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밀키웨이 > 우리 나라 그림책의 길을 연 작가 류재수

 

1954년 충남 홍성 출생.
1978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졸업. 같은 대학 교육대학원을 졸업
1984년 유네스코 아시아 문화센타 주관 '일러스트레이션트레이닝 코스' 수료.
1987년 NOMA 국제원화공모전에서 은상 수상.
1990년 제1회 한국출판미술 신인대상전 준비위원 및 심사위원을 지냈고,
볼로냐 국제일러스트레이션 지명작가에 선정.
1991년에는 그림책 「백두산이야기」가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박람회에서 우수도서로 선정되었으며
제5회 노마 국제그림책 콩쿠르 은상, 한국어린이도서상(일러스트레이션 부문) 문화부장관상을 받았다.
2002년에는 2002년 11월 「노란우산」 뉴욕타임스 올해의 책 선정

 

류재수 선생님은 우리나라 그림책에서 주요하고 굵직한 맥을 집어나가는 작가이다.

우리 나라 그림책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우리는 흔히 현대적 의미의 그림책의 시작을 「백두산이야기」가 출간되었던 1988년으로 잡는다.
류재수 선생님의 「백두산이야기」가 출간되고 나서야 비로소 우리 나라 창작그림책은 시작된 셈이다.
그리고 최근에 나온 「노란 우산」은 그야말로 그림책 어법에 맞는 시각이미지의 실현을 보여준 의미있는 그림책이다. 이 두 권만으로도 류재수 선생님은 한국 그림책의 독보적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백두산이야기」는 아주 먼 옛날, 한반도가 만들어지고 우리 조상들이 삶의 터전으로 잡게 된 신화를 백두산이 생긴 유래에 맞추어 새롭게 만든 장쾌한 이야기다. 한민족의 꿈과 자랑, 자긍심이 힘있는 붓질로 아름답게 묘사되어 있다.

"비행기를 처음 타 보면서 아래를 보니 참으로 산이 많았다. 그러다가 생각이 '우리 민족은 왜 백두산을 그리워할까?' 라는 데까지 미쳤고, 신화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꼭 맞는 것을 )찾다 보니 없어서 짓게 된 것이 「백두산 이야기」이다."
류재수 선생님은 「백두산이야기」로 일본의 '노마 그림책상'을 받았고 90년대「산이 된 거인」(후쿠잉칸 쇼텐 출판사)이란 제목으로 일본에서도 출판되었다.

 

「눈사람이 된 풍선」은 글자 없는 그림책으로 편안한 줄거리에 편안한 그림이다. 하늘로 올라간 풍선이 달님, 별님이 있는 곳까지 갔다가 터져 버린다. 그 충격으로 구름들이 부딪쳐 눈이 내리고 다람쥐가 떨어뜨린 도토리가 눈 위를 굴러 눈사람이 된다는 재미있는 이야기다. 장면 전환이 활발하면서도 장면 하나 하나가 아이들의 상상력 수준에 맞게 연결되어 아이들이 즐겁게 보는 책이다.

 

 

 

자장 자장 엄마품에」는 아기들의 정서와 언어생활에 영향을 주는 자장가에 아이들이 좋아할 그림을 그려 흥미를 더한다. 잊혀지는 우리 나라의 옛노래와 자장가들이 그에 걸맞는 그림과 같이 실려 있어 아이들이 시각적으로, 청각적으로 우리 고유의 정서를 받아들이게 되고 아름다운 우리말을 익힐 수 있게 된다.

 

 

 

「노란우산」은 아주 아름다운 그림책이다. 비 오는 날의 이미지를 그대로 음률이 있는 시각이미지로 표현하였다. 음악을 들으면서 이미지들이 주는 경쾌한 분위기와 느낌을 자연스럽게 즐길 수 있는 전래없는 책이다. 류재수 선생님은 교사로 근무하던 시절 창 밖으로 비가 오는 것을 물끄러미 구경하고 있다가 아이들이 우산을 쓰고 등교하는 모습이 참 재미있고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우산을 쓰고 움직이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노라면... 모든 소음이 우산 속에 빨려들어가 한가하고 고즈넉하게 우산의 움직임만 남는 환상을 느꼈고... 예쁜 우산들의 색과 리듬이 담긴 책을 만들려고 ... 이 책을 통해 비오는 아침의 조용함과 촉촉함, 그 속에서 경쾌하게 움직이는 우산들을 담아내려 했지요."

비오는 날 아침, 학교 가는 아이들의 풍경을 담은 이 그림책은 글 없이 그림으로만 이야기가 진행된다. 노란 우산을 쓴 아이가 집을 나와 학교에 갈 때까지의 흐름을 위에서 내려다 보는 시점에서 전개하는데, 학교 가는 길에 만나는 친구들이 하나, 둘씩 늘어가면서 그림에 움직임을 주어, 학교 가는 길의 활기를 느끼게 한다. 비 오는 날 도시의 색인 회색을 주로 쓰면서 파스텔톤의 중간색으로 배경을 그렸고, 그 배경 속에 등장하는 우산은 울긋불긋 형형색색 화려하다. 그래서 단순한 색채의 배경에 등장하는 우산들의 움직임이 더 경쾌하고 산뜻하다.
이 그림책은 아주 새롭고 좀 낯설은 것이지만, 이미지로만 느끼는 이 독특한 세계로의 여행은 어린이들을 또 다른 세계로 인도할 것이다.



<작가 사진은 「백두산 이야기」(통나무) 중에서>


 

너희들은 게으르다.
나는 일방적으로 너희들에게 말한다. 너희들은 게으르다.
지금 우리 일러스트레이션은 포화상태다. 작가도 작품도 너무 많다.
이젠 양의 문제가 아니라 질의 문제를 생각해야 한다.
본질은 없고 빈껍데기 작가들만 무성한 지금.
작가들의 정상적인 작업태도와 과정을 살펴보자.
그래서 우리가 얼마나 게으른 지, 무엇을 감추고, 피했는 지를 반성하자.
위대한 작품은 없다. 정상적인 작품이 있을 뿐이다.

또한 1,2등이 무엇인가. 그런 평가는 없다. 참과 거짓이 있을 뿐이다.
이 땅에 평론가들이 말하는 것은 너무나 추상적이고 신화적인 것이다.
그것은 의미도, 가치도 아닌, 오직 평가와 의견일 뿐이다.
허나 우리에게는 사명이 있다.
작가로서, 출판인으로서, 편집자로서, 지식인으로서, 전문가로서 미의 영역과
언어의 영역을 닦고 넓히는 아름다운 사명이다.
너무나 정상적인! 누구나 갖고 있고, 겪는 보편성을 생각해라.

