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아이들 사계절 그림책
메리 윌리엄스 지음, 노성철 옮김, 그레고리 크리스 그림 / 사계절 / 2006년 7월
평점 :
절판


아프리카 수단의 '다르푸르'는 우리에게는 생경한 지명이지만 유엔이 가장 염두에 두고 있는 분쟁지역이다. 정확한 기억인지 모르겠지만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취임 후 처음 방문한 지역이 '다르푸르'인 것으로 알고 있다.


다르푸르는 평화의 땅이었다. '가랑이'는 작은 송아지를 돌보면서 부모님의 사랑을 받았다. 가랑이는 작은 송아지를 씻기고, 간호해주고, 풀밭과 샘으로 데리고 다니면서 하나가 되었다. '살림'과 '평화'의 땅이었다.

 

이렇듯 살림과 사랑이 넘치는 평화의 땅인 다르푸르가 어느날 '죽임의 땅'이 되었다. 죽임이 난무하는 곳은 살림의 세상이 아니다. 사람들은 죽임의 땅을 뒤로하고 살림의 땅으로 떠난다. 그 중에 가랑이와 같은 아이들이 있었다.

죽임의 땅을 벗어나 살림의 땅에 이르기까지 그들이 걸었던 거리는 '1600km'나 되었다. 죽임을 경험했지만, 죽임이 뒤덮었지만 살림의 땅을 갈망하는 그들은 살림의 세상을 펼쳤다. 가랑이는 그 중심에 섰다. 아이들이 중심에 설 때 그들에게 죽임은 지배하지 않았다. 어른들이 만들었던 죽임의 땅이 서서히 살림의 땅, 살림 누리로 변화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죽임의 장막은 쉽게 걷혀지지 않았다. 도처에 죽임의 세력들이 살림누리를 꿈꾸는 가랑이와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밤에는 걷고 낮에는 숲에서 잠을 자기로 했습니다. 군인들과 뜨거운 햇볕을 피해야 했으니까요. 또 나이 많은 아이들이 자기 몸을 돌볼 힘이 없는 어린아이들을 맡아 돌보기로 했어요. 나는 우리 무리의 추티 볼이라는 아이를 맡기로 했습니다. 추티 볼은 겨우 다섯 살로 엄마를 찾으며 울곤 했어요." (본문 인용) 이 책은 페이지가 없음.

어린 아이의 마음으로 산다면 죽임의 잔치가 아니라 살림의 잔치를 만들어갈 수 있음을 가랑이와 추티, 또 다른 아이들을 통하여 알 수 있다. 어른들이 이렇게 책을 쓰고 있지만 자신의 삶에는 적용하지 않고 있다.

아이들은 걷고 걸어 에티오피아 난민 수용소에 정착한다. 톰 아저씨를 만나 밥을 먹고, 공부를 한다. 살림 누리를 찾아 떠난 아이들이 다시는 죽임의 세상을 만들지 않기 위하여 그들은 배움이 필요했다. 그저 그대로 살아가는 인생살이가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가랑이는 배움을 잊지 않았다. 배움이란 곧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고, 내일 희망이 있음을 알게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또 다시 가랑이와 아이들에게 죽임의 기운이 드리운다. 에티오피아 사람들은 그들을 받아 들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수단 국경으로 쫓겨나면서 엄청나게 쏟아지는 비 때문에 많은 동무들을 잃는다. 하지만 가랑이는 좌절하지 않는다. 가랑이와 추티, 아이들이 마지막에 간곳은 케냐이다. 하지만 트럭을 탈 수 있는 이는 정해져 있다. 추티만 트럭으로 간다. 나머지는 걸어서. 한 순간의 헤어짐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반드시 만날 수 있을 것이란 약속으로 헤어진다.

왜 어른들은 이것을 자신들의 삶에 적용하지 못할까? 추티와 가랑이, 여타의 아이들처럼 하지 못할까? 트럭에 탈 수도 있고, 타지 않을 수도 있다. 못타면 걸어가면 된다. 하지만 어른들은 꼭 타야만 한다고 말한다. 그러니 어른들의 세상은 죽임이 난무할 수 있다. 아이들은 살림 누리를 스스로 만들어가는데 말이다.

"여러 주 뒤에 우리는 드디어 케냐에 있는 카쿠마라는 난민 수용소에 도착했습니다. 수용소에는 사람들이 몇 천 명이나 있었어요. 하지만 나는 추티를 찾겠다고 단단히 마음 먹었습니다." (본문 인용)

그렇다. 살림누리를 찾은 가랑이는 추티를 찾는다. 살림이 무엇인지 깨달은 것이다. 죽임이 아니라 살림이 무엇인지 안 것이다.

"나는 두렵지 않았어요. 새로운 삶을 만들어 내기 위한 힘을 찾고야 말 테니까요. 나는 새로운 미래를 찾겠다고 마음 먹었습니다." (본문 인용)

하지만 아직 다르푸르는 평화의 땅, 살림의 땅이 아니다. 아직 죽임이 난무하고 있다. 20만명 이상이 생명을 놓았다. 수단 전 지역에 언제쯤 평화가 올 것인가? 가랑이는 이제 어른이 되었다. 어른이 되었지만 죽임이 수단의 다르푸르를 뒤덮고 있다. 살림누리를 이루는 일은 이토록 힘든 것이다. 하지만 가야 한다. 죽임이 아니라 살림이 충만해지는 다르푸르가 되는 그 날까지 말이다. 아이들과 함께 꼭 읽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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