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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레로 보는 인도 문화 ㅣ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가라시마 노보루 지음, 김진희 옮김, 오무라 쓰구사토 사진, 최광수 감수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0년 1월
평점 :
품절
– 먹거리와 역사와 문화가 어떻게 친하게 지낼 수 있는지 대답하라.
카레는 유전된다.
지금도 회사 식당 - 고기 한점 없는 슬픔의 야채 카레가 나와도 (마음 속의 환호성을 지르며) 1.5인분 밥을 위 속으로 몰아 넣고 행복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인생 소울 푸드 중 하나.
딸 아이도 외식할 때 선택지 우선 순위는 항상 둘 중 하나, 카레 or 쌀국수.
내 딸 맞구나... 카레는 물 보다 진하다.
동네 대형마트에 입점한 탄두리 치킨과 따뜻한 난에 커리를 물컹 찍어 먹는 정통 인도 음식점에 한 번 가자 하는데 아직까지는 선뜻 따라오지 않는 따님의 선택은 못내 아쉽다.
그 정도는 패스해야 홍대 앞 인도 사람들이 운영하는 오리지널 스타일 맛집도 한 번 가볼 텐데 말이다.
인도는 둘 중에 하나라며.
거기 가서 너무 좋아 눌러 살거나 or 내 평생 인도는 쳐 다도 안 볼 것이다. 드러워.
며칠 전 뉴스를 보니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 인도인 1명이 몇 백명과 접촉했는데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한다.
댓글을 보니 다들 응, 그래 인도는 그럴 수 있어 라던가 갠지스의 힘이라고 한다. 심지어 코로나 바이러스도 인도인은 이길 수 없지 라는 반응까지.
우리에게 인도는 중국과 달리 아직까지 먼 나라 이야기다.
그저 학교 시절에 들었던 카스트 제도 라던가 영국의 지배를 받았던, 코끼리 타고 다니고 맨 손으로 밥을 먹는 그러나 인구의 가능성을 볼 때 중국과 맞짱 가능한.....
그들의 찬란한 유산과 문화는 사실 접할 기회도 없고, 그저 불교의 유래지 정도
그런데 정작 인도에는 불교가 인기가 없다는 것 정도만 알고 있는 것 같다. (이스라엘도 그렇지. 도낀개낀)
그러다 보니 제일 친숙한 존재인 "카레"를 통해 인도의 문화와 역사를 엿볼 수 있다면 훌륭한 책 읽기의 이유가 되리라.
이렇게 생각하고 페이지를 넘겨 갔다.
일본인의 카레 사랑은 우리보다 강렬하다.
영국에서 들여온 카레를 나름대로의 변형을 더해 지금의 수준으로 끌어올린 것이다.
밥에 무엇인가를 얹어 덮밥으로 먹는 문화가 이국적 미각이 제대로 결합된 음식이 바로 카레라이스.
일본이 우리에게 도움을 준 손에 꼽을 좋은 것 중 하나 일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먹던 카레는 인도의 축복이 아니었다구.
인도에 가게 된 일본 국회의원이 정통 카레를 맛보고 싶다며, 초보 외교관에게 부탁했다가 낭패를 본 음식 "우유 밥". - 발음이 비슷했던 오류가 있었다.
하지만, 진짜 "커리"를 대접 했어도 결과는 비슷하지 않았을까.
우리가 아는 카레와 커리는 전혀 다른 음식이니까.
맷돌이나 절구처럼 집에서 곱게 빻아서 향신료로 쓰는 것이 커리이고, 음식이 영국과 일본을 거쳐 우리나라로 들어온 게 카레이니 당연한 일.
인도의 커리는 사실 만능 향신료다.
밥에 먹고 국수에 먹고 전 부칠 때 넣고 짜장면 먹을 때도 넣은 고춧가루가 가장 비슷한 향신료 아닐까.
영토가 큰 나라답게 인도에서는 커리를 통해 그들의 역사와 그에 따른 문화변천사를 살펴보는 것도 가능하다.
각 지역의 분쟁과 화합이 음식에도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다만 이 책은 커리에 관련된 역사를 교차한 내용이므로 인도의 전반적인 문화사를 훑어보려는 기대는 하지 말아야 한다. 중국만 해도 수많은 역사서를 다 읽어도 갈피가 안 잡히는데 굉장히 얇은 이 책, 그것도 커리 이야기를 하자는 것 아닌가.
책을 읽다 보면 일본인 특유의 디테일이 잘 녹아 있다.
오래된 시간 동안 실제 인도에서 살며 그들과 대화하고 같이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축적된 지식이 빼곡히 적혀있다.
커리 그림이나 좀 보려고 이 책을 집어 든 건데, 요리의 복잡한 유래와 설계도를 봐야하니 눈물이 쏙 빠질 법도 하다.
하지만 생생한 정보를 날 것으로 전해주는 느낌이 사실이며 강점이다.
사진으로 보여주는 다양한 음식을 실제로 맛 볼 날이 있기는 할까 하는 생각도 든다.
개인적으로 부담스러운 대목도 하나 있다.
인도도 우리 같이 강대국의 식민지 였기에 독립을 위한 무력행사를 벌여왔을 것이라는 건 어렴풋이 추측됐다. (간디의 무저항운동도 있고)
그런데 상대인 영국이 연합군이다 보니 손잡은 것은 바로 우리의 적, 일본이었다.
저자는 오래된 흐뭇한 이야기를 들려주듯 자신들이 도움을 준 이야기를 자랑스레 이야기한다. (그렇다고 번역을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고칠 수는 없으니....)
실제 일본의 도움을 받아, 일본군의 뻘짓거리 중 하나인 임팔전쟁에도 참여하는 대목이 나오고 여러가지 저항운동을 실행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일본의 돈독한 우방으로서 지원이 이루어 진다.
(아니 사실 일본은 인도를 먹고 싶었던거지….이렇게 미화시키는 것뿐이지.)
전쟁과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이렇게 큰 입장 차가 발생한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그 와중에 유명한 정통 인도요리전문점을 선 보이는 삶의 여유 가득한 영웅도 있다. 일본인 아내는 덤이고...
우리와는 확실히 괘가 다르다.
책장을 넘기며 세세한 자료수집과 기록에 놀라게 된 책이다.
우리가 흔하게 생각하는 먹거리를 이토록 집요하게 추적하고 역사와 문화의 흐름과 자신의 경험을 곁들여 기술하기 란 쉽지 않은 일이다.
앞서 이야기한 일본의 시각이 못 마땅하나, 번역된 책이니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아쉬움을 상쇄할 정도의 디테일 한 기록은 음식과 역사, 또는 다른 사회학적 문화적 현상들을 연동시켰을 때 책 읽기의 즐거움이 배가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우리 외교관이나 현지에서 공부하신 분들도 이렇게 다양한 시각에서 그들의 문화와 숨어있는 이야기들을 들려주길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