하야시 아키코는 길과 집이 아니라, 자기가 사는 동네을 그렸다.
겸재 정선은 매미가 아니라, 여름을 그렸다.
고도모노 도모는 강아지를 그린 것이 아니라 “앗! 차가워”를 그린 것이다.
역사를 탐색해 봐라. 다른 장르를 뒤져봐라.
너희들은 상상력의 바다를 얼마나 탐구했느냐?
수치심과 자존심으로 무장해라. 결코 쉽게 하지 않겠다고 다짐해라.
진지하게, 고민하며 살겠다고 약속해라. 힘들 것이다.그러나 자기 자신에,
그림에 진정 애정이 있다면 힘들지 않을 것이다.
과연, 너희들은 감동의 체계를 습득하기 위해 어떤 학습을 했는가? 어떤 노력을 했는가?
그래서 독자의 감동을 기대하는가? 그러므로 그들에게 감동을 요구하는가?
“나, 지금 바빠!” 무슨 일로, 얼마나 바빴느냐?
생존의 문제가 아니라 삶과 영혼의 문제로, 그 성찰의 문제로 너희는 얼마나 바빴느냐?

열린 마음으로 그림을 봐라. 일러스트레이션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그림 그린다고 생각해라.
자기 식대로 그려라. 자기가 말하고 싶은 대로 말해라.
진지하게 정상적으로 살고, 그려야 한다.
더 비겁하게 살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 결심해야 한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을, 내 식대로 바르게, 정상적으로 그리겠다고 약속해라.

일러스트레이션, 왜 하는가? 유명해지고, 돈 많이 벌려고?
얼마나 벌 수 있는데, 얼마나 벌어야 하는데...
그림으로 덜 외롭고, 내 언어가 있어서 좋고, 그럼 됐다.
무슨 욕심이 그렇게 많으냐. 왜 그렇게 많은 꿈, 기대, 목표를 두느냐?
아름다운 사명 만을 간직해라. 나는 일방적으로 너희들에게 말한다.
너희들은 애정도 사명도 없다. 늘 바쁘지만, 작가로서는 게으르다.
자, 나의 이 일방적인 말에 화가 나는 너는 인간적이고,
긴장하는 너는 용기있고, 따분한 너는 무뇌아다.
그렇다면 당장 너희는, 그리고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반성! - 류재수, 2001.4.26 (기록정리 - 권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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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밀키웨이 > 선생님으로 불리길 원한 에리히 캐스트너


◈ 에리히 캐스트너의 삶과 작품활동


아동문학가이면서도 소설가, 극작가, 연극 비평가, 저널리스트, 저항적 지식인으로 전세계에 널리 알려진 에리히 캐스트너(Erich Kastner)는 독일이 통일된 이후 제2 제국으로서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던 1899년 2월 23일 유서 깊은 도시 드레스덴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에밀 캐스트너(Emil Kastner)는 원래 뛰어난 구두장인(Meister)이었으나 급격한 산업화와 기계화로 수공업 제품이 인기를 잃어감에 따라 구두공장 노동자로 전락하고 말았다.
한편 어머니 이다 아밀리아 캐스트너(Ida Amilia Kastner)는 말을 사고 파는 부유한 상인 집안에서 태어난 생활력이 강한 사람이었으며 남편의 돈벌이가 시원치 않자 아들을 교육시키기 위해 미용 기술을 배워 미용사로 일하면서 한평생 외아들 에리히의 교육을 위해 헌신했다.

에리히의 집안은 드레스덴에 살던 시절, 경제적 어려움을 덜기 위해 작은 방 하나에 세를 주었는데 우연히도 이 집에 세들었던 사람들이 모두 교사였다고 한다.
그래서 에리히는 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교과서, 받아쓰기 공책, 교제 등에 익숙해졌고, 읽기와 샘하기도 어느 정도 배울 수 있었다고 한다.
특히 마지막에 세든 슈리히라는 선생님은 에리히가 성장할 때까지 캐스트너 집안에 머물면서 에리히에게 삼촌과 같은 역할을 했다고 한다. 그가 어린시절부터 유달리 책읽기와 글쓰기를 좋아할 수 있었던 것은 이 사람들 덕분이라고 그는 그의 어린시절 이야기인 <내가 어렸을 때에>를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런 일도 있고, 또 교사가 되면 안정적인 수입과 직장을 보장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에리히의 부모는 에리히가 어릴적부터 교사가 되기를 바랐다. 에리히 역시 자신이 다른 직업을 가진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만큼 교사가 되는 것을 당연시 여겼다.
그러나 어머니는 에리히가 교원 양성소에서 교사가 되는데 필요한 교육만 시키지 않고 어려운 경제사정과 바쁜 시간을 쪼개어 에리히를 연극 공연장, 오페라 극장, 영화관 등에 자주 데려갔다.
후일 에리히가 다양한 분야에서 폭넓은 지식을 바탕으로 정확하고 날카로운 풍자가 담긴 글들을 쓸 수 있게 된 데는 어머니의 이 같은 교육적 배려가 밑천이 되었다.

외아들이지만 많은 사촌들에게 둘러싸여 부모님의 경쟁적인 사랑을 받으며 행복하게 자라던 드레스덴의 유년시절은 1914년 제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막을 내린다.

에리히는 마치 군대처럼 모든 것이 정해져 있고, 규칙이 강요될 뿐만 아니라 엄격한 체벌이 이루어지는 비인간적인 교원양성소에서 기계적인 학습을 받는다. 이곳에서 에리히가 배운 것은 어른이라는 권위와 선생이라는 권위를 이용해 아이들에게 되도록 많은 지식을, 되도록 빨리 주입하고, 아이들을 똑같은 생각, 똑같은 행동을 하는 기계처럼 길러내는 기술이었다.

