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과학다반사 - 세상 읽는 눈이 유쾌해지는 생활밀착형 과학에세이
심혜진 지음 / 홍익 / 2019년 12월
평점 :
품절


 

나이가 먹어가면서 느끼는 건, "엄마 말 잘 들을 걸...."
등짝 스매싱을 당하면서도 끝까지 청개구리 흉내를 내던 시절에는 몰랐던 진실이지만 지금 와서는 돌이킬 수 없는.
그 때 세상을 좀 더 알았더라면!
영어 단어 하나 더 외우고 수학 문제 하나 더 달달 외워서라도 의대나 법대를 갔더라면!
 
왜 이런 이야기를 꺼내냐 하면 주민등록증 꺼내기 민망해지고 책장에 읽은 책이 꽉꽉 채워져 나가면, 몰랐던 지식들이 너무 많다는 사실에 새롭게 무엇인가를 알아간다는 기대감이 오기도 하지만, 진작에 알았더라면 좋았을 거 하는 후회가 밀려들기 때문이다.
조금 더 일찍 철이 들었더라면 수 많은 책을 옆구리에 끼고 다니며 더 넓은 세상을 클릭 질이 아닌 발 탐색했을 텐데, 학교-집 그리고 직장-집 단순한 도돌이표로 시간을 흘려 보내지 않았을 텐데.
 
비록 문과출신입니다만...과학적 지식에 대한 관심에 비해 다가서기 힘든 책들도 많다.
아주 오래던 사놓았던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는 책은 읽다 관두고 다큐멘터리를 완료한 것으로 만족하고 있으며, 파인만씨는 농담도 잘하지만 해당 시리즈는 첫 번째 볼륨을 구입 "만" 해놓았다.
읽을 시간이 없는 게 아니라 읽을 마음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서점에서는 뭉실뭉실 떠오르는 욕구가 어찌 그리 집에서는 사그라드는건지.
비교적 쉬운 과학책임에도 손이 안가는 건 어쩔 도리가 없다.
중학교 때 전파과학사에서 일본 책을 번역해 만들어냈던 "4차원의 세계"란 책을 흥미롭게 읽었던 기억이 있는데 그게 더 어려웠을 텐데 말이다. (상대성 이론에 대한 이해를 했다니.)
 
일상에서 부딪히는 다양한 과학적 현상에 대한 이야기를 담담한 에세이로 풀어낸 책이다.
평상시 조금만 관심을 가져도 어, 저건 왜 그럴까?하는 의구심이 나던 것들을 저자는 잘 테마로 하나 하나 티슈 뽑아내듯 잘 뽑아냈다.
가벼운 문체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게 개인적으로는 살짝 아쉬움도 들었지만, 오히려 편집자의 마케팅 포인트라는 것은 목차만 봐도 알 수 있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생활의 작용-반작용들이 과학적 원리에 의해서 움직인다는 것을 다시 한번 독자들에게 강조하고 싶었을 것이다.
친구가 두런 두런 이야기해주는 느낌을 갖고.
 
재채기가 필요할 때 형광등이나 태양을 바라보는 특성이 정말 나 만의 비법인줄 알았다.
1/4의 사람들이 가진 유전적 특질이라는데 빵 터져버렸다.
평생 스스로 속았던 착각이었다. 이 것만으로도 저자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더욱이 뱃살이 인류의 생존적인 원리에 의해 생겨났기에 죄책감을 가지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도 보너스로 얻을 수 있었다.
목욕탕에서 때 밀리기 싫어 도망가던 것은 단순히 아파서가 아니라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작동이었다는 것은 어릴 적 아버지랑 그렇게도 가고 싶지 않던 동네 목욕탕의 추억을 떠올리게 해준다.
 
강풀 작가의 유사한 제목의 만화에서도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에피소드를 코믹하게 다소는 과장되게 그려내어 즐겨 읽었던 기억이 있다.
우리 주변의 과학 이야기들을 궁금증의 올가미로 꽁꽁 묶어 독자들에게 풀어내는 저자의 세심한 관찰력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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