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주의자들 - 허용오차 제로를 향한 집요하고 위대한 도전
사이먼 윈체스터 지음, 공경희 옮김 / 북라이프 / 2020년 4월
평점 :
절판


완벽주의자들 : 정밀성은 어떻게 인류의 무기가 되었는가

 
 


정밀하다 와 정확하다는 뭐가 다른 걸까?
지금까지 큰 차이가 없는 단어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통해 두 단어의 정의가 다르고 두가지가 완벽한 조화를 이루기 위해 인류는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알 수 있는 기회였다.
책에서는 사격의 예를 통해 두 정의의 차이점을 알려준다.
목표점에 맞지는 않았으나 특정위치에 몰려 있다면 정확하지는 않으나 정밀한 것이라 보면 된다.
목표점 근처에 여러 발이 명중하면 정확하고 정밀한 것이 되겠다.
정밀함과 정확함이 조화가 되는 것이 인류가 추구해 온 미래지향적이며 완벽주의자가 되고자 하는 의지라 보면 될 것이다.
따라서, 정밀성 (Precision)은 단순히 과학적 개념으로 이해하면 될 문제가 아니라 이 개념을 통해서만 현대과학기술을 눈부신 발전을 논할 수 있는 사상일지도 모르겠다.
한 치의 오차 없이 정확하고 정밀한 기계적 연동이 가능해야 신뢰를 통한 기술의 발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존 장비 중 가장 정밀한 것은 라이고의 원통형 덩어리다.
4.3 광년 거리를 사람 머리카락 두께 이하 오차로 계산이 가능한 사실이 믿기는가?
4.3 광년 거리 = 41조 Km.
사실 안 믿긴다. 
그리고 이거 왜 만들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이런 완벽주의자들이 없다면 암스트롱이 위대한 발자국을 남기지 못했을 것이고, 우리는 타임머신을 결코 발명할 수 없다.
 
그리스의 깊은 바다에서 발견된 정밀한 톱니기계 장치는 사람들을 흥분시켰다.
고대에 이렇게 정밀한 기계를 만들어냈다는 사실에 경악을 하였고, 또 이 기계가 시계의 역할을 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더 놀랐다.
아쉽게도 정밀한 기계의 구동과는 달리 부정확한 기능을 보여주었다.
생각해보니 고대 그리스인들에게는 시계라는 개념도 없었고 필요도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티키테라 기계라고 명명한 이 녀석은 정밀함이 오래전부터 사람의 마음을 휘어잡는 과학적 기술적 조건이었음을 눈치채게 만든다.
 
정밀성은! 그렇다, 우리 일상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제품이 시계다.
재미있게도 정확한 항해를 위해 필요한 것은 나침반이 아닌 시계였다. 정확한 시계가 영국이 해상무역의 강자로 태어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한다.
디지털 시대에도 많은 사람들이 탐내는 롤렉스나 파텍 필립 같은 브랜드는 직관적으로 정밀함이 최고조에 이른 기술적 완벽함과 동일시된다.
명품시계가 사람들의 소망하는 대상이 된 것은 정밀함에 대한 "완벽함"에 대한 경외가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이렇게 정밀성에 대한 개념을 역사적인 단계를 밟아가며 설명하고 있다.
정밀성이라는 개념에 경외를 느끼기 시작한 본인의 작은 소사에서 시작하여 앞서 이야기한 시계이야기, 정밀성을 측정하는 마이크로미터, 총기 제작 기술의 발전과정, 자동차와 항공기 제트엔진의 발명, 그리고 반도체와 하늘을 바라보는 천체망원경의 가슴 벅찬 모습까지.
정밀함을 숫자로 보여주는 허용오차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점점 줄어들며 그만큼 더 정밀해지는 신비로운 과학기술의 놀라운 성과를 역사의 한 토막을 들려주듯이 독자에게 설명해 주고 있다.
 
작은 부품의 오차로 싱가포르를 출발한 에어버스의 엔진이 불타오르는 장면을 생각해 보라.
의도하지도 못했던 작은 오차의 다름이 수많은 승객과 승무원의 목숨을 앗아갈 뻔한 사건을 돌이켜 보면 정밀함의 활용도가 높아질 수록 그에 의존한 기술이 생명과 직결되었을 때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도 있는 것이다. - 겨우 0.5밀리미터의 오류였다. 하필이면 부착위치가 기술자들의 시선에서 벗어난 우연성도 동반하지만.
우주개발 시절 미국의 단위법이 유럽과 달라 궤도측정이 잘못된 사례도 우리는 듣지 않았던가.
정밀성에 의존한만큼 한치의 오차도 없다는 신뢰가 없다면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과 직결된 기계공학은 발전할 수 없었을 것이고, 앞으로도 같은 오차는 발생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최근 인텔을 애먹이고 있는 나노 공정에 대한 반도체 이야기도 흥미롭다.
인텔의 CPU 웨이퍼에는 140억분의 1미터짜리 트랜지스터가 70억개 들어가 있다고 한다.
가장 작은 바이러스 크기 정도라고 하니 놀랍지 않은가? 
그런데 이런 인텔이 아직도 만들지 못한 7나노 공정을 먼저 도입한 AMD의 리사 수는 외계인임이 틀림없다.
증기기관 이후 새로운 산업혁명을 만들어낸 컴퓨터 공학의 산물도 역시 정밀성이 인류에게 제공하는 선물이다.
 
마지막 저자는 일본의 시계산업을 이야기한다.
스물 너댓 명의 숙련공들이 손의 힘을 빌러 하루에 120개 정도 만들어내는 시계제작과정.
기계가 나노 세계까지 넘나들며 눈부신 성과를 보이는 것과 달리 사람들은 인간의 범위 안에서의 또다른 정밀성의 경계를 향해 묵묵히 제 갈 길을 걷고 있다.
정밀성은 이제 인간의 능력을 벗어나 버렸고 계측과 제어를 위해 기계와 컴퓨터는 필수적인 요소가 되었다. 그만큼 인간의 가치는 정밀성으로 인해 감소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영역에서 새로운 정밀함을 추구하는 도전을 하고 있다.
정밀성이 우리의 기계문명에 무한한 축복을 준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우리가 잘하는 일에 다른 정의의 정밀함으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과학과 사람은 공존하는 것이고, 나노 공정과 허블 망원경을 만들어내는 완벽주의자 과학자는 여가시간에 완벽주의자 기능공이 만든 릴 낚시대로 한가로운 낚시를 즐기며 삶의 궤적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