이런 비인간적인 교원 양성소 생활에 완전히 지쳐갈 무렵, 그리고 전쟁이 막바지에 접어드는 1918년에 캐스트너는 군대에 징집되어 포병 훈련을 받는다. 이 때의 경험 역시 에리히에게는 큰 충격이 아닐 수 없으며, 이 일을 계기로 그의 뇌리에는 전쟁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완전히 굳어졌다. 그의 초기 작품 <5월 35일>에는 한니발 장군과 발렌슈타인 공작이 장미 덤불을 사이에 두고 장난감 병정으로 전쟁놀이를 하는 광경을 묘사하면서 어린이들에게 전쟁과 관련된 장난감을 줘서는 안 된다는 말을 덧붙이면서 전쟁의 부당함을 강력히 시사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전쟁과 군대에 대한 그의 생각을 한눈에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군대를 제대한 캐스트너는 교사가 되는 대신 대학 진학을 위해 김나지움(우리의 인문계 중고등학교에 해당하는 독일의 학교) 진학하고, 1년 후에 라이프치히 대학에 입학한다. 캐스트너는 이 곳과 베를린 대학, 로스토크 대학을 오가며 독문학, 역사학, 연극학, 신문방송학, 연극사 등 다양한 학문을 접하며 공부에 몰두하는데, 특히 언론학에 관심이 높아 얼론 연구소를 방문하기도 한다.

1922년부터는 라이프치히의 일간지 <신 라이프치히 신문(Neuen Leipziger Zeitung)의 편집장으로 있으면서 여러 신문에 기사와 칼럼을 쓰기 시작했다.
캐스트너는 1927년에 베를린으로 이사한 뒤, 본격적으로 시를 쓰기 시작했는데 1928년에는 첫 번째 시집인 <허리에 달린 심장(Herz auf Taille)>를 출판했다.
곧이어 1929년에는 <거울 속의 소음(Larm im Spiegel)>, 1930년에는 <한 남자가 알려 줍니다(Ein Mann gibt Auskunft)를 비롯한 많은 시집을 출판했는데, 그가 쓴 시들은 구체적이고 날카로운 풍자적 내용이 담겨 있지만, 일반인들도 쉽게 읽을 수 있을 만큼 난해하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비평가들은 캐스트너의 시를 두고 동시와 민요시에 가까운 시라고 평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캐스트너가 자신의 시에 비뚤어진 사회 모습을 거울처럼 비추어 독자들에게 보여주고, 독자들은 이를 보고 자신을 반성하고 더 나아가 잘못을 바로잡아 사회를 개선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1931년에 발표된 캐스트너의 첫 번째 성인 소설 <파비안>, 1934년에 발표한 <눈 속의 세 남자( Drei Manner im Schnee)> 등도 이러한 맥락에서 역시 사회의 부조리한 측면을 풍자적으로 묘사해 내고 있으며, 여기에 교육적인 메시지까지 포함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시와는 달리 그 메시지는 좀더 구체적이고 강하게 드러난 점이 다를 뿐이다.

에리히는 자신이 소설에 나오는 그릇된 어른이 되지 않기 위해 늘 노력했고, 타인에게 본보기가 되고자 했다.
나치당이 정권을 잡은 제3 제국 시절 캐스트너는 나치당의 선전 공보(公報)에 글을 쓰라는 당국의 명령을 거부한 이후, 그의 모든 책이 불태워졌으며, 출판금지 당하는 한편, 집필활동까지 금지 당하는 일들을 겪어내야 했다.
또 다른 지식인들이 망명을 선택할 때 끝까지 국내에 남아 글을 쓰기도 했다. 이 때 쓴 글들은 모두 독일 국내에서는 출판되지 못하고 외국에서 출판되거나 사장되고 말았다. 이 일로 그는 저항적인 지식인이라는 명칭을 얻게 되었다.

한편 캐스트너는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그의 작품들에서 일정한 교육적 메시지를 내포하고 작품 속에서 잘못된 현실을 거울처럼 보여줌으로서 사람들의 행동을 바꾸고 변화시키려 했다.
그런데 캐스트너는 교육이라는 것은 유년시절부터 습관처럼 이루어져야 그 효과가 크다는 것을 인정할 뿐만 아니라 유년시절의 교육과 기억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올바른 어른이 될 수 없다고 보았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올바른 교육이 자연스럽게 뿌리내릴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아이들이 심리를 정확히 이해하고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자연스러운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또한 이 교육은 일방적이거나 지나치게 딱딱해서는 그 효과를 거둘 수 없다고 생각했다.

캐스트너는 교단 앞에서 아이들을 직접 가르치지는 않지만 미래 사회의 주역인 아이들에게 늘 뭔가를 가르쳐 주고 싶다는 생각을 버리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주변 사람들에 따르면 그는 늘 "선생님"으로 불리기를 좋아했다고 한다.
캐스트너는 아이들의 교육에 대한 자신의 열망을 아동문학으로 표현해 내기 시작했다.

1929년에 출판된 <에밀과 탐정들>이 그 첫 번째 결실이었다.
외할머니께 드리려고 어머니가 어렵게 모아 준 돈을 도둑맞은 에밀은 도둑을 뒤쫓아 경찰에 신고하는 정당하고 합법적인 방법으로 돈을 되찾는다. 범인을 뒤쫓는 과정에서 에밀은 도둑에게서 돈을 다시 되훔치자는 친구들의 제의를 거절하고 힘들지만 정당하고 합법적인 방법을 선택한다. 그리고 외할머니는 사건이 해결된 이후 에밀에게 교훈적인 메시지를 전하면서 책은 막을 내린다.

캐스트너는 이를 통해 세계적인 경제공항과 맞물린 독일의 살인적인 인플레에 따른 혼란, 도덕적 해의 등을 지적하고, 어른스럽고 용감하고, 도덕적인 아이들을 통해 그 잘못을 바로잡고, 아이들에게 옳은 모범을 보여주려 했다.

이후에 출판된 아동문학 작품들도 하나같이 일정한 교육적인 메시지들을 담고 있다.
1931년에 발표된 <5월 35일>에는 게으름에 대한 경계, 전쟁의 심각성, 지나친 편리함에 대한 경계 같은 사회적 부조리에 대한 풍자가 담겨 있다.
같은 해에 출판된 <핑크트헨과 안톤>에서는 빈부의 격차를 극복한 우정, 못된 짓을 하는 어른을 혼내주는 아이들을 통해 어린이 독자들에게 긍지와 자긍심을 심어 주어 옳은 행동으로 나아가도록 격려하고 있다.

1934년에 출판된 <하늘을 나는 교실>과 1949년에 출판된 <동물회의>는 에리히 캐스트너의 위와 같은 목적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그의 작품들 중에서도 수작으로 꼽히는 작품들이다.
특히나 이 책들은 날카로운 풍자와 철학적이고 교육적인 메시지뿐만 아니라 다른 어느 작품들보다도 아이들의 심리와 세계를 정확히 이해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되고 있으며, 에리히 캐스트너를 세계적인 어린이책 작가로 만들어주었다. 이 작품들로 그는 1960년에 한스 크리스찬 안데르센 상을 받았으며, 1963년에는 일본 청소년 문학상을 받았으며, 각종 독일 청소년 문학단체에서 주는 문학상들을 휩쓸다시피 했다.

