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금 플라워 떡케이크 - 로맨스 맘 쟈니와 함께하는 독학 바이블
이지안 지음 / 밥북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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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앙금 플라워 수업 받았었는데 하도 연습을 안 하다보니 책을 읽으면 다시 하는데 도움이 될까 싶어 샀습니다. 내용도 좋고 사진도 큼직막해서 도움 많이 됐어요 ^^
코드 비추면 바로 동영상도 뜨니 눈으로만 연습해도 실력이 느는 듯한 느낌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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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인간 - 제155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무라타 사야카 지음, 김석희 옮김 / 살림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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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잇는 36세 노처녀 후루쿠라.

어릴 때부터 좀 독특한 아이였기도 하다. 싸움을 말리기 위해 싸우는 두 친구에게 삽을 휘두루는 주인공은 악의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빨리 상황을 종료시키기 위한 최선의 행동이었다. 이러다 보니 부모님과 여동생은 평범하지 않은 후루쿠라가 늘 걱정이었고, 후루쿠라는 이런 걱정 속에서 튀지 않고, 조용히 살아가리라는 다짐을 한다.

 

학교를 졸업하고 회사보단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선택해 첫 사회생활을 하며, 정해진 매뉴얼만 있으면 겉보기엔 평범한 점원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에 대해 안심한다. 시즌에 맞도록 상품을 진열하고, 바코드에 찍힌 액수를 계산하면 모든 것이 순조롭게 굴러가는 편의점 안 세상이 주인공에겐 더할 나위 없이 편안한 공간이다. 후루쿠라는 이렇게 질서 정연하고 정해진 규칙이 존재하는 편의점에서 진정으로 다시 태어난다. 점원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해내면 모두들 자신을 '평범한 사람'으로 보기 때문이다.

 

"왜 편의점이 아니면 안 되는지, 평범한 직장에 취직하면 왜 안 되는지는 나도 알 수 없었다. 다만 완벽한 매뉴얼이 있어서 '점원'이 될 수 있어도, 매뉴얼 밖에서는 어떻게 하면 보통 인간이 될 수 있는지, 여전히 모르는 채였다."

"아침이 되면 또 나는 점원이 되어 세계의 톱니바퀴가 될 수 있다. 그것만이 나를 정상적인 인간으로 만들어주고 있었다."

 

편의점 점원이 된 이후로는 부모님도 자신에 대해 좀 안심하는 눈치고, 고향 친구들과의 교류에서도 적절한 연기를 할 수 있었다. 그래서 후루쿠라에게 편의점 점원이란 버거운 현실 세계를 가까스로 벗어나지 않고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가면 같은 것이었다.

어느 날 편의점에 이상한 아르바이트생이 들어온다. 늘 입에 불평불만을 달고 살고, 편의점에서 일하는 직원을 모두 얕잡아 보는 시라하. 이 세계에 대한 불만을 후루쿠라에게 쏟는다.

 

 

"그래서 깨달았어요. 이 세상은 석기시대와 다를 게 없다는 걸. 무리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인간은 삭제되어 갑니다. 사냥을 하지 않는 남자, 아이를 낳지 않는 여자. 현대 사회니 개인주의니 하면서 무리에 소속되려 하지 않는 인간은 간섭받고 강요당하고, 최종적으로는 무리에서 추방당해요."

여성에게 기생하며, 뒤에 숨어 그저 조용히 숨만 쉬며 살고 싶다는 시라하에게 후루쿠라는 결혼을 제안한다. 갑자기 웬 뜬금없는 소리냐 하겠지만 후루쿠라는 단지 물리적인 계약 결혼을 말한 것이다. 이 점에서 의외로 자신과 맞지 않은 세상과 타협하는 인물은 그나마 주인공이지 않을까 싶은데, 사회에서 두 남녀가 결혼을 했다고 속이면, 자연스럽게 '아, 이들은 문제없는 평범한 사람이구나'를 어필할 수 있음을 깨달은 것 같다. 그녀는 부모님과 친구들에게 자신이 평범하게 연애하고 섹스하는 36세 여성으로 연기할 수 있는 것이다.

 

"그야 그렇겠죠. 처녀인 채로 중고가 된 여자가 지긋한 나이에 편의점 알바를 하고 있는 것보다는 남자와 동거라도 해주는 편이 훨씬 정상적인 거라고, 여동생도 그렇게 생각하는 겁니다."

