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정계비의 비밀 사계절 아동문고 47
김병렬 지음, 고광삼 그림 / 사계절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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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정계비' 중고등학교 '국사' 시간에 배웠던 기억이 어렷풋하게 남아 있다. 어쩌다가 일본이 독도를 자기 땅이라고 우기면 한 번씩 '간도'가 엮어져 나오면서 '백두산 정계비'도 따라 나왔지만 내 머릿속에는 자리 잡기 힘들었다.

 

얼마 전 문화상품권을 몇 장 선물로 받아 아이들에게 책 선물을 하기 위해 서점에 들렸다가 <독도냐 다케시마냐> <이어도를 아십니까> 따위를 썼고, 독도 연구보존협회 이사,  대한국제법학회 평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병렬님이 쓴 <백두산 정계비의 비밀>이 눈에 들어왔다. 그림은 <겨울방>, <종이 비행기>, <엄마의 마지막 선물> 따위를 그린 고광삼씨가 그렸다.

 

국가 3대 요소에는 '영토'가 들어가듯이 땅이 없는 나라는 존재할 수 없다. 그럼 우리가 생각하는 우리 땅은 경계는 어디까지였을까? '압록강'과 '두만강' 아래인 '한반도'만일까? <백두산 정계비의 비밀>는 '한반도' 중심의 우리 땅 개념을 압록강과 두만강 훨씬 북쪽까지 넓힌다.

 

어렴풋하게 남아 있는 '백두산 정계비'는 청나라 사신 목극등이 1712년 백두산에 정계비를 세워 간도가 조선 땅이라는 내용을 비문에 새겨 놓았는데, 뒷날 청나라는 자신들이 그런 적이 없다고 말을 바꾸었다. 자신들이 일방적으로 세웠던 정계비였지만 그들은 부인했고, 1909년 일제는 청나라와 '간도협약'을 맺어 청나라에 간도를 넘겨 주었고, 일제가 1931년 '만주사변'을 일으킨 후 '백두산 정계비'를 없애버렸다.

 

<백두산 정계비의 비밀>은 청나라 사신 목극등이 국경선을 확정 짓기 위해 조선으로 들어왔을 때 길잡이 노릇을 했던 심마니 김애순이 간도 땅을 지키기 위해 갖은 고초를 겪어야 했던 이야기다.

 

심마니 애순은 조선의 통역사를 비롯한 몇몇 하급 벼슬아치들 병사 여남은 명과 도끼 잡이 다섯, 짐꾼 쉰 명과 길을 나섰다. 청나라 사신 목극동의 억지로 졸지에 백두산에 국경이 생겨날 판이었기에 마을 사또의 부탁으로 청나라 사신의 길 안내를 맡았다.

 

청나라 황제 강희제는 자기네 부족이 '아타리'라는 곳에서 시작했다 하여 아타리가 바로 백두산이라고 믿었다. 목극등을 사신으로 보내 백두산에서부터 국경선을 긋자고 했다. 백두산을 청나라 땅으로 만들기 위함이었다. 지금껏 청나라 경계선은 목단령 산맥이고 저 선의 경계선은 압록강과 두만강이었다.

 

나라의 국경선을 정하는 중요한 일이기에 글을 알고 똑똑하며 부지런한 심마니 애순에게 마을 사또가 부탁을 한 것이다. 애순은 밤마다 하루 종일 일어났던 일을 꼼꼼히 기록해 두었다.

 

목극등이 서쪽으로 압록강과 동쪽으로 두만강이 시작되는 샘물을 국경선으로 삼을 분수령으로 삼으려 할 때 직접 물줄기의 흐름이 동북쪽으로 흐르고 두만강이 아니라 토문강임을 확인하여 목극등으로 억지를 부리지 못하게 했다.

 

"이 샘에서 두만강이 시작되는 게 확실하다. 서쪽으로 압록강과 동쪽으로 두만강이 시작되는 샘물이 있으니 우리가 서 있는 곳이 바로 국경선으로 삼을 분수령이다."

"안 됩니다. 아직 이 샘물이 두만강으로 흐르는지 확실히 알 수 없습니다. 제가 보기에 이 샘물은 동북쪽으로 흐르고 있어요."(96쪽)

 

이렇게 백두산 정계비는 세워진다.

 

"오라총관 목극등이 황제의 명을 받고 변방을 시찰하기 위하여 이곳까지 답사하였다. 서는  압록이 되고 동은 토문이 된다. 그러므로 두 물줄기의 분수령에 비석을 세워 기록한다. 1712년 5월 15일 필첨식 소이창, 통관 이가. 조선군관 이의복, 조태상, 차사관 허량, 박도상,통관 김응헌,김경문"(<백두산 정계비문>)

 

간도는 이렇게 우리 역사에 들어왔지만 1885년 9월 30일 회령에서 열린 회담에서 청나라는 "토문은 두만과 같은 뜻의 만주어이니 비문에 나오는 토문은 두만강"이라며 트집을 잡았다. 1909년 일제는 청나라에게 간도를 완전히 넘겨주었다. 외교권까지 빼앗겨버린 비극이 낳은 결과였다.

 

<백두산 정계비의 비밀>은 백성들의 배고픔을 모른체 하고 세금이나 거둬들이는 탐관오리를 피해 불안하고 아무것도 장담할 수 없었지만 희망을 안고 고향을 등지고 두만강을 건너 간도로 들어 온 사람들. 저마다 마음 속 깊이 아픔과 비밀을 간직하고 살았기에 가난하고 배고팠던 설움을 뼈저리게 겪은 이들의 어려움 가운데서도 정을 나누며 살았다.

 

이 땅을 지키기 위해 그들은 목숨을 걸었다. 나라가 외면한 땅. 그 곳에 조선 백성들은 피를 뿌렸고 자신을 묻었다. 영원히 되찾을 수 없는 곳이 되어버렸지만 우리 땅을 지키기 위해 싸운 가난했고 이름 하나 남기지 못하고 떠난 그들이 있었기에 더욱 가슴 아픈 땅이 되고 말았다.

 

두만강을 건너 피와 땀으로 간도 땅을 개척한 영기와 호철 두 가족의 힘겨운 삶의 역경, 청나라 군사의 횡포에 맞서 사설 군대를 조직하여 목숨을 걸고 간도를 지키려 했던 포수대 이야기를 통해 우리 겨레가 간도를 지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피와 땀을 흘려야 했는지를 감동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백두산 정계비 <연합뉴스>

 

<백두산 정계비의 비밀>이 가진 또 다른 의미는 간도 문제를 다룬 우리 나라 최초의 어린이책이라는 점이다. '독도'와 '동해'는 강하게 자라집고 있지만 '간도'는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낯설다. 어린이를 위한 '간도' 이야기지만 어른들에게도 우리 역사와 영토에 대한 큰 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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