한편 <에밀과 탐정들>, <로테와 루이제>, <마법에 걸린 전화기>, <핑크트헨과 안톤> 등 그의 대부분의 작품들은 독일 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영화와 연극으로 만들어져 꾸준히 무대에 오르고, 상연되었다.
이것은 아마도 교육적 메시지 이상으로 돋보이는 캐스트너 특유의 기발한 상상력과 재치 있는 문장, 유머러스한 장면들, 아이들의 세계를 완벽히 이해한 데서 나온 심리묘사 때문일 것이다.

1949년 이후 뮌헨으로 이주하여 저작활동과 세계 펜클럽 활동을 활발히 해 나가던 캐스트너는 1974년 7월에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에리히 캐스트너가 사망한 이후 뮌헨에서는 그의 업적을 기리는 에리히 캐스트너 제단이 세워지고, 1979년에는 에리히 캐스트너 문학상이 제정되었으며, 에리히 캐스트너 박물관도 세워져 그의 작품들을 전시하는 것은 물론 어린이 문학과 관련된 다양한 행사들을 펼치고 있다.


◈ 재미있고 유익한 아이들의 인생 교과서

1) 서론............................................................................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캐스트너는 어린이 문학을 통해 아이들에게 일정한 교육적인 메시지를 던져주고자 했다. 유년시절의 행복한 기억과 유년시절부터 이루어진 교육이 없이는 사회를 개선할 모범적인 어른으로 성장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캐스트너의 이런 생각은 그의 어린이책들이 다른 작가의 그것과 구별되는 독특한 작품세계를 형성해냈다.
여기서는 캐스트너가 어떤 방법으로 그의 작품을 어린이들에게 필요한 교육 지침서로 만들어 가는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2) 도덕적 덕목을 고루 갖춘 아이들...................................

에리히 캐스트너의 작품에는 유달리 어른스런 아이들이 많이 등장한다.
이 아이들은 집안이 가난해도 부모에게 불평하지 않고, 어른들의 잘못을 바로잡는가 하면, 용기를 칭찬하고, 거짓말, 비겁함, 우정을 배신하는 일 등을 경멸한다.
이제 완벽한 시민적 미덕, 도덕적 모습을 갖춘 아이들의 모습부터 살펴보자. 캐스트너의 대표작인 <하늘을 나는 교실>을 보자.
이 작품에는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드는 남자아이들이 등장한다. 자신들의 친구가 실업학교 학생들에게 납치되었다는 것을 안 아이들은 친구 크로이츠캄을 구출하기 위해 작전회의를 연다. 아이들은 니히트라우어씨의 충고에 따라 실업학교 아이들과 결투를 하지만 절대 비겁한 방법을 쓰지 않는다. 그럴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아이들은 그런 일은 도덕적으로 옳지 못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에 더 나아가 아이들은 크로이츠캄을 구출하느라 사감선생님의 허락도 받지 않고 몰래 기숙사를 빠져나간 벌도 자청해서 받겠다고 편지를 쓴다. 전형적인 모범생이고, 모범적인 시민의 축소판이다.

<에밀과 탐정들>에서의 에밀 역시 마찬가지이다. 에밀은 도둑맞은 돈을 다시 훔치자는 친구들 말에 아무리 내 것을 다시 가져오는 일이긴 하지만 도둑질은 도덕적으로 옳지 못한 일이기 때문에 그 제안을 거절하고 끝까지 범인을 쫓는다. 이처럼 완벽한 성품을 지닌 아이들은 어려운 집안형편이나 부모의 이혼 같은 아이들의 생활에 절대적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는 일들에도 태연하기만 하다.

<핑크트헨과 안톤>에서 안톤은 병들어 누워 계신 어머니를 위해 손수 요리를 하고, 추운 겨울에 거리에 나가 성냥을 팔고 구걸을 한다. 그러면서도 어머니가 걱정하실까봐 친구 핑크트헨에게도 자기가 거리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어머니에게 말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한다.

<하늘을 나는 교실>의 마르틴도 부모님이 크리스마스에 집에 돌아올 여비를 보내줄 수 없어 크리스마스 때 학교에 남아야 하는데도 부모님에게는 전혀 불만을 내비치지 않으며 자신의 가난해 대해서도 누구에게도 원망하지 않는다. 단지 나중에 자신은 돈을 많이 벌어서 부모님에게 좋은 선물을 사 드리겠다는 결심만 할 뿐이다.
부모에게 버림받아 선장의 누이 동생네 집에서 살아야 하는 요니도 부모에 대한 원망이나 세상에 대한 원망 대신 자기는 앞으로 그런 부모는 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것으로 상황을 끝내고 있다. 선장의 가족들이나 친구들처럼 좋은 사람들을 만났으니 그다지 행복하지는 않지만 그다지 불행하지도 않다고 말하면서. 요니의 이런 태도는 세상을 달관한 듯한 모습이며, 상처를 완전히 극복한 태도이다.

캐스트너는 정의, 용기, 양심의 소리에 귀기울이는 마음, 정직성, 강한 책임감, 현실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태도 같이 모범적인 시민적 덕목을 고루 갖춘 아이들이 어른들이 범한 잘못을 지적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해가는 과정을 통해, 그리고 이 해결과정에서도 일말의 비열한 방법이나 도덕적으로 옳지 못한 속임수를 쓰지 않고 정의로운 방법으로 해결하는 모습을 통해 아이들에게 올바른 행동지침과 정신적으로 갖추어야할 소양들을 자연스럽게 이야기하고 있다.

                

3) 아이들을 올바른 길로 이끌어 주는 훌륭한 어른들..................

어린이들이 아무리 도덕적인 소양을 고루 갖추고 있고,, 또 현실을 긍정하고, 무슨 일이든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하더라도 아이들은 아직 사회적 경험도 부족하고, 경제적 능력도 없으며, 꾸준히 자신의 적성과 소양을 발견하고, 자기 안에 있는 내면적 품성들을 끄집어내어 다듬어 나가야 한다. 교육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진정한 교육은 어린이들에게 일정한 학문적 지식을 가르치거나 교사의 권위라는 것을 내세워 아이들에게 일정한 행동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과의 신뢰를 바탕으로 아이들의 세계를 이해하고, 아이들의 생각을 인정하고, 스스로 모범적인 행동을 함으로서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따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될 때 어른들은 아이들을 올바른 길로, 자연스럽게 이끌어줄 수 있다. 더 나아가 아이들은 교육이라는 개념 없이 자신들의 행복하고 재미있는 유년시절을 즐기면서도 은연중에 올바른 교육을 받게 된다.

