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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없는 기념사진 ㅣ 햇살어린이 23
이영호 지음, 김정은 그림 / 현북스 / 2014년 10월
평점 :
얼굴없는 기념사진
(해방직후 할아버지 할머니의 어린시절 이야기)
이영호 창작 동화_현북스

책장을 펼치면......
정겨운 시골풍경과 아이들의 모습이 펼쳐진다.
<차례>만 살펴봐도... 요즘 아이들에겐 다소 생소한 단어들이 보인다.
이 작품은 해방직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어둡고 힘들었던 시절에 우리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어렸을 적 이야기이다.
작은 시골과 읍내를 중심으로 아이들 간에, 그리고 순탄치 않았던 가족이야기를
작가의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내고 있다.

요즘 아이들은 설날 전에 사 주는 설빔에 대한 기대나 설레임이 있을까?
아마 거의 없을 것 같다. 옷은 꼭 특별한 날이 아니더라도 늘 사 주기에 '설빔'이 특별한 옷이 아닐 것 같다.

'설빔'을 통해 이야기의 전개가 이루어진다.
훈아는 읍내에서 돌아올 큰 형님을 기다린다.
사실 큰 형님이 사오기로 한 설빔때문에 눈이 빠지도록 기다린다.
눈이 그치고 작은 형이 큰형님 마중나가자는 말에 귀가 솔깃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그런데 형을 마중나갔다가 뜻밖의 유황성냥을 팔러다니는 떠돌이 할아버지 길건 영감님을 구해주게 된다.
무슨 일인지 술에 취해 눈 속에 빠져 있는 영감님은 훈아의 집으로 오는 길이었다.
손자에게 주지 못한 그 설빔을 훈아에게 주려고 했던 것이다.

술이 취해 산을 무리하게 산을 넘어온 영감에게
훈아의 아버지께 호되게 꾸지람 했는데...
영감님과 아버지가 하는 이야기를 훈아도 얼핏 엿듣게 되었다.
영감님의 보퉁이 안에는 일년내내 성냥을 팔아 번 돈으로 손자를 위해 마련한 설빔이 들어있었다.
사연이 많은 그 값비싼 설빔은.....훈아의 설빔이 되었다.
그 이후로 길건 영감님과 훈아는 각별한 사이가 되었는데...
훈아는 큰 형이 선생님으로 있는 읍내 학교로 전학을 가면서 길건 영감님의 손자와 친구가 되고,
이후 할아버지의 가슴 아픈 가족사를 알게 되고 가족과 만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얼굴없는 기념사진은 할아버지의 젊은 시절 부인과 아이와 함께 찍은 가족사진인데..
죄책감에 자신의 얼굴을 무수히 송곳을 찔러 알아볼 수 없도록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이 책은 가슴아픈 개인의 가족사뿐만 아니라
살아있으면 지금은 여든 살 노인이 되었을 주인공 훈아를 통해
그 시절의 시대상황과 생활모습 등을 들여다볼 수 있다.
1948년 5월 10일 대한민국에서 처음으로 치뤄진 총선의 모습을 보며 오늘날과 비교해 볼 수 있어서
재미있는 동화책을 보면서 우리의 근현대사의 한 면을 볼 수 있어서 더 의미가 있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