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관리대상자 : 영화 한 편 본 느낌의 독서
영화의 모든 것은 초반 5분이 결정한다.
THX같이 사운드를 체크하는 멋들어진 화면에 이어 영화사의 아이디어 가득 찬 로고가 등장하고, 때로는 자막으로 때로는 바로 영화의 첫 씬이 등장한다.
액션, 스릴러, 코미디 같은 파퓰러한 작품들은 초기 5분 안에 관객을 스크린으로 충분히 빨아드려야 한다.
처음 호흡에서 관객과의 기싸움에서 밀리면 집중을 시킬 수도 없고, 영화보는 도중 화장실 가는 관객이 생겨난다.
네이버 평점은 10년 정도 남아 기획사들을 우울하게 하니, 5분을 무조건 잡아야 한다.
초반 도입부의 생명력은 빠른 템포 안에 얼마나 제대로 이야기를 전달하는가에 있다.
긴박한 순간이 다소 느린 화면이나 빠른 화면에 상관없이 관람객 머릿속에 다른 잡생각이 끼어들 틈이 없는 템포로 표현되야 하는 것이다.
영화 "다크나이트"와 "다크나이트 라이즈"가 위에 설명한 부분을 가장 효과적으로 화면에 담은 영화로 기억된다.
책 이야기를 꺼내면서 갑자기 웬 영화 이야기일까.
"특별감시대상자"의 시작페이지부터 영화를 보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굉장히 "비쥬얼적인 소설"이다.
도시 액션 스릴러물이라고 해야 하나?
책을 읽는 내내 굉장히 스피디한 전개와 영화제작을 염두에 둔 소설이라는데 누구나 동감할 수 있을 것이다.
군더더기를 많이 제거해버리고 간결하면서도 임팩트 있는 사건의 설정과 대사가 이어진다.
배경이나 현장의 묘사도 영화에서 매우 익숙한 장면들이 오버랩 될 수 있게 장치되었고, 주인공들은 독특한 이름만큼이나 개성이 강한 캐릭터를 보여주기 때문에 영화광이라면 바로 적합한 배우를 매칭시킬 수 있을 정도이다.
특히 여자 주인공중 하나인 " 리눈"은 소설의 첫 대면에서부터 이미지 캐릭터 "할리 퀸"을 연상시킨다.
세상이 흉흉해지면 다양한 발상의 범죄들이 쏟아져 나온다.
공권력이 약화되고 사람들이 개인화되고 철저히 개인주의로 흐르게 되면 범죄자들이 일을 저지를 수 있는 자신감의 원천이 될 것이다.
고담시티에서는 악당이 일반인이라는 느낌을 가져도 좋을 만큼 망가진 도시를 표현하고 있으니 적당한 사례가 될 수 있다.
이때 등장하는 것은 "자경단"
이 책에서는 "해적"이라는 이름과 "컴퍼니"라는 두가지 조직이 스토리를 끌고 나간다.
이들의 존재가 선인가 악인가 하는 부분은 중요하지 않다.
소설이 추구하는 바는 어차피 독자들이 원하는 후련함에 있을 텐데, 테러리스트가 주인공이 되는 이상 나쁜 캐릭터는 생겨날 수 없다.
구성이 영화로 만들기 좋은 요소가 하나 더 추가된다.
정의의 편인지 이기적인 집단인지 애매한 언론이 주인공들의 뒤를 캐기 시작하는데 갈등 또는 협력, 어떤 형태로 던 드라마틱한 관계가 형성될 것이다.
관심있게 보았던 드라마 "모두의 거짓말"의 원작자인 주원규 작가의 신작 소설인 "특별관리대상자"는 앞서 이야기한대로 영화나 드라마 제작을 염두에 두고 만든 소설이라는 확신이 든다.
목적성이 뚜렷한 게 장점인지 단점인지는 독자의 판단에 따라 다르겠지만, 간만에 거침없이 페이지가 넘어가는 몰입감이 좋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로가 약간 긴 판형의 책이 손에 들고 책장 넘기는 게 왜 이렇게 착착 감기는 즐거운 느낌인지 책의 가치가 상승하게 만든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접으며 영화 한 편 잘 봤네.라는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