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설의 군대 - 근대 일본군의 기이한 변용
도베 료이치 지음, 윤현명 외 옮김 / 소명출판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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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설의 군대 : 결국은 스스로를 망가뜨린 군대

일본에 대한 분노는 우리나라 사람들 장기 어느 곳에 쌓여 있는 것 같다.
누군가 성냥을 대기만 하면 확 타오를 준비가 되어 있어 언제든 도전을 받아준다.
축구 경기 하나에서 시작하여 불매운동까지.
누가 시킨 것도 아니지만 자발적인 운동이 되어 얼마 못 갈 거라는 일본 기업들의 코웃음을 제압해 버렸다.
그럼에도 일본에 업무 차 방문할 때 마다 우리가 가지지 못한 그들의 장점이나 앞선 생각들에 대해 감탄을 하는 것도 사실이다.
미우나 본받을 부분이 있다. 이 정도는 된다. 대단한 적이다.
오타쿠의 나라 답게 문구 제품 하나 하나에 대한 디테일과 상품화가 잘 되어있던 이토야 긴자점에 나름대로 정의를 내린 일본의 절정을 본 것 같기도 하다.

일본의 진주만 공습으로 대표되는 2차세계대전사에 관심이 많은 것은 두가지 측면이다.
하나는 우리의 웬수를 미국 형님들이 제대로 즈려 밟아주었기에 그 통쾌함을 느끼는 부분, 최근 개봉한 미드웨이의 미공군 폭격장면에 다들 흐뭇해 했으리라 생각되는 바로 그 이유.
또다른 하나는 본인들은 황색인종-동양인이라는 사실이 수치라고 생각하지만, 어쨌든 황색인종이 제국시대의 일원으로 잘 해볼 수도 있었는데 황당한 삽질이 연타로 등장하며 몰락을 맛보게 된 바, 어처구니없는 역사의 흐름을 보고 싶은 측면이다
(어쩌면 영화 "진주만"에서 일본 폭격기들의 활약을 응원해 보고 싶은 마음도 살짝 든다. 양키야 물러가라.....뭐 이런 공감 살짝?)
우리의 근현대사에 대해서 자세히 알지도 못하면서 남의 나라 역사에 관심을 갖게 되는 양심의 가책도 있지만, 워낙 재미있게 스스로를 옭아 맨 시대의 이야기인지라 들여다보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HBO의 퍼시픽을 요새 다시 정주행 하는 것도 두가지 이유가 혼재된 것 같다.)

일본 근대적 육군의 태동과 성장, 그리고 몰락을 서술한 이 책은 사실 국내에서 출간되기 매우 어려운 도서다.
최근 "일본 제국 패망사"라는 "율리시스" 빰 치는 두께의 도서가 나와 화제가 되었으나 대형서점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것과 같은 맥락. 읽고 싶어하는 이들이 워낙 극소수.
(교보문고 영등포점의 경우 컨시어지 책상 앞에만 3권이 진열되어 있다. 샘플과 비닐 포장된 판매용 2권, 아무도 관심이 없는 무거운 책이라는 사실에 좌절모드로 선회. 결국 책 욕심은 무게로 인해 책읽기의 손목관절을 보호하고자 이북으로 구입했다.)
하지만 일본 군부라는 우리 입장에서 그로테스크한 스토리가 꽉 차 있는 조직이 왜 튀어나오게 되었는지, 모순된 여러가지 현상들이 그들만의 독특한 사회적 성향과 역사적 맥락이 덧칠해진 삽질 가득한 당나라 군부로 변해가는지 엿볼 수 있는 소중한 자료가 아닐까 싶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통 이해를 못하는 "자결"의 정신.
뻔질나게 이루어지는 반란과 배신의 역사.

도망갈 수 없는 섬나라 다운 특성이라고는 하나, 이해하기 어려운 군인문화에 대해 역사적인 반복 속에 굳어진 속성이 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천황폐하를 위해 주요 요인을 암살하고 살해하는 것이 애국이라는 이름에 의해 자행되는 나라에서 국가의 독립을 위해 폭탄을 던지고 총탄을 날리던 우리 애국지사들을 테러리스트라고 불렀다는 사실이 가증스럽다.
아직도 공감을 그들과 나누는 우리 동포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는 사실이 비탄하지만.
초기 메이지 시절 중앙집권제를 확립하기 위해 주요 3개 번에서 조달된 인력으로 새로운 군제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은 정부 자체의 조직 프로세스의 하나였고 정권을 장악하기 위한 중요한 과제였지만 지금 시점에서 야 어설퍼 보이겠으나 실패와 수정을 무한반복해가면서 만들어 나간 흔적이 역력하다.
사무라이라는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봉건제 상황에서 서양의 확립된 편제를 접목하기가 당연히 쉽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이런 시작이 성공적인 결합이 되며 제국주의의 강력한 원동력이 되었지만 책 제목이 이야기하는 역설의 군대가 될 수밖에 없는 단초 아니겠는가?
하극상에 대해 철저한 금기가 있는 군대에서 지속적인 쿠데타가 일어나고 이를 동조하는 분위기가 공존하는 군대라는 것은 사실 상상이 안된다.
심지어 실패했을 때 과감히 자결함으로써 나는 애국자다 라는 각인을 시키는 프로세스는 그들의 군대 역사에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어쨌든 메이지 유신 이후 급속도로 성장하는 일본의 발전상에 군부가 관여되고 또 주도하며 근대화를 이룬 역사적 성과는 그들에게는 자랑스러운 일 일 게다. 하지만 우리의 근현대사에도 반복되었지만 군대가 정치에 관여하기 시작하며 왜곡과 음모는 공공연하게 드러나게 되었고, 완고하고 이기적인 군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어 버렸다.
그러다 보니 획일적인 지휘체제, 한번 용단을 내린 것은 철퇴할 수 없는 군대문화, 스스로를 과대평가하는 광기까지 어울리며 역사의 죄인이 됨과 동시에 자신들의 국민들에게도 되돌릴 수 없는 상처를 남긴 조직이 되고 만 것이다.
일왕을 위해 내 한 몸 불사르겠다는 사무라이 정신은 사살 자결로 나라를 파국시키는 원동력이 된 아이러니의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아니, 국가는 국민에 앞섬을 실천해줌으로써 국민은 지옥의 불 맛을 느끼게 만든 위정자들이 아직도 극우로 치닫고 있는 이것이 역설이다.)

최근 우리나라와 경제전쟁을 치르고 있는 모양새와 너무 흡사해 보이지 않는가?
이들의 그로테스크한 상상력과 실행력이 사실 두려운 것도 이런 무모함과 역설의 문화라고 생각한다.

더우기 일본군의 몰락은 쉬운 적 들과의 교전에서 승리하며 얻은 자만감도 한 몫을 해냈다. 우리로서는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이런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한 그들의 세계사의 흐름을 보는 눈은 망할 만했다 보면 되겠다.
중국이야 워낙 개판이었던 시절이라 그렇다 쳐도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것이 순전히 자기가 잘 나서 이긴 거라 생각하고 간 비대증을 키워 놨으니 태평양 전쟁에서 끝까지 정신승리로 내몰 수밖에 없는 지도자들과 그걸 믿고 반자이를 외치던 군인들이 안타깝기만 하다.
자기들 군벌 싸움으로 육군과 해군이 경쟁을 한 것도 우리가 일본어를 국어로 배우지 않게 된 고마운 역사의 한토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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