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위험한 과학책 - 위험하게 유머스러운 재치가 가득한 교양서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저자의 전작인 "위험한 과학책"은 몇 장 뒤적이다가 서가에 꽂아 버렸고 지금은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없다.
회사에서 나오는 도서비로 구매한 책이라 애착이 덜 한 부분도 있었고, 좀 바쁜 업무가 있어 기대를 갖고 구입한 책이지만 쉽게 흘려보냈던 것 같다.
만화도 나오고 기발한 아이디어가 득시글거릴 거 라고 생각했는데 기대보다는 딱딱했다.
말랑말랑한 책을 읽어야 할 시기에 잘 못 고른 것이다.
그리고 몇 년이나 지나 "더" 위험한 과학책이 나와버렸다.
수많은 독자중에서 나만 별로 였나 보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가 학창시절 tv 다큐멘터리와 함께 인기를 끌었었고 꽤나 두꺼웠던 책을 구매하여 열심히 소매 걷어 부치고 읽으려고 했지만 아직도 코스모스 완독은 실패.
그런데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설명해주는 전파과학사의 "4차원의 세계"란 나름 복잡한 과학책은 너무나도 흥미롭게 완독했던 기억이 난다. 아직도 이 책이 모든 아인슈타인에 대한 지식을 제공해주고 있으니 꽤나 감명 깊었던 것 같다/
과학책은 사실 일반인이 접근하기 녹록한 분야는 아니다. 시원시원한 컬러사진이 가득한 Newton 같은 과학 도서야 그림 보는 재미도 있고 현재 시점에서 화제가 되는 이야기들에 얽힌 과학이야기를 풀어내니 흡입력도 센 편이다.
하지만 이런 어려운 이론들을 기발한 아이디어로 도출해내고 독자의 시선을 잡아 끈 다음 조금은 쉽게 만화도 곁들여 설명해주면 어찌 흥미롭지 않겠는가?
마법천자문도 아니니 전편이 다 만화일 필요는 전혀 없다.
각 챕터의 아이디어들은 왠지 전작보다 구미를 당기는 테마를 제시하고 있다.
목차만 주욱 훑어봐도 손 끝에 걸리는 대목들이 있어 술술 순서와 상관없이 읽어줄 수 있는 책이다.
농장, 항공모함, 기차 등에 비상착륙 하는 방법
집을 통째로 날려서 이사하는 방법
우사인 볼트와 술래잡기를 한다면?
우주에서 소포를 부치는 방법
소제목만 봐도 독자들을 녹록치 않은 이론의 세계로 끌어들이기 위해 저자가 얼마나 많은 고민과 아이디어를 짜낸 건지 빙그레 웃음을 짓게 만든다.
초음파 주파수로 피아노 연주가 가능하다면? - 음악을 듣는 방법
나비의 날개에 파일을 실어 해외로 전송하는 법
이런 별로 흥미가 오지 않는 소제목도 있긴 하다만.
치아 속 납 성분으로 1960년생과 1990년생을 구분할 수 있다면?
목차 중에서 가장 눈에 먼저 띈 챕터.
출생 년을 구분하는 것보다 놀란 건 어? 이빨에 납이 들어있다고? 몸에 그렇게도 안 좋은 납이 왜 들어있는건지?
재빨리 책장을 후다닥 넘긴다. 생각보다 책 두께는 두껍다. 416쪽
수많은 핵실험이 우리의 치아에 흔적을 남기고 있다고 하니 그럼 다른 요인들 – 암이라던가 - 숨어있는 나쁜 현상들이 버젓이 벌어졌다는 유추가 된다.
최근 감상했던 HBO 드라마 "체르노빌"의 암울하고 처참했던 폭발 이후의 상황은 그 때의 악몽일 뿐 아니라 전세계에 퍼진 방사능 입자가 우리 몸 어딘 가에 쌓여가고 있었다는 이야기도 되는 것 아닌가.
고고학자들이 탄소연대측정을 망쳐서 "이 공룡이 기원전 5년에 죽은 거야"라고 잘못된 발표를 해버리는 건 애교로 봐줄 정도는 되겠지만 말이다.
(시대에 따라 이름의 유행이 다르다는 에피소드는 굳이 집어넣을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
=얘야 너는 어떤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고 싶냐?
=지구를 한바퀴 돌 수 있는 1말일 높이의 금이요
=RC카는 어때?
약속 시간에 늦은 비즈니스 맨의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나 지구의 자전주기를 바꾸려는 노력만큼이나 재치 있는 마지막 만화 컷의 대사이다.
작가의 노련함은 방금 설명한 과학적 사실을 유머로 풀어내면서도 뒤에 숨은 "금"의 가치를 아는 어린이의 영악함을 살짝 드러내는 교묘함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