캐스트너의 작품들 속에는 이처럼 아이들의 친구이면서도 아이들에게 모범적인 선생님이 되는 어른들이 등장한다.
<하늘을 나는 교실>을 보자. 이 작품에는 모범적인 스승과 그 친구가 등장한다. 뵈커 선생님은 김나지움 기숙사 사감이다. 이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무조건 학교 규칙을 강요하지도 않으며, 교사의 권위를 내세워 아이들을 통제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마르틴과 그 친구들이 실업학교 학생들에게 붙잡힌 크로이츠캄을 구출하기 위해 학교 규칙을 어기고 외출했다 돌아왔을 때도 무조건 벌을 주기보다는 아이들의 이야기부터 듣는다. 그리고 아이들의 이유가 타당하다고 판단하자 벌 대신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서 아이들에게 올바른 인생지침을 일러주고 아이들을 위로한다.
또 겁쟁이라고 놀림받는 울 리가 자신의 용기를 시험하기 위해 운동장 철봉에서 뛰어내린 일도 벌을 주는 대신 울리를 칭찬하고 정성껏 돌봐준다. 울리 나이 때는 충분히 그런 행동을 할 수 있으며, 울 리가 그 일을 통해 용기를 얻었다면 다리가 좀 부러져서 며칠 고생하는 것보다 났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처럼 뵈커 선생님은 아이들의 성장과정과 아이들이 겪은 일들이 앞으로 그들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고려하면서 아이들을 다독거리고 적절한 충고를 한다.
그러나 이 때도 교사의 권위를 바탕으로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강요하는 흔적은 전혀 찾을 수 없다. 뵈커 선생님은 교사의 권위와 규칙만 강조하고 학생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선생님만 있는 학교에서 아이들이 자기 일을 마음놓고 털어놓을 수 있는 선생님이 하나라도 있어야 한다는 사명감에서 교사가 되기로 했다고 말한다.

이는 작가 에리히 캐스트너가 뵈커 선생님의 입을 빌려 자기의 교육관과 내지 진정한 교육자의 역할과 태도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한 것으로 생각된다.

한편 <에밀과 세 쌍둥이>에서는 아이들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스스로 자기 문제를 해결하고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아이들에게 기회를 주는 어른이 등장한다. 에밀의 친구 테오도르의 아버지 하버란트 변호사이다. 하버란트 변호사는 에밀과 친구들이 자유롭게 놀 수 있도록 어른들과 함께 코펜하겐으로 여행을 떠난다. 아이들에게는 이것저것 지시하지 않고 오직 스스로 생각하고, 문제를 해결하고, 이런 기회를 통해 한 단계 성장했으면 좋겠다는 당부만을 남긴다.
여행 도중 하버란트씨는 어른들에게서 해방된 아이들이 어떤 장난을 칠 수도 있다고 말하고 자신도 어렸을 때는 그런 적이 있었다고 이야기하면서 아이들이 결코 얌전하거나 아무 일 없이 책이나 보지는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런데도 아이들을 위해 자리를 비켜준 것은 아이들을 믿고 있으며, 아이들은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는 과정을 통해 내면에 감추어진 덕성들을 끌어낼 수 있는 선한 존재라는 것을 믿기 때문이다.

하버란트씨도 여행을 떠나기 전에 이 책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아이들에게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고, 행동하는 과정을 통해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어른들이 아이들만 남기고 여행을 떠난다고 한 것에서 이 사실을 명확히 알 수 있다.
또 하버란트씨가 모범적인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행복하고 자유로운, 그리고 주변의 따뜻한 시선에 의해 어린 시절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캐스트너는 그가 쓴 글에서 "올바른 어른으로 성장하고, 그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유년시절의 좋은 기억과 교육이 원동력이 되어야 한다."고 했는데 하버란트가 그 전형이다.


4) 작가가 직접 메시지 전해주기.................................................

캐스트너는 어린이문학이 아이들에게 필요한 교육적 수단이 되도록 하는데 등장인물들의 성격만을 내세운 것은 아니다.
그는 작품에 직접 선생님으로 등장하여 어린이 독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하늘을 나는 교실>에서 그는 머리말에서 요나탄 트로츠가 버림받은 이야기를 하면서 어린아이들도 늘 행복하기만 한 것은 아니며, 요나탄 같은 상황에서는 불행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어른들의 잘못으로 고통받는 아이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또 맺는말에서는 작가가 직접 세월이 흘러 어른이 된 요나탄과 선장을 만나 크리스마스 연극 <하늘을 나는 교실> 공연을 같이 한 친구들이 그동안 어떻게 변했는지 전해듣는다. 마르틴은 여전히 성실하고 공부도 잘 한다. 울리는 이제 누구도 겁쟁이라고 놀리지 않을만큼 용감해졌다. 오히려 다른 아이들은 울리에게 꼼짝도 못하게까지 되었다. 덩치 큰 마티아스마저도. 그리고 요나탄은 앞으로 자기는 훌륭한 부모가 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미래를 이야기한다.

이 모두가 캐스트너가 바라는 바람직한 시민상이다. 캐스트너의 어린이책에는 반드시 머리말과 맺음말이 있다(그의 작품에서는 머리말과 맺음말이 두 개 이상 나오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
캐스트너는 단지 머리말과 맺음말에서만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모든 작품에서 등장인물들의 입을 빌어 아이들이 올바로 성장하는데 있어 필요한 덕목들과 교훈들을 쉴 새 없이 이야기하고 있다. <하늘을 나는 교실>에서 캐스트너는 뵈커 선생님이 되어 어린이 독자들에게 정의가 무엇이며, 다른 사람들을 어떻게 배려해야 하는지에 대해, 그리고 올바른 행동과 책임에 대해 충고하듯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에밀과 탐정들>에서는 에밀의 외할머니가 아이들에게 사건을 해결하는데 있어 직접적으로 행동하진 않았지만 끝까지 전화기 앞에서 아이들의 연락이 오기를 기다린 꼬마 딘스탁을 칭찬하면서 드러나진 않지만 제자리를 지킨다는 것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를 가르치고 있다.
또 에밀이 돈을 잃어버린 사건을 두고 지폐는 꼭 전신환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 이 사건에서 배워야할 점이라고 강조하면서 돈을 잘 관리할 것을 아이들에게 강조하는 대목도 볼 수 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캐스트너는 <엄지소년>에서도 드러난다. 엄지소년 맥스헨이 앞으로 뭐가 될 것인가에 대해 요쿠스 선생님과 의논하는 대목에서는 직업을 어떻게 선택해야 하는지에 대한 캐스트너의 생각이 드러나고, 어린이 독자들에게 일정한 충고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5) 결론 ..............................................................

