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의사가 곡기를 먹으라고 해서."
와 나는 그 말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저렇게 가장 게으른 방식으로 부지런할 수 있다니. 가장 한심한 방식으로 현명할 수 있다니. 곧 죽어도 곡물로 밥을 지어 먹거나 식당에 들러 사 먹을 부지런은 없지만, 와중에 뻥튀기를 골라 사 먹는 부지런(이라고 할 수 있다면)은 있는 것이다. 대단해. 묘한 근성이 있어. 나는 혀를 내둘렀다.
이제 와 생각해보면 그건 동족을 향한 본능적 이끌림이었던 것 같다. 그로부터 10년 후, 나도 정확히 성연 같은 30대가 되어 있었으니까. - P1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