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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입자들
정혁용 지음 / 다산책방 / 2020년 3월
평점 :
침입자들 : 우리 동네 하드보일드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팽팽한 긴장감, 한국형 하드보일드 소설의 탄생"
책 소개 코너에 출판사가 선보인 홍보 카피.
일단 이거 믿지 말자.
페이지가 1/3 남았을 때도 피가 낭자한 택배 현장을 등장할 것으로 일말의 기대를 가졌다.
현장 비슷한 씬은 등장하지만 빨간색은 제한적이다.
혹시 부담스러웠던 독자라면 페이지를 마음껏 넘겨도 된다.
소설의 구성은 장점과 단점이 동시에 수용하는 부분이 두가지 있다.
하나는 진지한 주인공의 대사가 말꼬리를 너무 잡고 있는 부분, 재치 있는 생각과 대화이지만 한 권 내내 반복되면 약간 머리가 지끈거린다.
또다른 건 인용구가 너무 많다는 것.
유명한 이들의 일화나 고전적 소설의 한 장면이 등장하는 것은 멋있어 보이는 설정이지만 한 권 내내 반복되면 약간 머리가 지끈거린다.
(솔직히 서평을 하는 나 자신도 글을 쓰거나 할 때 가끔 과도하게 써먹는 방법이라 찔리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잔재미를 주고 때로는 대화의 중요한 키를 하는 부분이다 보니 격분할 수준은 아니라 다행이다.
주인공의 정체는 처음부터 끝까지 알 수 없다.
머리통을 강타당해 드문 드문 기억이 나는 수준의 묘사가 있고, 극히 제한적인 장면에서 주인공의 정체가 살짝 드러나긴 하지만 이것으로 하드보일드 소설이 될 수는 없다.
택배기사들이 현장에서 겪는 적나라한 모습들과 인간군상들, 그리고 한적한 동네에서 벌어진 몇 가지 사건들이 얽히면서 소설은 짜임새 있고 현실성 있는 스토리로 페이지를 채워 넣는다.
요즘 같이 택배물량이 차고 넘칠 때 집 앞에서 만나면 시원한 음료수라도 한잔 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들의 하루 하루, 그리고 지친 몸과 피로를 푸는 방법이 묘사되어 있다.
각자 다양한 사연과 애써 과거를 지우고 싶어하는 모습들, 가난과 빈곤의 차이가 종이 한 장 같았지만 실제 넘을 수 없을 만큼의 간격이 있다는 현실에 우울해지는 대목도 엿보인다.
이 소설은 하드보일드 소설이 아니다.
충분히 방향을 잡아서 섬찟한 칼날들이 공기를 가르는 발걸음을 내딛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작가는 평온한 하루 사이에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사연을 가지고 마주치고 새로운 사연을 만들어가는지.
많은 사람들이 서로의 관계에서 벗어나 혼자 있고 싶어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고민을 하고 그들의 일상을 묘사했다.
그런데 재미있게 이야기를 끌고 가는 힘이 있었고 마지막 한 장까지 탈탈 털어 읽을 수 있었다.
주인공이 어쩌면 새로운 에피소드를 들고 다시 노크를 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기대가 책꽂이 책을 꽂으며 휩쓸고 갔다.
뱀다리. 주인공이 주는 폐해 하나는 책을 읽다 보면 자꾸 술이 생각난다는 점이다. 싸움박질하는 동료들 사이에서 혼자만의 영역을 유지한 채 마시는 재미도 그렇고, 과묵한 사내 둘이서 양주를 주거니 받거니 이야기 꽃을 피우는 장면도 저녁에 혼술이라도 하고 싶다는 생각을 재촉한다.
마광수 시인의 시는 무척 충격적이다. 관점의 차이는 결과의 다른 세계를 만들어줄 수 있구나 하는 놀라움으로 다가 왔다.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 존재에 대한 인정이 되는 시대일지도 모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