위에서 본 것처럼 캐스트너는 어린이책을 통해 아이들에게 일정한 메시지를 던져주고, 아이들 스스로 그 메시지들을 자연스럽게 학습하기를 바랐다. 그래서 그의 작품들에는 유난히 긴 머리말과 맺음말도 나오고, 다양한 교훈적 메시지와 교육적인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그러나 그의 작품이 전세계적으로 널리 읽히고, 꾸준히 재판이 나오는 것은 물론, 영화나 연극으로 만들어져 많은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는 데는 캐스트너 특유의 날카로운 풍자와 재치 있는 문장들, 그리고 기발한 상상력과 아이들의 세계를 이해하고 그 세계에 접근한 이야기들로 구성되었기 때문이다. 특히나 유년시절의 행복한 기억들을 선물하고, 그것이 교육의 밑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캐스트너의 아이들에 대한 긍정적이고 신뢰감이 넘치는 태도가 담겨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캐스트너의 어린이에 대한 태도와 작품은 우리 어른들에게도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 줄 수 있는 작품이 아닌가 생각된다.

 

6)참고문헌 및 사이트...............................................

--- 참고한 책

김경연 <독일 아동문학 및 청소년 문학 연구-교육적 관점과 미적 관점의 역사적 고찰-> (서울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 논문 2000)

김윤미 <에리히 캐스트너의 아동 및 청소년 문학 연구-작품 속에 구현된 교육관 분석 및 비판->(서울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논문 1997)


--- 참고한 웹사이트
http://www.kaestnerfuerkinder.net
http://www.erich-kaestner-museum.de
http://www.kaestner-im-netz.de
http://www.michaelhicke.de/kaestnerdruck.shtml
http://www.hh.schule.de/ekg/erich1.html

 

글의 출처  북보트 / 이미지 출처  여기저기 ^^

 

리히 캐스트너의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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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밀키웨이 > 세밀화를 그리는 화가 이태수

 

세밀화가 이태수씨를 만나기 위해 그가 미술고문으로 있는 <도토리> 출판기획을 찾았다.
조용한 주택가 2층에 위치한 사무실. 그의 방은 의외로 평범했다. 대단한 그림 도구가 흩어져 있거나 아직 완성하지 못한 스케치들이 여기저기 널려있는 작업실을 예상했던 기자의 추측은 여지없이 빗나가고 말았다.

하지만 스탠드 돋보기와 동식물의 사진으로 가득 찬 10권 이상의 사진첩은 역시 세밀화가의 방답다는 인상을 강하게 풍겼다.

기자와 인사를 나눈 이태수씨는 할 말이 별로 없다며 검게 그을린 인상 좋은 얼굴에 겸손의 웃음을 가득 담아냈다.

경기도 연천군 백학면에서 태어난 이태수씨는 중학교 2학년 때 서울로 상경했다. 어린시절부터 그림을 잘 그리고 붓글씨를 잘 썼던 그는 고등학생이 되어서야 비로소 미대에 진학할 꿈을 가진다. 화실에서 지도해주시던 선생님은 가난하지만 완벽한 작품을 추구하는 전형적인 예술가의 모습을 그에게 가르쳤다고 한다. 홍익대 서양화과를 졸업한 이태수씨는 한동안 스스로 '전시장 미술'이라 부르는 활동을 해왔다.

하지만 이런 작업은 그를 붙들어 두지 못했고, 10년 넘게 매달린 미술교육 과정을 통해 심각한 회의를 느끼고 '전시장 그림'을 그리는 작업을 버렸다고 한다. 

이런 그가 세밀화, 그것도 아이들의 그림책에 본격적으로 매달리게 된 계기는 현재 9살인 첫 아이 '휘조'의 영향이 컸다고 한다.

"아이에게 그림책을 골라 주기 위해 여러 책방을 다녔는데 마땅히 눈에 들어오는 것이 없더군요. 단순화시킨 그림도 너무 엉망이었고, 그나마 좀 나은 것들이 외국 그림책이었는데 가만 들여다보니 모두 우리 것이 아닌 외국의 것들이었어요."

우리 실정에 맞는 그림책이 없다는 것이 그에게는 적잖이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으리라.

"아이가 처음 보는 그림인데, 아무것이나 보여줄 수는 없잖아요. 제대로 된 우리 그림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시작된 것이 바로 세밀화라는 독특한 장르의 그림이다.

세밀화는 기존 그림의 양식으로 분류한다면 '자연 다큐멘터리 일러스트레이션'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태수씨의 세밀화는 좀 다른 의미를 가진다. 우선 기존의 그림 작업들과는 관계없이 독자적으로 진행되어 왔고, 전례가 없는 미개척의 영역에 나름대로의 기준을 가지고 작업한 그림만을 세밀화로 부르겠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의 경우 300년의 역사를 가지고 많은 자료들을 축적하고 있어요. 이를테면 말이 달리는 모습을 하나하나의 세분된 컷으로 나누어서 세세하게 관찰한 사진이나 그림들이 두꺼운 책 여러권 분량이 될 정도입니다. 얼핏 보면 같은 동작으로 보이지만 발의 위치나 모양들이 조금씩은 다르거든요. 하지만 우리에겐 아직 그런 자료가 없어요. 제가 하고 있는 작업은 이런 기초적인 자료들을 축적해나가는 과정이라고 말씀드리고 싶군요."

아이들에게 좋은 그림, 정확한 그림을 보여주겠다는 목적 뿐만이 아니라 기본이 되는 정밀한 자료를 축적하는 것. 이 말을 들으니 그의 단단한 어깨위에 짊어진 사명이 무척 중요해 보인다.

이태수씨는 개인적으로 디즈니 에니메이션을 그다지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단순한 그림이면서도 아주 사실적으로 묘사하려는 기술적인 노력의 면에서는 칭찬하고 본받을 만하다고 말한다.

