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를 뒤흔든 스페인의 다섯 가지 힘 - 스페인어, 활력, 유산, 제국주의, 욕망
김훈 지음 / 유노북스 / 2020년 1월
평점 :
절판


스페인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보고자 이 책을 집어 들고 페이지를 넘길 때 마다 내가 얼마나 편협된 세계관을 가진 교과서로 학창시절을 채워 나갔으며, 나름 역사에 관심 많다고 은근히 자랑을 했음에도 제한된 테두리를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도서정가제가 시행되기 직전 두툼한 책 두께와 파격가에 홀려 구매했던 스페인 내전 책이 서가에서 머릿글도 떼지 못한 채 읽어야 할 다른 책에 밀려 빛을 바래 가고 있는 지금 아이러니하게 다이제스트된 스페인 이야기 덕에 역사교과서 몇 장 분량에 불과한 역사의 한 토막을 넘어 한 국가의 지식을 얻을 수 있게 됐다. 

 

풍차를 향해 돌격하던 돈 키호테의 무모함과 영원한 시간에 걸쳐 겹을 쌓고 있는 가우디의 건축물 같은 얇은 지식에서 마치 새로 탄생한 국가를 만난 것 같은 좋은 방향의 관심이 타 오르게 됐다. 

 

개인적으로 스페인에 대한 기억은 2002년 월드컵 8강에서 맞붙은 그들에 대한 다소의 미안함과 통쾌함이 가장 큰 것 같다. 우연 찮게 먹게 된 스페인 요리는 생소함 만큼이나 맛이 별로였던 기억이 남아 있고, 유럽여행을 가도 꼭 가야할 까 라는 생각이 자리 잡아 있었다. 

유일하게 관심은 앞서 이야기한 “내전”의 이유와 역사적 배경, 그리고 뚜렷한 지방색 (또는 독립하고자 하는 의지)의 갈등 같은 사회적 불협화음. 

그러니 여행지로 선택지는 아니었다. 

TV에서 순례길에 관한 하숙집 이야기가 나와도 흥미를 크게 못 느꼈으니. 

 

어쩌면 미디어의 유행이 출판계로 넘어와서 이런 책의 출판이 이루어진 것은 아닐까 하는 찜찜함도 살짝 있다. 

그저 유행따라 스페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 뿐일까. 

 

책은 스페인의 다섯가지 힘에 대해 간결하고 합축적으로 설명해준다. 

팔을 걷어 붙이고 본격적인 이야기를 풀 것을 기대할 수 없는 한정적인 지면이지만, 그래도 워낙 알고 있는게 적다 보니 페이지의 이야기들이 새롭다. 

역사의 힘이 페이지수를 고려하여 어쩔 수 없이 함축적인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 힘들은 적당한 분량이다. 

 

 

그렇다면 스페인이 가진 5가지 힘은 무엇일까? 

 

먼저 저자는 언어를 뽑는다. 최고 전성기를 구가한 아메리카 대륙의 식민지 덕에 세계 2번째 사용자를 거느린 언어가 되었고, 우리가 미쳐 알지 못한 수 많은 작가들도 배출해 냈다.  진정한 강국의 힘이다. 영미작가와 일본작가에 둘러 쌓인 우리 독서시장에서 보다 다양한 국가의 수작들을 소개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두번째는 스페인의 활력. 일본을 넘어선 기대수명은 깜짝 놀라게 했으며 저자가 설명하는 하루에 햇빛을 많이 받아야 하는 이유에 공감하여 조금 전에도 유리창을 통과하는 햇살에서 5분간 명상의 시간을 가졌다. 덕분에 매일 실천하는 새로운 습관 하나를 갖게 됨. 

스페인 와인이 세계 3대 와인이라는 것도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아니 칠레가 3대 아닌지? 

 

3번쨰 가장 부러운 힘은 그들만 만들어낼 수 있는 문화의 힘, 유산이 되겠다. 

강력한 국력은 강력한 문화적 자산을 만들어냈고 지금은 전성기를 지나버렸지만 로마가 그랬듯 스페인의 유산은 단순한 관광적인 자산을 넘어 국민들의 자부심이 되었고 인류의 역사가 된 것이다. 

 

이런한 강성한 파워에 비해 4번째 제국주의 힘은 생각보다 쉽게 무너졌고 “무적함대”의 침몰과 함께 침체의 길로 나선 안타까운 역사의 흐름을 느낄 수 있다. 

스페인의 치열했던 역사가 적은 분량이지만 터닝 포인트가 된 전쟁 위주로 서술되었지만 그들의 무자비한 잔혹성에 대한 내용은 조금 더 확실히 짚고 넘어갔다면 좋았을 것이다. 

 

스페인의 다섯번째 힘인 욕망은 앞서 이야기한 역사의 굴레 속에서 튀어나온 영웅들의 이야기다.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콜럼버스 부터 히틀러와 비견된 독재자 프랑코 까지. 

그러나 의외로 그들의 역사적 역량에 비해 머릿수가 많아 보이지 않는다, 익히 잘 알려진 국가의 흥망성쇠 위주로 역사교육을 받은 탓일까, 아님 내 자신 스스로의 독서량 절대부족이 이유일까. 

위인이건 악인이건 역사를 풍미했던 이들의 면모를 살펴보는 것이 어쩌면 보다 살기 좋은 힘있는 나라를 만드는 첫 단추는 아닐까 싶다. 몇몇 인물들은 기회가 되면 평전이라도 읽어볼 생각이다. 

 

책에서도 잠깐 언급된 영토 내 뿌리깊은 갈등까지 언급하기엔 시간과 지면이 모자라 아쉬운 대목이다. 어쩌면 스페인의 미래가 그들이 가진 힘 보다는 내재된 갈등해소가 우선적인 과제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혹시 유럽에 갈 기회가 된다면 스페인에서 하몽을 즐기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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