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밀키웨이 > 우리 나라 그림책의 길을 연 작가 류재수

 

1954년 충남 홍성 출생.
1978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졸업. 같은 대학 교육대학원을 졸업
1984년 유네스코 아시아 문화센타 주관 '일러스트레이션트레이닝 코스' 수료.
1987년 NOMA 국제원화공모전에서 은상 수상.
1990년 제1회 한국출판미술 신인대상전 준비위원 및 심사위원을 지냈고,
볼로냐 국제일러스트레이션 지명작가에 선정.
1991년에는 그림책 「백두산이야기」가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박람회에서 우수도서로 선정되었으며
제5회 노마 국제그림책 콩쿠르 은상, 한국어린이도서상(일러스트레이션 부문) 문화부장관상을 받았다.
2002년에는 2002년 11월 「노란우산」 뉴욕타임스 올해의 책 선정

 

류재수 선생님은 우리나라 그림책에서 주요하고 굵직한 맥을 집어나가는 작가이다.

우리 나라 그림책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우리는 흔히 현대적 의미의 그림책의 시작을 「백두산이야기」가 출간되었던 1988년으로 잡는다.
류재수 선생님의 「백두산이야기」가 출간되고 나서야 비로소 우리 나라 창작그림책은 시작된 셈이다.
그리고 최근에 나온 「노란 우산」은 그야말로 그림책 어법에 맞는 시각이미지의 실현을 보여준 의미있는 그림책이다. 이 두 권만으로도 류재수 선생님은 한국 그림책의 독보적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백두산이야기」는 아주 먼 옛날, 한반도가 만들어지고 우리 조상들이 삶의 터전으로 잡게 된 신화를 백두산이 생긴 유래에 맞추어 새롭게 만든 장쾌한 이야기다. 한민족의 꿈과 자랑, 자긍심이 힘있는 붓질로 아름답게 묘사되어 있다.

"비행기를 처음 타 보면서 아래를 보니 참으로 산이 많았다. 그러다가 생각이 '우리 민족은 왜 백두산을 그리워할까?' 라는 데까지 미쳤고, 신화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꼭 맞는 것을 )찾다 보니 없어서 짓게 된 것이 「백두산 이야기」이다."
류재수 선생님은 「백두산이야기」로 일본의 '노마 그림책상'을 받았고 90년대「산이 된 거인」(후쿠잉칸 쇼텐 출판사)이란 제목으로 일본에서도 출판되었다.

 

「눈사람이 된 풍선」은 글자 없는 그림책으로 편안한 줄거리에 편안한 그림이다. 하늘로 올라간 풍선이 달님, 별님이 있는 곳까지 갔다가 터져 버린다. 그 충격으로 구름들이 부딪쳐 눈이 내리고 다람쥐가 떨어뜨린 도토리가 눈 위를 굴러 눈사람이 된다는 재미있는 이야기다. 장면 전환이 활발하면서도 장면 하나 하나가 아이들의 상상력 수준에 맞게 연결되어 아이들이 즐겁게 보는 책이다.

 

 

 

자장 자장 엄마품에」는 아기들의 정서와 언어생활에 영향을 주는 자장가에 아이들이 좋아할 그림을 그려 흥미를 더한다. 잊혀지는 우리 나라의 옛노래와 자장가들이 그에 걸맞는 그림과 같이 실려 있어 아이들이 시각적으로, 청각적으로 우리 고유의 정서를 받아들이게 되고 아름다운 우리말을 익힐 수 있게 된다.

 

 

 

「노란우산」은 아주 아름다운 그림책이다. 비 오는 날의 이미지를 그대로 음률이 있는 시각이미지로 표현하였다. 음악을 들으면서 이미지들이 주는 경쾌한 분위기와 느낌을 자연스럽게 즐길 수 있는 전래없는 책이다. 류재수 선생님은 교사로 근무하던 시절 창 밖으로 비가 오는 것을 물끄러미 구경하고 있다가 아이들이 우산을 쓰고 등교하는 모습이 참 재미있고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우산을 쓰고 움직이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노라면... 모든 소음이 우산 속에 빨려들어가 한가하고 고즈넉하게 우산의 움직임만 남는 환상을 느꼈고... 예쁜 우산들의 색과 리듬이 담긴 책을 만들려고 ... 이 책을 통해 비오는 아침의 조용함과 촉촉함, 그 속에서 경쾌하게 움직이는 우산들을 담아내려 했지요."