「색깔을 갖고 싶어」라는 CD-ROM 제작 과정에서 간단한 에니메이션 작업을 맡았던 이태수씨는 이런 기술적인 면의 부족을 뼈저리게 실감했다고 한다.

"몇 개의 컷으로 나누어진 그림을 받아 그 그림들을 다시 그리는 작업에 참여 했는데 그림이 잘 되었는가 못되었는가를 떠나서 각 컷들이 전혀 사실적이지 않았던 겁니다. 하는 수 없이 기본 움직임만 참고를 하고 대부분 다시 그리는 작업을 하기도 했어요."

실제로 이태수씨의 세밀화는 사진보다도 더 정밀하고 정감이 간다. 사진이란 속에 갇힌 식물이나 동물들 보다 훨씬 생생하게 금방이라도 살아 움직일 것처럼 보인다. 이런 세밀화를 하나 완성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무려 열흘에서 보름정도.

"우선 무엇을 그릴 것인지 대상을 정하면 그것에 대한 정보를 모으는 것이 가장 먼접니다.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여기저기서 많은 자료들을 모아야 합니다. 가령 민들레를 그려야겠다고 생각하면 진짜 우리 민들레가 어떻게 생겼는지 어디서 많이 피는지 아는 것이 급선무죠. 그렇게 모아진 정보를 가지고 직접 산과 들을 누비며 찾아내는 거지요. 특히 우리 민들레를 그리기 위해서 2년 정도를 찾아 헤맨 기억이 있습니다. 이렇게 찾아낸 식물들은 뿌리가 상하지 않게 정성껏 채집을 합니다. 그래서 요모조모 꼼꼼하게 관찰하고 밑그림을 그립니다. 여기까지가 가장 어려운 작업입니다. 나머지 채색은 오히려 쉬운 작업이죠."

세밀화가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은 단지 사물과 똑같이 그리기 때문이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사진이 더 훌륭하게 해낼 수 있다. 그의 세밀화에는 바로 다양한 과학적 지식이 포함된 연출력이 있기 때문에 사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생명력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꽃의 경우 피는 꽃이냐 지는 꽃이냐, 아침의 꽃이냐 저녁의 꽃이냐에 따라 달라지고, 동물의 경우 수시로 변하는 다양한 모습들을 빠짐없이 관찰하고 조합해 내는 것이 바로 생명력을 부여하는 연출력이라 할 수 있다.

"아직 어려움은 많이 있습니다. 각 사물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것, 적당한 모델을 찾아내는 것, 그리고 창의적이고 과학적인 나름의 연출. 이것들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실패를 하게 되는 거지요."

그래서 모든 작업이 끝나면 최종적으로 전문가들에게 감수를 부탁한다고 한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이태수의 세밀화다.

"세밀화가 모든 것의 최선이 될 수는 없습니다. 이 작업은 기초적인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일종의 예비작업이죠. 중요한 것은 이런 시도를 함께 해나갈 사람들이 많이 생겼으면 하는 겁니다."

작업 초기 일할 것이 없는 어려움 보다 열악한 경제적 사정이 그의 활동에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고 이태수씨는 살짝 털어놓는다. 그리고 현재 가장 안타까운 것은 고급화된 세밀화 책들이 처음 예상했던 계층보다 부유한 계층에 더 가까이 가있는 현실을 꼽았다.

"원래는 많은 사람들이 쉽게 좋은 그림을 접하게 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이 작업을 시작했어요. 저희 작업에서는 절대로 수입품을 쓰지 않아요. 순수하게 국산만을 추구하죠. 종이도 가장 좋은 국산을 선택하고, 인쇄도 국내에서 가장 좋은 곳에 맡기고. 하다보니 책의 가격이 어쩔 수 없이 비싸져버린 거죠. 의도하지 않았던 고급화로 정작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쉽게 접근하기 힘든 책들이 되어버린 겁니다."

이런 예상치 못한 부분에 대한 대안으로 이태수 씨는 '흑백그림'을 이야기한다.

"조금 거칠고 투박하지만 제대로 그린 그림, 그리고 부담없이 많은 사람들이 다가설 수 있는 그림을 고민하다가 흑백그림을 찾게 된 겁니다. 앞으로 거친 종이에 힘있게 흑백그림을 많이 그려볼 참입니다. 하지만 내용은 충실한 것으로 꾸며야죠."

그를 보고 있으면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장인'이란 말이 스스로 떠오르게 된다. 순탄한 앞날을 보장받을 수도 있었던 화가의 길을 박차고 나와 아무도 가려하지 않았던 어려운 길을 택한 것에서부터 그는 영락없는 장인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는 본래의 의미와는 좀 다른 장인으로 불려야 할 것 같다. 보통의 장인들이 자신의 예술적인 완성을 위해 살았다면 그는 자신의 예술세계보다는 보다 많은 사람들을 위해 예술혼을 불태웠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좋은 어린이 책을 고르기 위한 방법을 일러달라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이렇게 대답한다.

"정성이죠. 정성을 들여 그린 그림은 그림의 완성도를 떠나서 확실히 차이가 납니다. 그림에 그만큼 정성이 깃들었다면 글은 굳이 따져보지 않아도 좋을 겁니다. 얼마나 제대로 알고 그렸는지, 얼마나 책임감을 가지고 그렸는지 따져보고 고른다면 좋은 책을 고를 수 있을 겁니다."

도시에 어울릴 것 같지 않는 인상과 말투로 처음의 '할 말 없다'는 발뺌과는 달리 구수하게 풀어내는 그의 말투는 차라리 정겨웠다. 자연과 너무나 가까이 있었기 때문에 그만큼 자연을 닮아버린 것일까? 그가 앞으로 계획하고 있다는 부모님의 삶을 소재로 한 또 다른 그림의 세계를 기대해 봐도 좋으리라. 

- 웹진 부꾸에서 발췌

 

 

오늘도 딸과 눈을 마주치며 소리 없이 웃습니다. 다른 부모들도 그렇듯이 내게는 아주
소중하고 스승과 같은 딸입니다. 딸이 태어나면서 내게 할 일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딸이 태어나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가장 고민스러운 것은 어떤 아버지로 있어야 할
것인가 였습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지내다가 딸에게 보여줄 책을 고르려고 책방에
갔다가 내 할 일을 찾았습니다.
그림책을 고르다 보니 좋은 그림은 찾아보기 힘들었고 세밀화 쪽으로는 아예 없다시피
했습니다.
나는 늘 질 좋은 그림을 여러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오던 터라 출판미술은
내 생각을 실천하는 데 좋은 매체라고 생각했습니다.