 

 

(친구들에게 남자와 동거를 하고 있다 말한 뒤) "다들 내가 비로소 진정한 '한패'가 되었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이쪽에 잘 왔어, 하고 모두 나를 환영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얼떨결에 후루쿠라가 사하라와 사귀고 있다는 말이 편의점에서 돌자 다들 후루쿠라에게 점원 이상의 관심을 갖는다. 언제 호감을 가지게 됐는지, 진도는 어디까지 나갔는지, 좋아하는 이유가 무엇이냐 하든지 등의 개인적인 정보가 마구 흐르게 된 것이다. 이에 후루쿠라는 더 이상 편의점 점원이 아닌 여성, 보통 사람으로서의 기대를 받게 되고, 이것에 대해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한다. 그 전의 직원끼리 대화는 일적인 이야기, 간단한 날씨 이야기에 국한되어 어느 정도 컨트롤이 가능하고 흉내내기도 쉬웠는데 자신을 그대로 드러내야 하는 상황이 오니 후루쿠라는 자신이 어떻게 처신을 해야 할지 혼란스럽다.

 

"가게의 '소리'에 잡음이 섞이게 되었다. 모두 같은 음악을 연주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모두 주머니에서 제각기 다른 악기를 꺼내 연주를 시작한 듯한 불쾌한 불협화음이었다."

 

"손님들만은 변함없이 가게에 오고, '점원'으로서의 나를 필요로 해준다. 나와 같은 세포라고 여겼던 사람들이 모두 차츰 '무리의 수컷과 암컷'이 되어가고 있는 불쾌함 속에서 손님들만은 나를 계속 점원으로 있게 해주었다."

 

보통 사람이어야만 한다는 이 세상에서 후루쿠라는 편의점 점원으로 계속 생존할 수 있을까? 이 책을 마지막까지 읽다 보면 '아, 결국 그렇게 되는구나'라고 알게 되는데 좀 씁쓸하면서도 다행이다 싶었다. 웬지 그런 결말이 후루쿠라에게 제일 잘 어울린달까.

 

우리는 때에 따라 변화를 강요받는다. 결혼한 여자는 아이를 낳아야 하는 정해진 순리가 있는 것처럼, 결혼한 남자는 당연히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약속이나 되어 있는 것처럼 우리는 끊임없이 사회가 만들어 놓은 의미 없는 시선과 굴레들에 묶여 산다.  마치 편의점에 정해 놓은 매뉴얼같이. 그래서 이 세계가 마치 편의점처럼 보이는 까닭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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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여자의 공간 - 여성 작가 35인, 그녀들을 글쓰기로 몰아붙인 창작의 무대들
타니아 슐리 지음, 남기철 옮김 / 이봄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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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읽은 책.
제목만으로도 궁금증을 일으킨 책.
여자의 성별만으로 차별이 비일비재하게 존재하던 시대에, 여성 작가들은 어떻게, 어디서, 글을 썼을까?


내가 모르는 작가도 많았지만 그런 것을 떠나, 그녀들의 서재를 훔쳐보는 일이 더욱 흥미로웠다.

목차만 봐도 대략 이야기의 흐름을 알 수 있다. 작가들이 어디에서 영감을 얻는지, 어떤 이유로 글을 쓰는지 알 수 있는 제목들.


아무래도 내 눈길을 이끈 건 '식탁 위에서 지어진 시' 부분이다. 결혼과 육아를 동시에 담당하는 여성 작가는 쉽게 부엌을 떠날 수 없었을 테고, 그로 인해 식탁만이 자신의 공간이 될 수도 있었을 것 같다. 튼튼한 나무로 만들어진 커다란 책상에 앉아 우아하게 글을 쓰는 건 남성 작가들의 몫이었을 그 시대를. 여성 작가만의 특유한 섬세함과 생활력으로 견뎌온 것은 아닐지.


나의 책상에서 맘껏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은, 제한적 공간을 뚫고 자유롭게 창작을 펼칠 수 있다는 말일 것이다.
언젠가부터 나도 글을 끄적이게 되었다. 블로그에서도 일상의 기록을 남기긴 하지만, 좀 더 내밀한 이야기를 하기엔 다른 곳이 필요했다. 결혼 생활의 위기, 개인의 우울함, 이기적인 사회 등에 대한 일기 같은 글을 적고 나면, 대나무 숲에서 소리를 지른 듯 시원함을 맛보곤 했다. 비록 나는 다른 사람을 위해 글을 쓰지는 않지만, 글이 갖고 있는 치유력을 알기에 나만의 책상이 있다는 행복을 충분히 공감한다.

