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시작됐다. 아껴둔 정산소종을 얼른 꺼내 우려보았다.
그리고 나서 문장을 음미해본다. (절기에 맞춰 천천히 읽는 중)

차향과 소나무 연기가 낮게 드리운 구름과 안개에 섞여들어 한 걸음 뗄 때마다 온몸에 무겁게 엉기고, 차밭 사이를 비집고 자리 잡은 마을을 한 바퀴 돌아보고 나면 눈치채지 못한 새 흠뻑 젖어 아궁이 앞으로 다가 앉아야 하는 홍차의 고향. 어쩌면 차는 그가 태어난 곳을 기억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마침내 비의 계절이 돌아오면 우리를 일깨우는 것이다. 물을 끓이고 정산소종을 우리며 자욱한 연무 너머 홍차가 시작된 곳으로 떠나 지나간 시간을 흠향할 때라고. - P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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