출판미술을 하려고 포트폴리오를 준비하면서 더욱 절실하게 느낀 것은 기본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까닭에 자연스럽게 밖으로 취재를 나가게 됐습니다.
기초 자료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세밀화를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하게
딸이 자라면서 실제로 필요한 우리 자료를 만들어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림책을 그릴 때 "정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이태수 선생님은 1961년 3월 15일에
서울에서 태어났습니다.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태어나자마자 경기도 백학마을(경기도
연천군)로 업혀가 그곳서 중학 2학년까지 보냈습니다.
백학 마을은 벼농사를 주로 짓는 전형적인 농촌이었고 그의 부모님도 농사를 지었습니다.

세 명의 누나를 둔 막내아들 이태수 선생님은 어린 시절 비교적 조용한 아이였습니다.
하지만 당시 시골아이들 대부분이 그랬듯이 이태수 선생님은 학교에서 돌아오면 농사일을
거들거나 자연에서 놀았습니다. 마을의 형들과 함께 산으로 들로 물가로 돌아다니며 놀았던
추억은 현재의 그림 그리기에 정서적인 받침이 되어주기도 했습니다.

시골아이였던 이태수 선생님은 중학교 2학년말에 가족과 함께 서울로 이사를 왔고 중학교를
졸업하고 환일 고등학교에 갔습니다. 어린 시절 그는 그림을 잘 그리고 붓글씨를 잘 써서
주변에서 "손재주 있다는 소리"를 듣는 아이였습니다.
고등학생이 되어서야 미대에 진학할 마음을 먹은 그는 1978년엔 화실에 다니는 미대 지망생
이었는데 이때 만난 화실의 미술선생님은 그에게 화가로서의 자세를 가르쳐주었습니다.
그는 홍익대에 진학하여 서양화과에 다니게 되었는데 이때엔 세잔이나 모딜리아니를 꿈꾸고,
곰브리치의 미술사를 읽는 평범한 미대생이었다고 합니다.
그가 "전시장 그림" 그리기를 그만두고 "책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은 미대를 졸업한 뒤
얼마간 미술학원에서 미술지도를 하던 끝이었습니다.
대학 때 시작한 아르바이트까지 10년 넘게 미술교육을 한 결과, "거꾸로 가는" 제도권
미술교육에 심각한 회의를 느꼈고, 그와 함께 "전시장 그림" 그리기도 끝을 냈습니다.

"책 그림"을 그리게 된 계기 중에는 그의 딸이 태어났을 때 아버지로서 그가 딸에게 보여줄
그림이 거의 없었다는 것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딸이 스승이자 자신에게 할
일을 준 소중한 존재라고 합니다.

최근 그는 계절그림책의 봄편을 그리고 있지만 시간이 나면 흑백그림을 더 많이 그리고
싶다고 합니다. 그는 흑백그림에 특히 애착이 간다고 합니다.

이태수 선생님의 책 그림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하나는 도감이나 사물그림책에 들어가는 그림이고 또 하나는 그림책에 들어가는 그림
입니다.

도감에 들어가는 그림을 그릴 때 그는 작가의 감성은 최대한 자제한 채 개념을 중심에
놓고 그림을 그린다고 합니다. 그는 "최대한 보이는 그대로 그린다"는 원칙을 철저하게
지키며 특별한 기교를 부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대신에 그림책에 들어가는 그림엔 비교적 작가의 감성이 들어가는 편이라고 한다.
가령 그는 "우리끼리 가자"에서 동물들을 사실에 충실하게 그리되 동물들의 몸짓이나
자세, 표정을 통해 최대한 의인화시키고 이야기 그림책으로서의 재미를 살리려 애썼다고
합니다.

"세밀화"는 처음부터 어린이를 위해 그린 것은 아니었으나 좋은 그림을 일상적으로 보고
자라야할 어린이들이 보는 책이 우선 중요했기 때문에 "세밀화"는 현재 유아들이나
어린이가 보는 책으로 우선 편집되어 출판되고 있습니다.

이태수 선생님의 작품으로는 [세밀화로 그린 보리 아기그림책 (보리(1994)], [할아버지 요강/
보리(1995)], [세밀화로 그린 보리 어린이 식물도감/보리(1997)], [세밀화로 그린 보리 어린이
동물도감/보리(1997)], [심심해서 그랬어 /보리(1997)], [우리끼리 가자 /보리(1997)], [우리
순이 어디 가니 /보리(1999)]가 있습니다.

- 애기똥풀의 집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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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 > 이외수 풍경전




    아무도 가지 않은 길 위에 내가 서 있습니다
    이제는 뒤돌아보지 않겠습니다




 
    깊은 밤에도 소망은
    하늘로 가지를 뻗어 달빛을 건지더라




 
    한 모금 햇빛으로
    저토록 눈부신 꽃을 피우는데요
    제게로 오는 봄 또한
    그 누가 막을 수 있겠어요




 
    문득 고백하고 싶었어
    봄이 온다면
    날마다 그녀가 차리는 아침 식탁
    내 영혼
    푸른 채소 한 잎으로 놓이겠다고





    가벼운 손짓 한번에도
    점화되는 영혼의 불꽃
    그대는 알고 있을까




 
    온 세상을 뒤집는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뿌리
    한 그루 나무를 보라




 
    언젠가는 가벼운 먼지 한 점으로
    부유하는 그 날까지
    날개가 없다고 어찌 비상을 꿈꾸지 않으랴





    아직도 누군가를 죽도록
    사랑하고 싶다는 생각
    이게 바로 기적이라는 건가





    어디쯤 오고 있을까
    단풍나무 불붙어
    몸살나는 그리움으로 사태질 때
    세월이 흐를수록 마음도 깊어지는 사람 하나





    가을이 오면
    종일토록 내 마음 눈시린 하늘 저 멀리
    가벼운 새털구름 한자락으로 걸어 두겠네




    팔이 안으로만 굽는다 하여
    어찌 등 뒤에 있는 그대를 껴안을 수 없으랴
    내 한 몸 돌아서면 충분한 것을




    나는 왜 아직도 세속을 떠나지 못했을까
    인생은 비어 있음으로
    더욱 아름다워지는 줄도 모르면서



글.그림 :  이외수

 

 

 

 

 

http://mm.intizen.com/media/folderlistslide.asp?uid=hskim7711&folder=4&list_id=2669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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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 > [퍼온글] 잘린 해바라기 - 고흐

 


 


 


 


 

고흐의 잘린 해바라기들, 처음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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