속에서 아기 펭귄을 지키느라 고군분투하고 있는 황제 펭귄을 본다면 남극은 우리에게는 척박하지만 또다른 동물들에게는 꼭 필요한 공간이기에 지켜야할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에서 이야기하듯이 지구는 점점 뜨거워지고 있고 평균 4도 이하로 줄이자는 협정도 의미없이 진지 오래고 6도까지 온도가 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 한다. 이에 따라 해수면 상승으로 몇몇 나라들은 해저생활을 해야 한다.
그러니, 지구와 대다수의 생명체 입장에서 인간들은 코로나 보다 독한 존재인 것이다.
파타고니아의 이야기는 바로 이렇게 지구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으로 시작된다.
어떤 사람들은 파타고니아가 내세우는 친환경적이고 계몽적인 캐치프레이즈가 교묘한 마케팅 차원의 접근은 아닐까 의심하기도 한다.
나 역시 처음 파타고니아라는 상표를 알게 된 것이 "Don't buy this jacket"이 큼지막하게 적혀 있는 광고를 통해서였다.
물론 처음 인상은 “마케팅 잘하네…”였고, 본심은 “궁극적인 목표야 옷 더 많이 팔겠다 라는 것 아니겠어?”
하지만 책을 읽어 본다면 결코 그렇지는 않았구나 생각을 고쳐먹게 된다.
양립할 수 없는 사업과 환경보호라는 두 가지 요소를 긍정적으로 결합시킬 수 있다는 사실에 많은 사람들은 놀랐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성공의 근본은 창업주인 이본 쉬나드의 개인적인 소사이자 브랜드의 창업스토리가 단순히 기업을 하기 위한 경영주의 마인드가 아니라 본인 스스로가 자연과 함께 하는 등산인의 입장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임을 알 수 있다.
전반부는 파타고니아라는 브랜드의 태동과 성장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앞서 이야기한대로 자서전의 역할도 한다. 많은 량의 사진들은 자신의 이야기가 진실됨을 증명하는 동시에 멋진 자연과 호흡하는 그의 활동적인 모습에 공감하는 역할을 한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분야에 매달리며 몸으로 겪은 불편함과 마음으로 겪은 안타까움을 제품에 쏟아 넣는다면 성공을 못할지라도 제품의 완성도는 최고 수준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본인들의 필요에 의해 가내수공업같이 만들던 등산도구들이 오히려 자연을 훼손한다는 자각을 하게 되고, 그렇게 새로운 도구가 탄생하게 된다.
자연도 보호하고 장사도 하고, 그 덕에 더 실컷 산을 타고 서핑을 하고.
옷 장사 시작하다 크게 한번 말아먹은 뻔한 그이지만 틈날 때 마다 놀러가는 지극정성이 감탄스러울 정도다.
그 정도의 정열과 심취가 같은 취미를 호흡하는 이들에게는 단순한 상품이 아닌 애용품이 될 수 있는 것이고, 그렇기에 고객과의 소통을 통한 발전은 필요에 의해 개발된 제대로 된 제품의 생산과 유통으로 이어진다.
고객에 대한 생각은 직원들에 대한 배려로도 오버랩 된다.
책 제목과 같이 직원들에게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 다녀오라는 이야기는 본인 스스로가 그렇게 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물론 직원들의 로열티는 회사와 같이 자신들의 인생을 걸어가는 신념으로 자연스럽게 표출되는 것이다. 월급만 타 먹는 회사와 같이 걷는 회사에 대한 로열티는 차원이 다른 집중과 성공을 보여줄 수밖에 없다.
후반부는 자사 직원들을 위한 교재로 만들어진 책이다 보니 회사 또는 쉬나드의 철학을 설명하는데 할애하고 있다.
제품 디자인 철학
생산 철학
유통 철학
마케팅 철학
재무 철학
인사 철학
경영 철학
환경 철학
철저하게 자신들이 하는 업의 본질에 대해 정의하고, 실천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직원들과 소통하고 고객과 교감하려는 의지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특히 본인들의 모든 것이 시작된 근본이자 일보다 더 좋아하는 자연과의 교감을 위해 환경에 대해 한번 더 관여하고 이를 고객들과 같이 하려는 철학이야 말로 현대의 기업들이 추구해야할 하나의 대표적인 귀감이 아닐까?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 소비를 촉진시키고 고객들을 들쑤시고, 자연에 해악을 끼치는 생수 같은 상품을 사람들이 남발해서 사용하게 만드는 마케팅을 고찰해본다면 결국은 소비자가 정신을 차리고 스스로 환경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자각과 행동이 필요한 시기가 아닐까 싶다.
파타고니아라는 상표가 마음에 들어 옷을 사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추구하는 철학과 지구와 같이 가겠다는 동참의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옷 한 벌 사면서 뭔 거창한 철학이냐 되묻는 이들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당신의 사랑하는 후손들이 인터스텔라의 사막같은 환경에서 쓰러져갈 것이기 때문이다.
"최고의 제품을 만든다,"는 기업의 철학은 품질에 대한 자부심인 동시에 고객 아니 스스로에 대한 믿음일 것이다.
모든 제품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어야 하며, 고객 신뢰는 광고비로 살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상품 광고는 하지 않는다.
고집스러운 철학이라고 다른 기업들은 혀를 끌끌 찼을 지 모르겠지만 결과는 정반대 아닌가?
파타고니아라는 회사의 본질은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철학을 기본으로 직접 사용할 최고의 장비를 만들고 이를 통해 사랑하는 자연을 지키고자 한다는 것이며, 이는 사람들의 경험과 유대를 통해 고객까지 연계되는 하나의 공통 가치관이 되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런 덕분에 제품의 품질을 고객들은 신뢰하였고 경제상황이 안 좋을 때는 "제대로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상품을 선택하는 소비자들의 자연스러운 구매까지 이어지게 된다.
파타고니아가 추진하는 원 웨어(Won wear)정책을 통해 상품을 구매하고 사용하는 행동들이 더 오랜 활용을 통해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소비자들의 자각으로 이어지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명분을 중요시하는 젊은 세대들은 다른 세대들 보다 한 발자국 더 지구와 함께 살아가기 캠페인에 동참해야 한다. 어쩌면 본인들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일 수도 있다.
자연은 언제든 인간을 괴사 시킬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철학 챕터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문구를 빌려와 본다.
_기업이 하기 힘든 일 중 하나는 가장 성공적인 제품의 환경적 영향을 조사하고, 환경에 악영향을 주는 경우 제품을 바꾸거나 그것을 진열대에서 치우는 것이다. 당신이 지뢰를 만드는 회사의 주인이라고 생각해 보자. 당신은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주고 각종 혜택을 주는 최고의 고용주이다. 하지만 지뢰가 실제로 어떤 일을 하는지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어느 날 당신은 보스니아나 캄보디아, 모잠비크에 가서 불구가 된 무고한 사람들을 보고 “지뢰가 이런 일을 하는구나!”하고 깨닫는다. 이제 당신은 제품이 진짜 하는 일을 안다. 이 상태에서 지뢰(담배, 패스트푸드) 사업을 그만둘 것인가, 계속할 것인가. 파타고니아도 우리의 이런 ‘지뢰’를 찾기 시작했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