비오는 날 아침, 학교 가는 아이들의 풍경을 담은 이 그림책은 글 없이 그림으로만 이야기가 진행된다. 노란 우산을 쓴 아이가 집을 나와 학교에 갈 때까지의 흐름을 위에서 내려다 보는 시점에서 전개하는데, 학교 가는 길에 만나는 친구들이 하나, 둘씩 늘어가면서 그림에 움직임을 주어, 학교 가는 길의 활기를 느끼게 한다. 비 오는 날 도시의 색인 회색을 주로 쓰면서 파스텔톤의 중간색으로 배경을 그렸고, 그 배경 속에 등장하는 우산은 울긋불긋 형형색색 화려하다. 그래서 단순한 색채의 배경에 등장하는 우산들의 움직임이 더 경쾌하고 산뜻하다.
이 그림책은 아주 새롭고 좀 낯설은 것이지만, 이미지로만 느끼는 이 독특한 세계로의 여행은 어린이들을 또 다른 세계로 인도할 것이다.



<작가 사진은 「백두산 이야기」(통나무) 중에서>


 

너희들은 게으르다.
나는 일방적으로 너희들에게 말한다. 너희들은 게으르다.
지금 우리 일러스트레이션은 포화상태다. 작가도 작품도 너무 많다.
이젠 양의 문제가 아니라 질의 문제를 생각해야 한다.
본질은 없고 빈껍데기 작가들만 무성한 지금.
작가들의 정상적인 작업태도와 과정을 살펴보자.
그래서 우리가 얼마나 게으른 지, 무엇을 감추고, 피했는 지를 반성하자.
위대한 작품은 없다. 정상적인 작품이 있을 뿐이다.

또한 1,2등이 무엇인가. 그런 평가는 없다. 참과 거짓이 있을 뿐이다.
이 땅에 평론가들이 말하는 것은 너무나 추상적이고 신화적인 것이다.
그것은 의미도, 가치도 아닌, 오직 평가와 의견일 뿐이다.
허나 우리에게는 사명이 있다.
작가로서, 출판인으로서, 편집자로서, 지식인으로서, 전문가로서 미의 영역과
언어의 영역을 닦고 넓히는 아름다운 사명이다.
너무나 정상적인! 누구나 갖고 있고, 겪는 보편성을 생각해라.

하야시 아키코는 길과 집이 아니라, 자기가 사는 동네을 그렸다.
겸재 정선은 매미가 아니라, 여름을 그렸다.
고도모노 도모는 강아지를 그린 것이 아니라 “앗! 차가워”를 그린 것이다.
역사를 탐색해 봐라. 다른 장르를 뒤져봐라.
너희들은 상상력의 바다를 얼마나 탐구했느냐?
수치심과 자존심으로 무장해라. 결코 쉽게 하지 않겠다고 다짐해라.
진지하게, 고민하며 살겠다고 약속해라. 힘들 것이다.그러나 자기 자신에,
그림에 진정 애정이 있다면 힘들지 않을 것이다.
과연, 너희들은 감동의 체계를 습득하기 위해 어떤 학습을 했는가? 어떤 노력을 했는가?
그래서 독자의 감동을 기대하는가? 그러므로 그들에게 감동을 요구하는가?
“나, 지금 바빠!” 무슨 일로, 얼마나 바빴느냐?
생존의 문제가 아니라 삶과 영혼의 문제로, 그 성찰의 문제로 너희는 얼마나 바빴느냐?

열린 마음으로 그림을 봐라. 일러스트레이션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그림 그린다고 생각해라.
자기 식대로 그려라. 자기가 말하고 싶은 대로 말해라.
진지하게 정상적으로 살고, 그려야 한다.
더 비겁하게 살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 결심해야 한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을, 내 식대로 바르게, 정상적으로 그리겠다고 약속해라.

일러스트레이션, 왜 하는가? 유명해지고, 돈 많이 벌려고?
얼마나 벌 수 있는데, 얼마나 벌어야 하는데...
그림으로 덜 외롭고, 내 언어가 있어서 좋고, 그럼 됐다.
무슨 욕심이 그렇게 많으냐. 왜 그렇게 많은 꿈, 기대, 목표를 두느냐?
아름다운 사명 만을 간직해라. 나는 일방적으로 너희들에게 말한다.
너희들은 애정도 사명도 없다. 늘 바쁘지만, 작가로서는 게으르다.
자, 나의 이 일방적인 말에 화가 나는 너는 인간적이고,
긴장하는 너는 용기있고, 따분한 너는 무뇌아다.
그렇다면 당장 너희는, 그리고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반성! - 류재수, 2001.4.26 (기록정리 - 권혁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