 

내가 이 책을 더욱 재밌게 읽은 이유는 글을 쓰고 있는 작가의 모습이나 서재를 구경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나는 다른 집 구경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특히 서재는 그 집의 지적인 공간을 느낄 수 있어 더욱 특별하게 여기는 편이다. 그런 내가 책에서 유명한 작가의 서재를 볼 수 있다니. 글보다는 사진을 유심히 보았던 책임은 말할 것도 없다별다른 설명 없이 사진 속의 작가 모습만 봐도 어떤 책을, 어떤 생각으로 썼을지 짐작해 볼 수 있는 재미가 있으니 나처럼 궁금하신 분들은 사진만 훑어도 즐겁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집에서도 단정한 옷차림과 깨끗한 화장을 하고 경건하게 글을 쓰는 작가들. 엄격한 자기만의 규율, 혹은 자유분방한 행동으로 저마다 글감의 소재를 찾고 이야기를 꿰어 나간다. 나는 특이하게 자신에게 엄격한 작가들에게 끌린다. 내가 그렇지 못 해서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  

아침엔 아이들과 남편을 챙겨야 하기 때문에 새벽 조용한 시간에 글을 쓴다는 몇몇의 여성 작가들의 모습은 닮고 싶기도, 존경스럽기도 하다. 절제된 상황에서도 자신의 창작을 위해 노력하는 태도에서 의지를 굽히지 않고 꿋꿋하게 작가로서의 직업을 유지하고자 하는 무언가가 느껴진다.

 

 넓은 책상에 흐트러진 서류들, 타자기, 한 손에 든 담배까지 작가의 아우라를 만드는 모든 요소가 사진 한 컷에 담겨 있다.
안락한 방, 적당히 시끄러운 공공장소, 어두운 거실 등 자신에게 잘 맞는 곳에서 자신만의 싸움을 이겨내며 세상을 담을 수 있는 문장을 만들었던 작가들을 생각하면 신비스럽기도, 멀리서 응원을 보내게도 된다. 부디 풍부한 언어 세계를 위해 좀 더 자신의 공간을 지켜주길 바란다.

 

"저는 매일 새벽에 일어나 커피를 끓입니다. 아직 동이 트기 전이지요. 그러고는 동이 트기를 기다립니다." 글 쓰는 공간으로 들어가는 건 이 새벽 의식을 거친 다음이었다. 모리슨은, 작가에겐 언제, 어떤 조건에서 가장 창의적인 글쓰기를 할 수 있는지 정확히 아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음악이 있는 공간이 좋은지, 그냥 조용한 환경이 좋은지, 아니면 차라리 떠들썩한 환경이 좋은지를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모리슨 자신은 전화가 걸려오지 않고 이동할 필요도 없는 공간에서 커다란 책상에 앉아 글을 쓰길 꿈꾼다.

"모리슨은 하나의 원고를 마무리하기 위해선 고치고 또 고치는 과정을 겪는다. 글이 가장 만족스러워질 때까지."

모리슨 작가의 이런 의식은 작가의 한 모습을 자세히 볼 수 있게 해주었다.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작가적인 모습이 실제로 이루어지고 있다니. 읽기만 해도 기분 좋은 일이다.

여성 작가에게 가장 필요한 조건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아, 그건 제가 뭐라고 말할 수 없어요. 다분히 개인적인 문제거든요. 사람마다 각기 다른 조건이 필요하겠죠."
-캐서린 앤 포터-

맞는 말일 것이다. 작가는 직업이기 전에 개인이므로 어떤 상황이 자신을 이야기 세계 속으로 끌어들일지 저마다 다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 어느 곳이든 현실과 내밀한 세계가 치열하게 싸우는 곳이라는 것이다. 누구나 자신 마음에 딱 맞는 곳을 찾기는 힘들다. 그러나 그런 곳이라 한들 종이와 펜, 그리고 작가가 앉아 있는 곳이라면 위대한 문장이 태어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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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티 바르게 개는 법 - 어른을 꿈꾸는 15세의 자립 수업
미나미노 다다하루 지음, 안윤선 옮김 / 공명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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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책 분야에서 처음 보고, 내용이 흥미로워 구입했다.
제목도 <팬티 바르게 개는 법>이라니!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게 없는 대부분의 남편들에게 지침 하는 내용인가? 잠시 생각했지만 의외로 청소년들에게 알려주기 위한 책이라는 사실.
일본에서 전국 가정교사모임 추천 도서로 뽑혔다고 한다.
도대체 어떤 내용의 책이길래. 심히 궁금하다.

