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를 잊는다면서요."
치온은 그제야 자신이 말한 이야기를 기억해냈다. 아! 소리를 냈다. 한참을 생각에 빠져 있다 온몸의 땀이 마르고 선득함이 느껴질 때쯤 치온이 입을 열었다.
"이유를 잊게 되는 원인이 있을 거예요. 스트레스 상황이 반복되면서 단기 기억력이 나빠진 것일 수도 있겠죠. 그런데 이유를 잊어야만 하는 이유가 따로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워진 게 아니라 필요에 의해 치워졌다고 해야 할까요. 이런 생각을 하다보면 원인과 이유가 일치할 수 없다는 것을 내는 알게 돼요. 그 불일치가 나한테는 원인인 것 같아요." - P3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정소감 - 다정이 남긴 작고 소중한 감정들
김혼비 지음 / (주)안온북스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김혼비의 산문을 추천하는 지인이 꽤 있었지만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는 너무 관심없는 “축구”를 다루고 있어서, <아무튼, 술>은 “술”을 즐기지 않아서.
다들 재밌다고 한 <전국축제자랑>(사기만 하고 읽지 않음)을 넘어,
드디어 나온 지 1년 만에 접한 <다정소감>을 읽었다.

다정이 붙드는 마음의 이야기를, 아니 다정이 구원한 일상의 이야기를.
그래, 왜 김혼비를, 그의 에세이를 좋아하는지 알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 이렇게 내 인생 최고로 쓸데없는 데다가 부피까지 큰 물건을 집에 들이는구나. 게다가 그게 다른 것도아니고 캐리어라니. 지난 세월을 캐리어 크기만큼의 세계 속에서 살아온 내가 바로 그 캐리어 크기만큼의 쓸데없음을 받아들이게 된 이 상황이 인생의 거대한 농담 같아서 심란한 와중에 웃기기도 했다. - P161

"아, 의사가 곡기를 먹으라고 해서."
와 나는 그 말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저렇게 가장 게으른 방식으로 부지런할 수 있다니. 가장 한심한 방식으로 현명할 수 있다니. 곧 죽어도 곡물로 밥을 지어 먹거나 식당에 들러 사 먹을 부지런은 없지만, 와중에 뻥튀기를 골라 사 먹는 부지런(이라고 할 수 있다면)은 있는 것이다. 대단해. 묘한 근성이 있어. 나는 혀를 내둘렀다.
이제 와 생각해보면 그건 동족을 향한 본능적 이끌림이었던 것 같다. 그로부터 10년 후, 나도 정확히 성연 같은 30대가 되어 있었으니까. - P199

하지만 어느 날 정신을 차리고 보니 힘든 시기가 어느새 저 멀리 지나 있었다. 나는 지금도 그게 J의 ‘진짜 미친 사리곰탕면‘ 덕이라고 생각한다. 결코 내 것일 수 없다고 여겼던, 내가 소중하다는 감각과 나를 다시 이어준 한 끼의 식사. 어떤 음식은 기도다. 누군가를 위한. 간절한. - P21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탈리아 정치는 여러모로 한국에 반면교사다. 2010년대 후반 이후 한국 정치가 1990년대 이후 이탈리아 정치와 닮아서다. 먼저 한국의 대통령 탄핵과 적폐청산은 이탈리아의 깨끗한 손 운동처럼 사법기관에 의한 대대적 정치인 숙청으로 이어졌다. 대중이 정부 개혁이 아니라 적폐를 청산하는 사법기관에 열광한 점도 비슷했다. 직접 민주주의가 강조되며 여론에 따라 좌우되는 정책이 만연하고, 미디어 정치가 크게 확대된 것도 한국과 이탈리아가 공유하는 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남에게 충고를 하지 않음으로써 자신이 꼰대가 아니라고 믿지만, 남의 충고를 듣지 않음으로써 자신이 꼰대가 되어가는 걸 모르고 사는 것. 이게 가장 두렵다. - P7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