팬티 바르게 개는 법
: 어른을 꿈꾸는 15세의 자립 수업

 

이 책은 영어교사로 13년간 재직한 선생님이 학생들의 무기력함을 고민하다 일본 최초의 남자 기술 가정과 교사로 재직하면서 실제로 학생들의 변화를 살펴보며 깨달은 내용을 담았다.


처음에는 학생들 모두 꿈이 없고, 의욕이 없다고 생각해 학생들 개인적인 문제로 접근했지만, 상담을 나눠 보며 의외로 많은 학생들이 열심히 노력하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생활을 제대로 관리하는 법을 가르쳐야겠다고 다짐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미나미노 다다하루 선생님은 이 책을 통해 청소년들에게 '진짜 삶을 사는 힘'을 기르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4대 자립, 즉 생활의 자립, 경제적 자립, 정신적 자립, 성적 자립에 대해 말이다.
학생들의 행동은 그들 마음에서 나온 게 아니라 생활 태도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게 된 후 4대 자립을 알려줌으로써 우리가 우리의 삶을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도와준다.

"기술 가정 교사로서 학생들에게 가장 먼저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생활력을 몸에 익히라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인생은 스스로 개척해 나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개척해 가는 인생의 대전제가 되는 것이 '생활력'입니다."

학생들에게 말하고 있지만, 요즘같이 자립성이 부족한 우리 어른들에게 꽤 도움이 되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돈이 없어 연애를 못하고, 돈이 없어 결혼을 못하고, 돈이 없어 출산을 미루는 어른들의 세계에서도 어쨌든 두 발로 이 땅에 서는 힘은 필요하다고 본다. 그 힘은 바로 '자립'에서 시작되지는 않을지.

"'생활적 자립'은 누군가에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자신의 생활을 쾌적하게 꾸려 나갈 수 있는 힘으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능력을 가리킵니다."

부끄럽지만 나는 결혼을 하고 독립을 하고 나서야 스스로 생활을 꾸려나가기 시작했다. 회사에 다닐 때 돈은 벌어 알아서 저금하고 소비 패턴을 길렀지만, 그 외의 집안일(내 방 쓸고 닦기, 내 옷 세탁하기, 티셔츠 개기 등)은 전혀 터치하지 않고 엄마에게 미뤘다.  
아니, 당연히 엄마의 일로 여겼다. 물론 엄마도 나에게 시키지 않으셨다. 결혼하면 다 하게 될 거란 이유로.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나도 다짐한 건 내 자식들에게는 꼭 생활 자립력을 키워줘야겠다는 것이다.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알려주고, 그걸 해냄으로써 얻을 수 있는 작은 성취감을 차곡차곡 쌓아주고 싶다. 아마 미나미노 다다하루 선생님도 이 점을 생각했겠지.

"모든 것의 기본은 무엇보다 먼저 자립하는 것입니다. 자립하면 행복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는 사실을 부디 잊지 마세요."

자립은 혼자 서 있는 이기적인 것이 아니다. 사회는 함께 살아가는 공간이므로 내가 먼저 자립해야 다른 이를 도울 수 있고 서로 배려하며 살아갈 수 있다. 즉, 자립하는 것은 개인의 노력이지만 그 태도들이 모여 건강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

"오늘은 완벽하게 숙제를 끝냈다든지, 저녁식사를 준비해 주었더니 가족들이 기뻐했다든지, 방 청소를 했더니 기분이 좋아졌다든지 등 소소한 '좋은 일'을 발견할 때마다 자신 안에서는 작은 '자신감'이 쌓여갑니다. 사소한 것 하나가 작은 '자신감의 파편'과도 같은 것들입니다. 하지만 매일 조금씩 쌓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커다란 '자신감'의 산을 이룹니다. 이 산은 눈에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 천천히, 그렇지만 하루하루 커져가는 건 분명합니다."

우리는 학생들에게 늘 공부하라고 말한다. 그것이 학생의 본분이라고. 앞으로 무얼 할 것인지 꿈을 키우며 사는 게 먼저라고 말이다. 하지만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 필요한 태도는 자립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실행하며 자신감을 키우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스스로 돈을 버는 학생들은 경제력 자립을 키워 나가야 한다. 하나씩 해내가다 보면 학교 다니는 게 무의미하지 않고, 시간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는 실수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청소년들은 표정이 없다. 누구보다도 풍족한 혜택을 누리고 있음에도, 부모들이 뒷바라지를 다 해줌에도 무엇인가 부족한 느낌이다. 청소년은 직접 스스로 해봐야 한다. 2시간 공부 시간에 1시간을 딴짓한다면, 그 1시간을 화장실 청소에 할애해 보거나 세탁기 돌리는 방법을 숙지하는데 써보면 어떨까?

"자기 스스로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인데도 가족 중 누군가가 해주는 것은 없습니까? 자기가 해야 할 일인데 남에게 의지하고 있는 것은 없습니까? 식사 준비, 세탁, 청소, 장보기 등 생활의 한 장면 한 장면을 떠올려보세요. 이 모든 것을 마땅히 '엄마의 일'로만 여기고 있지는 않습니까? 저는 자기 생활을 스스로 정돈하는 힘, 그것을 '생활력'이라고 부릅니다. 이 생활력이 있으면 매일 기분 좋게 생활할 수 있습니다. 웬만큼 사소한 일에는 쉽게 굴복하거나 꺾이는 일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자기 생활을 꾸려온 자신감이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낳기 때문입니다."
청소년, 혹은 청소년 자녀를 둔 부모님들이 꼭 읽으면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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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
은유 지음 / 서해문집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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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표지만 보고 흠칫했던 '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
sns에서 몇 줄의 문장을 보고 반해 바로 온라인에서 주문해 읽었다. 생각보다 촘촘하고 사유가 깊은 내용이 많아 한 번에 많은 내용을 소화하기는 벅찼던 책. 사실 표지 색상은 여리여리한 분홍색인데 책 속 내용은 뭐랄까. grey이색이야가 어울리는 것 같다. 결혼 후 자주 울컥하는 여자의 이야기를 진심을 담아 울컥한 내용 같으니까.

이 책을 소개하는 구절엔 이렇게 나온다.
"이 책에 담긴 싸움 목록은 크게 네 가지다. 여자라는 본분, 존재라는 물음, 사랑이라는 의미, 일이라는 가치"

-저자의 말 중-

내가 가장 재밌게 읽은 챕터는 여자라는 본분과 일이라는 가치다. 결혼 후 여자는 어떻게 변하는가. 여자인가, 아내인가, 엄마인가, 딸인가, 며느리인가. 때에 맞춰 가면을 바꾸며 사는 사람처럼 결혼 한 여자도 그런 건 아닐까. 사실 이 책을 내가 결혼 전에 읽었다면 크게 와 닿지 않았을 것 같다. 사회에서 소소하게 느꼈던 남녀 차별은 대수롭지 않게 넘겼으면서도, 결혼 후 느낀 부부 사이에 벌어지는 차별은 예민하게 반응했고, 때론 울분했다. 왜 사위와 며느리는 다른 걸까. 남자, 혹은 여자 혼자 배우자는 놔둔 채 여행하는 게 뭐가 문제인 건가? 그걸 시댁에 허락을 받았냐는 질문을 왜 받아야 하는 걸까. 물론 결혼하고 난 뒤 얻은 행복감과 만족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좋지만, 그에 못지않게 발생하는 사소한 문제들은 끊임없이 결혼 생활 주변에 어슬렁거렸다. 그래서 이 책은 결혼 후 느끼는 이상함을 문장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해주었다.

"내 삶이 내 살 같지 않을 때 존재에 대한 의심을 거두고 한없이 투명해지려면 계속 말해야 한다. 싸움이 불가피하더라도"

맞는 말인 것 같다. 의미가 옅어지고 존재가 희미해질수록 나에게, 주변에게 묻고 또 물어보면서 말해야 한다. 올해 나의 목표가 '할 말은 하고 살자'인데, 그동안 가만히 있으니 다들 가마니로 보는 걸 겪고 난 뒤 깨달은 삶의 이치다. 할 말은 하고 살자.

"사는 게 총체적으로 낭비라는 걸 인지하지 못할 때는 살림만 미워했다. 살림이. 정확히 가사 노동이 지겹고 하찮게 느껴져서 제발 집안일 안 하고 살길 간절히 염원했다. 지금은 아니다. 좀 나아졌다. 콩나물을 다듬고 깻잎을 씻고 쌀을 씻으면서, 땅에서 난 그것들을 만지면 마음이 순해지고 위로를 얻는다. 바닥 구석구석에 어질러진 머리카락을 쓸어 담으며 헝클어진 번뇌를 같이 모아버린ㄷ. 떨어진 단추를 달고 터진 솔기를 꿰매면서 벌어진 마음의 틈을 메운다. 해드는 오후 마루에 앉아 빨래를 반에서 반으로 접으며 미련과 회한을 접는다. 날 괴롭히는 것이 날 철들게 한다더니 살림이 그렇다."

정말 딱 맞는 말이다. 나는 엄마가 왜 화를 내면서도 그렇게 방바닥을 닦고 화장실 청소를 하는지 몰랐다. 그 행위가 엄마의 속을 달래주는 것도 모르고. 엄마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데 이제 살림을 살아보니 알겠다. 어쩔 수 없이 하지만, 하면서 묘하게 편해지며 빨려 드는 것이 바로 살림인 것을. 나는 이것을 육체 노동의 기도라고 부르는데, 하나씩 정리하며 해야할 일을 하다보면 마음이 편해지는 때가 온다.
대부분 집안일은 여성의 몫일 것이다. 맞벌이 부부의 경우에도 여성이 훨씬 많이 가사 노동을 한다고 하니, 여성의 일은 안과 밖에서 끊임이 없다. 하지만 살림에서 느낄 수 있는 이 마법 같은 기분을. 대부분의 여성은 공감하겠지.

"젊은 날 자유하고 성찰하며 살았던 사람은 자기 삶을 짓누르는 나쁜 공기를 금세 알아챈다. 이것은 위대한 능력이다."

이곳, 저곳에 글을 쓰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가끔은 너무 깊이 들어가 결국은 부정적인 잡념들로만 채워질 때도 있지만, 그런 것들도 결국은 나를 이루는 에너지라고 생각하면 버릴 것이 없다. 이렇게 사유하고 성찰하는 일이 나를 알아가는 일임을 알기에. 그래서 나중에 도움이 되리라는 확신으로, 책을 읽고 생각하고 기록해 본다.

그러는 의미로 오늘은 처음으로 '모닝 라이팅'을 시작했다. 물론 이게 지속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나쁜 짓이라도 하는 게 낫다"

돈과 명예를 떠나, 내가 하고 싶은 일이라고 생각되면 무슨 일이든 해야겠다. 계속 집에 있다고 하더라도 손을 쉬게 하지 않고 머리를 써서 조금이라도 새롭게 살려고 노력해야겠다. 위문장을 보고, 눈이 번뜩였다. 나라는 존재를 잃지 않기 위해, 투명해지도록 싸우자.

"사는 동안 존재를 확장하려는 노력은 멈출 수 없겠지만 순한 양처럼 주어진 시간에 복종하고 싶다.
어디로든 끝 간에는 사라질 길. 그저 초 단위로 조용히 늙고 싶다."


이 책에서 느껴지는 은유 작가는 대범한 여성 활동가인 것 같지만, 또 어떻게 보면 순하디 순한 여성인 듯도 하다. 또 언어를 모아 사랑하는 문장을 만드는 능력이 탁월한 것 같다. 이 책의 매력이 있다면 바로 이것. 평범한 바람이 간절해지는 것.

"생의 시기마다 필요한 옷이 있고 어울리는 색과 취향이 있듯이 삶의 체형에 맞게 인연도 변해간다."

결혼한 여자가 바로 그런 게 아닌가 싶다. 학생이었다가, 직장인이었다가, 아내였다가, 엄마가 되는 시기마다 챙겨 할 것들이 생기고 바뀌어야 할 것들이 늘어난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변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바로 '나 자신'
나를 잃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투쟁하고, 필요하면 싸워서라도 쟁취해야 하는 게 바로 '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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